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한국벤처캐피털협회에 따르면 바이오 투심 하락이 여실히 드러난다. 업종별 신규투자 비중 집계에서 2018년 24.6%였던 바이오/의료 분야 투자 비중은 2020년 27.8%로 정점을 찍은 후 20201년 21.8%로 감소했다. 올해 1분기에는 19.5%를 기록 4년만에 20%대를 넘지 못했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펜데믹 이슈가 제약·바이오 업종의 주가를 끌어올렸지만, 올해는 코로나19가 엔데믹으로 전환돼 재료가 소멸했다. 또한 신약개발 기업 등 바이오 벤처의 기술특례 상장 등 IPO가 어려워지면서 투자 심리가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특히 지난해까지만 해도 벤처캐피털(VC) 업계는 시장성 높은 분야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갔지만, 올해는 그런 분위기마저 사라지고 있다. 대신 시리즈 A 등 초기 바이오 기업들과 IT분야와 연계된 헬스케어 기업들에 대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한 벤처캐피털 대표는 “요즘 어떤 분야에, 어떤 기업을 주목하고 투자한다고 특정하기에는 어렵다. (바이오) 투심이 워낙 안좋다 보니까 주로 초기 기업 중심으로 보고 있다”며 “과거에는 미국 시장을 보고 바이오 투자 트렌드가 많이 정해졌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국내 시장은 물론 미국 내 바이오 시장도 부진하다 보니 국내에서도 투자 방향을 특정하기가 어려워진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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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치료제 기업 이모코그-웰트 투자규모 눈길
바이오 분야 투자 규모가 축소되고, 그 방향도 특정하기 어렵지만, VC들의 주목을 받는 기업들이 있다. 디지털 치료제 개발 기업들이다. 디지털 치료제를 개발 중인 이모코그는 올해 3월 프리 시리즈 A 단계에서 15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투자에 나선 기관들은 전통제약사인 녹십자홀딩스를 비롯해 스톤브릿지벤처스, 카카오벤처스, SV인베스트먼트 등이었다.
설립 1년차인 이모코그는 설립 초기 네이버가 투자(17억원)한 것으로 유명하다. 치매 발병 전 단계인 인지기능 저하 상태(경도인지장애) 환자를 치료하는 플랫폼 코그테라를 개발 중이다. 애플리케이션으로 뇌에서 기억 전략과 관련된 영역을 활성화해 인지 능력을 향상시키고 장기 기억 증진에 도움을 준다,
웰트는 올해 1월 시리즈 B를 통해 총 110억원을 유치했다. 국내 대형 벤처캐피털인 IMM인베스트먼트가 단독 투자했다. 웰트는 삼성전자에서 스핀오프한 기업으로 불면증 디지털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임상 3상에 해당하는 확증 임상을 지난해 9월부터 진행 중이다. 불면증 외에도 알코올 중독, 섭식장애 치료제도 개발하고 있다.
◇시리즈 A서 170억 유치한 부스트이뮨
부스트이뮨은 최근 170억원 규모 시리즈 A 투자 유치를 마무리했다.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미래에셋금융그룹, 컴퍼니케이파트너스, SV인베스트먼트, 타임폴리오자산운용 등이 투자했다. 2021년 2월 설립된 이 회사는 항체를 이용해서 면역항암제와 ADC(항체약물접합체) 신약을 개발하는 기업이다. 브릿지바이오 연구소장 출신인 이광희 대표가 타다츠구 타니구치 동경대 교수와 설립했다.
부스트이뮨에 투자한 구영권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바이오헬스케어 부문 대표는 “이광희 대표는 브릿지바이오에서 (기술반환은 됐지만)기술이전 과정을 다 경험하셨고, 임상 진행 부분도 실무자로서 경험하셨던 분이다. 실제로 신약개발 임상부터 기술이전 과정까지 경험을 축적했다는 측면에서 투자를 결정했다”며 “이 대표가 항체나 ADC 신약을 개발하면 잘 될 것 같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메디톡스 관계사, 설립 10개월 만에 200억 유치
유방암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 상트네어바이오사이언스는 설립 10개월만인 지난 3월 총 200억원 규모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항암 및 면역 질환 치료 항체 플랫폼 개발사 상트네어바이오사이언스는 메디톡스(086900) 관계사다. 에스디바이오센서(137310) 관계사 바이오노트와 에스디비인베스트먼트가 투자에 참여했다. 핵심 파이프라인인 차세대 HER2 표적 항체 ‘CTN001’은 기존의 HER2 표적 항체가 목표로 하는 HER2 양성 유방암이 아닌 HER2 저발현 유방암을 적응증으로 하고 있다. HER2 저발현 유방암은 새롭게 분류되기 시작한 암종으로 전체 유방암의 50% 이상을 차지하지만 허가된 표적 치료제가 없어 큰 시장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평가다.
바이오 투자 VC 심사역은 “최근 바이오 분야 투자는 트렌드에 따라 이뤄지지 않는다. 개별 기업들의 성장성과 창업자의 역량에 따라 투자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며 “바이오텍에 대한 투자 제의를 대부분 거절하고 있지만, 초기 단계에서 대규모 투자를 받은 기업들은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