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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물가 급등에도 식음료 기업 웃었다…'줍줍' 타이밍?

양지윤 기자I 2022.04.04 00:11:27

실적 시즌 앞두고 음식료품 반등
우크라 사태에도 주요 기업 영업익 10% 증가 전망
곡물 재고율 완만한 상승세…"과거 생산량 감소와 차이"
"밸류에이션 과도한 저평가 구간…반등 시점에 매수"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올 들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고전을 면치 못했던 음식료품 주가가 기지개를 켜고 있다. 국제곡물가격 급등에 따른 원가 상승으로 1분기 실적이 하락할 것이란 우려와 달리 수익성 하락 부담이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꽁꽁 얼었던 투자심리가 다시 살아나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1분기 실적 전망에 기초해 당초 우려 대비 실적이 견조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을 중심으로 저가 매수할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음식료품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0.83% 오른 3880.32에 마감했다. 코스피 음식료품 지수는 CJ제일제당(097950)오리온(271560), 하이트진로(000080), 농심(004370), 롯데칠성(005300), 오뚜기(007310), SPC삼립(005610), 삼양식품(003230) 등이 포함돼 있다. 구성종목 중 CJ제일제당과 삼양식품은 전 거래일보다 각각 2.71%, 5.15% 오른 37만9500원, 9만8000원에 마감했다. 국제곡물가격 급등으로 원재료 가격이 오르는 악조건 속에서도 1분기 영업이익이 증가할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적 시즌 앞두고 음식료품 지수 반등

음식료품 지수는 지난달 하순 들어 다시 3800선을 탈환하며 4000선 회복을 노리고 있다. 지난해 4월 초 4200선을 기록했으나 같은 해 11월 3900선으로 내려온 뒤 올 들어서는 1월 말 3400선까지 밀렸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곡물가격이 급등하면서 음식료 업종에 대한 투자심리가 잔뜩 위축된 탓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곡물의 주요 생산지로 소맥과 옥수수의 생산 비중은 각각 14%, 5%에 불과하지만, 수출 비중은 26%, 16%를 차지한다. 러시아는 6월 말까지 밀, 보리, 옥수수 등 주요 곡물에 대한 수출을 중단하기로 결정하면서 3월 들어 옥수수·소맥·대두는 연초 대비 20~45% 급등했다.

음식료품주에 대한 투심이 최근 다시 살아나고 있는 것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지정학적 리스크에도 주요 기업들의 1분기 실적이 선방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음식료 업종 주요 업체 14개사의 1분기 매출액은 15조5853억원, 영업이익은 1조1684억원으로 추정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액은 10.8%, 영업이익은 10.3% 증가한 규모다.

특히 CJ제일제당과 롯데칠성, 삼양식품 등은 1분기 영업이익이 시장 컨센서스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서는 CJ제일제당의 연결 매출액은 6조7055억원, 영업이익은 412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9%, 7%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영업이익 컨센서스 3806억원 대비 8% 이상 증가한 규모다. 롯데칠성 역시 작년 1분기보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10.2%, 33.9% 증가하며 시장 기대치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했다. 삼양식품도 국내외 매출 호조와 우호적인 환율 효과로 영업이익이 40%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조미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작년 1분기는 투입원가가 높지 않았지만 현재 원가는 전반적으로 상승했다”면서 “다만 대부분 기업들이 판매 가격 인상을 시행해 수익성 하락 부담은 제한적이고, 수요 역시 당초 예상보다 견조했다”고 분석했다.

▲CJ제일제당 인천 공장에서 생산된 만두가 증숙 과정을 거치고 있다. (사진=CJ)


◇지정학적 리스크 뚫고 1분기 선방…기업가치 저평가 주목

곡물 가격 상승세가 과거와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1차 애그플레이션 시기(2006~2008년)에는 신흥국 수요 증가와 기상 이변, 국제유가 상승이 주된 원인이었다. 2차 애그플레이션 시기(2011~2012년)에는 주요 생산국의 극심한 가뭄에 따른 생산량 감소가 주 요인이었다. 이 기간 모두 재고가 부족해 곡물 가격이 폭등한 반면, 현재 곡물 재고율은 완만한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어 이전과는 양상이 다르다. 또 음식료품 기업들이 한 분기에서 최대 반년 치 재고를 확보한 만큼 원가가 반영되는 시점인 3~6개월 안에 곡물가격 상승세가 꺾일경우 원가 상승 압박이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조상훈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곡물 재고율이 가장 하락한 소맥의 경우도 최근 10년을 놓고 보면 재고율이 높은 수준”이라며 “러시아, 우크라이나 이외 국가들이 재배 면적을 증가시키며 곡물 가격 하향 안정화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고 짚었다.

음식료품 업종 내 대부분 기업들의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이 저평가된 점도 주목받고 있다. 조미진 연구원은 “외부환경과 원가 상승 관련 불확실성이 존재하나 작년부터 가격 인상을 시행해 왔고 3~6개월 정도의 재고를 확보한 상황이기 때문에 국제 정세 변화에 따른 곡물가격의 방향성 전환 가능성도 열려 있다”면서 “음식료 업종 내 대부분 기업들의 밸류에이션이 역사적 밴드 하단에 위치한 상황인 만큼 주가의 추가적인 하락보다는 반등 시점을 노려볼 때”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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