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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들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는 임시주총 개최 전까지 지분을 최대한 모아 3대주주인 금호HT(금호에이치티) 측 이사 3인의 해임을 강력하게 추진할 계획이다.
크리스탈지노믹스 소액주주이자 비대위원장인 이은대 씨는 이데일리와 통화에서 “22일부터 소액주주들을 대상으로 임시 주총 의결권을 위임받기 시작했다”며 “의결권 대리 행사 위임은 임시 주총 전날까지 진행되며, 이미 다수의 주주들이 동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들었다”고 말했다.
비대위는 크리스탈지노믹스의 최대주주가 뉴레이크인바이츠로 변경된 이달 2일 즉시 회사에 내용증명을 보내 이사 7인 전원 해임과 신규 이사 4인 선임 안건이 담긴 임시주총 소집을 요구했다. 크리스탈지노믹스 측에서는 주주들의 요청에 따라 이달 29일 임시 주총을 개최할 예정이다. 조중명 회장의 경영 복귀도 이날 임시 주총에서 결정된다.
◇비대위 “20% 지분 확보 목표”
이은대 씨가 주도하는 소수주주 및 비대위의 목표는 분명하다. 크리스탈지노믹스가 신약 개발에 더 집중하고, 제약바이오 기업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현재 경영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이사들은 해임한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인 타깃은 2020년 크리스탈지노믹스 2대 주주에 올랐다 최근 3대 주주로 내려온 금호HT 측 조경숙·정기도 사내이사와 양동석 사외이사 등 3인이다.
이 씨는 “금호HT는 자동차 관련 부품을 생산하는 업체로 제약바이오 산업과는 전혀 무관하다”며 “금호HT가 소위 ‘백기사’로 들어왔다고 하지만 적자 상황이 나아지지 않고 있으며 신약개발에 대한 역할이 미미한 것으로 파악돼 해임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크리스탈지노믹스의 올해 1분기까지 소액주주 비중은 71.63%로 높은 편이다. 비대위는 이번 임시 주총에서 최대 1500만표, 20%의 지분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대주주인 뉴레이크인바이츠의 지분 22.02%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 씨는 “90% 이상의 소액주주들이 이번 기존 이사 해임 및 신규 이사 선임 안건에 동의할 것으로 기대 중”이라고 강조했다.
◇금호HT와 계약 맺은 조중명 회장, 피소 가능성도
비대위가 금호HT 측 이사 해임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조경숙·정기도 사내이사와 양동석 사외이사의 해임 가능성은 점차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조 회장도 난감한 상황에 빠지게 됐다. 2020년 조 회장이 금호HT와 280억원 규모로 보통주 120만주와 경영권 일부를 넘겨주는 계약을 체결할 당시 이사 7명 중 4명의 선임권도 함께 보장했기 때문이다. 이번 임시 주총에서 이들 3인이 해임되는 경우 금호HT 측에서는 조 회장이 계약을 어긴 것으로 판단하고 법적 소송에도 나설 수 있는 상황이다.
특히, 금호HT는 지난 3월 크리스탈지노믹스 보유 지분을 그대로 조 회장에게 다시 넘기는 SPA를 체결해 현재 계약금 28억원과 중도금 28억원 등 56억원을 받은 상황이다. 아직 금호HT가 받아야 할 금액이 약 224억원 가량 남아 있는 만큼 금호HT 측에서도 이번 사안을 민감하게 받아 들이는 모습이다.
크리스탈지노믹스 측은 “상법상 주주들이 지분을 모아 주주총회 개최를 요구한 것으로 회사 입장에서는 거부할 방법이 없다”며 “아직 임시 주총 결과가 나온 것이 아니기 때문에 29일 이후 상황을 지켜봐야할 것 같다”고 언급했다.
비대위 측에서는 조 회장이 금호HT와 맺은 해당 계약 또한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주식의 가격 측면에서도 그렇지만, 회사의 운영을 책임지는 이사를 선임할 때에는 주주들의 의견도 중요한데 조 회장이 개인적으로 이사 선임권을 보장하는 것이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소액주주들이 힘을 모으고 있지만 최대주주인 뉴레이크인바이츠와 조 회장의 지분이 약 30%에 달하기 때문에, 비대위 측에서는 최종적으로는 뉴레이크인바이츠와 조 회장의 의지에 따라 기존 이사 해임 및 이사 신규 선임 안건 가부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비대위 측은 이번 주총 결과에 따라 추가적인 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 씨는 “원하는 바와 다르게 금호HT 측의 이사 3인에 대한 해임안이 부결되거나 재선임 되면 또 다른 방안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데일리는 금호HT 측 의견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으나 대답을 들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