일본은행(BOJ)의 통화정책 정상화 시점을 묻자 이지평 한국외대 특임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이 교수는 BOJ가 이르면 내년 초 마이너스 금리 종료 등 본격적인 통화정책 정상화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BOJ가 금리를 인상하더라도 미국과의 실질금리 차를 생각하면 과거 같은 엔고 현상은 어렵다는 게 이 교수의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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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수는 최근 이데일리와 한 인터뷰에서 “BOJ가 이르면 내년 초에 마이너스(-) 단기금리를 플러스(+)로 올리고 수익률곡선제어(YCC·무제한 국채 매입을 통해 10년물 국채 금리를 목표치에 맞추는 정책)를 폐기하는 것도 내년 중에는 다 할 것 같다”며 “늦어도 춘투 결과를 보고 (정상화 시점을)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BOJ는 지난해부터 YCC 유도 목표를 올리면서 단계적으로 출구전략을 밟고 있다”며 “미국을 보면서 미국 금리가 안정화할 때 통화정책 정상화를 시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BOJ는 2013년부터 마이너스 단기금리와 YCC 정책 등 과감한 통화 완화 정책을 펴왔다. 그런데 지난 4월 우에다 가즈오 총재가 취임하면서 BOJ의 정책 기류가 달라졌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우에다 총재는 (2%를 훨씬 넘는) 물가 오버슈팅은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현재 3%대인 물가를 2%대로 억제하는 것이 BOJ의 지상 과제”라고 했다. 엔저를 유도하고자 목표치를 넘어서는 인플레이션을 용인했던 구로다 하루히코 전 총재 때와는 달라졌다는 것이다. 물가 급등으로 실질임금이 낮아지면 일본 정부와 BOJ가 지향하는 ‘물가와 임금의 선순환’을 실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교수가 늦어도 내년 춘투를 전후해 BOJ가 움직일 것이라고 예상하는 이유다.
최근 달러·엔 환율이 150엔을 넘으며 엔화 가치가 버블 경제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것도 BOJ의 돈 풀기로 미·일 실질금리 격차가 5%포인트 넘게 벌어진 영향이다. 이 교수는 “실질실효환율(물가와 교역량 변화를 반영환 환율)로 보면 엔화 가치가 1970년대 수준으로까지 떨어졌다”며 “다른 나라는 물가가 오르는데 일본은 디플레이션 상태이니 그동안 엔화 가치가 오르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가 엔화 가치의 저점으로 본다”며 “1달러당 155엔까지 떨어질 리스크가 있지만 그렇게 되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BOJ가 긴축으로 전환하면 환율은 어떻게 될까. 그는 “달러당 135~145엔, 엔·원 재정환율로 100엔당 900~1000원 정도가 적정한 수준”이라며 “그래도 과거 같은 엔고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BOJ가 단기금리를 급격하게 올리기 어려울뿐더러 연방준비제도(Fed)가 긴축 기조를 바꾸지 않는 한 실질금리 차가 4~5%포인트대 유지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