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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박(한국명 박수연·49) 와인포니아 대표는 최근 이데일리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박 대표가 최초의 한국계 여성 나파밸리 와인메이커로 자체 와인브랜드 ‘이노바투스’를 만들었다. 이노바투스는 라틴어로 ‘혁신’이라는 뜻으로, 2014년 첫 생산을 시작했다. 나파밸리의 기업가 정신을 기리는 한편 자신을 비롯한 이민자들의 혁신을 의미한다는 것이 박 대표의 설명이다. 박 대표를 만난 이노바투스의 와인 저장고 ‘더 케이브즈 앳 소다 캐년’(The caves at Soda Canyon)은 ‘cave’라는 단어 뜻 그대로, 서늘한 동굴 속에서 이노바투스를 비롯한 7개 와인메이커들의 연도별 와인이 오크통에 담겨 한창 숙성 중이었다.
이노바투스의 대표 와인은 피노누아와 시라 품종을 블렌딩한 쿠베(cuvee)다. 그 어디에서도 생산되지 않는 특별한 와인인 덕에 미국 현지 언론에서도 특별한 와인으로 소개되며 주목받았다. 이노바투스 비오니에(Viognier) 역시 나파밸리 전체 생산량의 2%도 되지 않는 품종으로 만든 보기 드문 와인이다.
박 대표는 “동양인으로서 와인을 처음 접한 시기가 서양인들에 비해 너무 늦은 편이었고, 음식에 있어서도 동양과 서양의 맛이 다르기 때문에 와인을 만드는 데 불리한 것이 사실이었다”며 “하지만 이제는 다양성 측면에서 장점이 되고 있다. 쿠베는 아마도 나파에서 유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노바투스는 품종에 따라 병당 65달러~205달러로 현지에서도 결코 저렴한 와인이 아니지만 맛을 아는 와인애호가들이 꾸준히 찾고 있다. 보통의 나파밸리 와인이 묵직하고 강렬한 맛으로 남성적이라는 평을 받는다면, 이노바투스는 나파밸리의 향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섬세함을 느낄 수 있어 중성적이란 평을 듣는다. 연간 판매량은 800~1200상자(상자당 12병)로, 최근 중국과 한국으로도 영역을 넓혔다. 미국과 중국, 한국의 매출 비중은 5:3:2 정도다. 한국에서는 주요 백화점과 전문 와인매장에서 판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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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표가 집중하고 있는 것은 와인 제조뿐만이 아니다. 그는 스스로를 ‘비티컬처리스트’(viticulturist)라고 소개하는데, 한국어로 단순 번역하면 ‘포도 재배자’다. 와인 애호가에서 조금 더 깊이 들어가면 소믈리에가 되고, 소믈리에보다 발전된 단계가 와인메이커라면 그보다 더 깊이 들어간 단계가 비티컬처리스트라는 것이다. 포도 재배에도 엄청난 열정을 가진 그는 이노바투스 제조 외에 나파밸리 내 포도밭 컨설팅과 위탁 관리를 동시에 맡고 있다. 그래서 박 대표는 1년의 절반 이상을 포도밭에서 지낸다.
박 대표는 “나파밸리에는 작은 포도밭을 가진 집들이 많이 있는데, 이 밭에서 나는 포도를 와인으로 만들 수 있도록 설계하고 관리해주거나 아예 포도밭 구매부터 와인 제조까지 완성할 수 있도록 돕는 것 역시 중요한 업무 중 하나”라며 “한국 기업들도 관심을 갖고 연락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한편 유달리 캘리포니아에 비가 많이 왔던 올해 나파밸리 와인의 맛은 어떨까. 박 대표는 “와인 맛이 훌륭한 것으로 알려진 2018년 만큼 기대되는 해”라고 말했다. 2018년에도 올해처럼 비가 많이 왔고, 그덕에 땅이 깨끗해지고 좋은 무기물을 흡수하면서 포도 생산에 영향을 주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