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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체적 人災"...34명 사상자 낸 부산 서면 노래방 화재[그해 오늘]

이연호 기자I 2023.05.05 00:03:00

2012년 5월 5일, 부산 서면 한 노래방서 전기 합선 원인 화재 발생
외노자 3명 포함 20~30대 9명 사망, 25명 부상...늑장 신고 禍 키워
창문도 스프링클러도 無...업주들, 수익 위해 비상계단도 방으로 불법 개조
공동 업주들, 징역형에 유족들에 손해배상까지...참사 후 건축법 시행령 개정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11년 전 오늘 부산 대표 번화가인 서면의 한 노래방에서 화재가 발생해 무려 34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창문도 스프링클러도 없던 그곳의 화재 참사는 총체적으로 예고된 인재(人災)였다.
사진=연합뉴스.
2012년 5월 5일 오후 8시 50분께. 부산시 부산진구 부전동(서면)에 있는 6층짜리 건물 3층에 위치한 노래방 쪽에서 “펑”하는 소리와 함께 불길이 치솟았다.

출입구와 가장 가까운 24번 방에서 불은 시작됐다. 당시 손님이 없던 24번 방 천장의 절연체가 훼손된 전선에서 불이 붙었다. 전기 합선 및 누전이 원인이었다.

불길과 연기로 출구가 차단되면서 9명이 유독 가스에 질식해 숨지고 25명이 다치는 참사가 벌어졌다. 사망자 9명 중 스리랑카 출신 외국인 노동자 3명도 포함됐고 사망자는 모두 20~30대로 20대 8명, 30대(31) 1명이었다. 특히 회식에 나섰던 부산의 한 자동차 부품 업체에서만 6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순식간의 화재로 젊은 꿈도, 코리안 드림도 모두 허망하게 날아갔다.

이날 화재 참사는 노래방의 복잡한 내부 구조와 화재 초기 부실 대응으로 피해가 커졌다.

550여㎡ 규모의 해당 노래방은 방 26개가 중앙에 위치하고 통로가 ‘ㅁ’자 형태로 방을 둘러싸고 있는 형태로 설계돼 출입구를 찾기가 어려웠다. 또 해당 노래방은 건물 외부 전체가 강화 유리로 덮여 있고 창문이 하나도 없어 사실상 밀폐된 구조였다. 비상 계단도 확보되지 않았고 스프링클러도 설치돼 있지 않았다.

해당 노래방엔 비상구가 원래 3개 있었지만 2개로 이어지는 통로는 노래방 업주들이 더 많은 수익을 내기 위해 각각 노래방과 주류 창고로 불법 구조 변경했다. 나머지 1개는 발화 지점과 맞닿아 있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전형적인 후진국형 사고였던 셈이다.

또 화재가 발생하자 화재 대응 요령이 없던 노래방 업주와 종업원들이 손님들에게 화재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자체 진화를 시도하다 오히려 불이 커졌다. 상당수 손님들은 술에 취해 화재 사실을 재빨리 인식하지도 못했다. 화재 경보기는 영업에 방해된다는 이유로 꺼진 상태였다. 업주 한 명은 자체 진화에 실패하자 혼자 줄행랑을 치기도 했다.

같은 해 5월 12일 부산 동아대병원 합동 분향소에서 희생자들의 합동 장례식이 거행됐다. 공동 업주 4명은 업무상과실치사죄 등으로 기소돼 3명은 징역 3~4년, 1명은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사망자 6명의 유족 16명은 노래방 업주 4명, 건물주 2명, 그리고 부산시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은 지난 2016년 부산시와 노래방 업주들이 유족들에게 19억7000만 원을 배심하라고 한 원심을 확정했다. 다만 건물주의 배상 책임은 인정되지 않았다.

이 화재 참사 이후 정부는 건축법 시행령 일부를 개정해 사용 승인 이후 10년이 지난 공동건축물 보유자는 2년마다 정기 점검을 받게 하는 등의 조치를 실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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