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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금융 자산군 vs 금융위기 촉발…월가 'AI 금융화' 갑론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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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원 기자I 2026.08.14 00: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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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몬 "새 신용시장"…월가 거물들 베팅
GPU 담보 '퍼스트로스' 구조로 위험 분산
오라클 CDS 215bp…버리 "돌고 돈다" 냉소
"시스템 리스크"…장부 밖 부채 2조달러

[뉴욕=이데일리 성주원 특파원] 엔비디아의 ‘금융화’를 보는 월가의 시선은 뚜렷하게 엇갈리고 있다. 딜을 설계한 쪽과 이를 지켜보는 신용시장의 온도차가 크다.

엔비디아 (사진=로이터)
엔비디아 (사진=로이터)
가장 적극적으로 이 구조를 옹호하는 쪽은 딜에 참여한 금융사들이다.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솔로몬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플랫폼을 두고 “엔비디아 컴퓨팅 자산을 담보로 한 새로운 신용시장을 만드는 기회”라고 말했다. 아폴로의 짐 젤터 사장은 “인공지능(AI) 인프라 구축에 8조달러(약 1경1305조6000억원) 이상의 자본이 필요하다”며 사모자본이 이 공백을 메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블랙스톤의 조너선 그레이 사장과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도 데이터센터 수요를 겨냥해 자본을 적극 투입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핑크 회장은 이를 1970년대 주택담보대출 증권화에 빗대 금융공학의 다음 진화 단계로 규정했다.

거래에 정통한 한 임원은 FT에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위험 등급별로 층위를 나눠 자본화할 수 있다며 이를 사모대출 시장의 대출채권담보부증권(CLO)에 견줬다. 다만 다른 임원은 회사마다 자금조달 방식이 제각각일 것이라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엔비디아는 리스 기간 GPU 잔존가치의 최소 25%를 보증해 초기 손실을 스스로 흡수하는 ‘퍼스트로스’(first-loss·선순위 손실 흡수) 구조를 짰는데,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비벡 아리아 애널리스트는 이를 통해 엔비디아가 그간의 벤더파이낸싱(고객사 직접 지원)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짚었다. BofA는 엔비디아 목표주가 320달러를 유지했다.

이 구조의 근본적 베팅은 ‘GPU가 빠르게 감가상각되는 기술의 법칙을 거스를 수 있는가’다. 렌터카나 상업용 항공기와 달리 GPU는 안정적인 중고시장이 없어, 다수의 대출기관은 3~5년 내 완전 상환을 요구한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지난 11일 엑스(X)에 올린 글에서 최신 칩의 임대 단가가 오히려 올랐고, 출시 6년째인 A100마저 당초 예상보다 오래 쓰이고 있다고 반박했다. 실리콘밸리 애널리스트 벤 바자린은 단기적으로는 수요가 견조하겠지만, 과잉건설과 모델 효율 개선에 따른 연산 수요 둔화 위험은 여전하다고 짚었다.

신용시장이 보내는 신호는 이와 정반대다. 엔비디아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사상 최고 수준까지 치솟은 가운데, 오라클 주가도 연초 대비 34% 넘게 떨어졌고 오라클의 CDS 프리미엄은 215bp까지 뛰었다. 다우존스마켓데이터에 따르면 기술주 관련 CDS 거래 규모는 2분기 기준 전년 동기 대비 약 7배로 불어났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영화 ‘빅쇼트’의 실제 주인공으로 유명한 전문 투자자 마이클 버리는 엔비디아가 오픈AI향 데이터센터 자금조달에 최대 2500억달러 규모의 지급보증을 검토한다는 보도에 “돌고 돈다”고 냉소했다. 예측시장 폴리마켓에서는 올해 안에 AI 거품이 터질 확률을 18%로 반영하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과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런 순환금융 구조를 ‘시스템 리스크’로 지목했다. 거래 조건이 충분히 공시되지 않고, 동일 자산이 여러 대출에 중복 담보로 잡힐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이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골드만삭스 집계로 아직 개시되지 않은 데이터센터 임차 약정만 약 1조달러, 모건스탠리 집계로 칩·전력 구매 약정이 9820억달러에 달한다.

성장과 부담이 동시에 커지는 모습도 있다. AI 클라우드 업체 코어위브는 지난 11일 발표한 2분기 실적에서 매출이 전년 대비 2배 이상 늘고 매출 잔고가 전년 대비 246% 증가한 1040억달러로 집계됐다고 밝히며 12일 주가가 20% 가까이 급등했다. 그러나 같은 분기 순손실도 6억2600만달러에 달했고, 연간 설비투자(Capex) 가이던스는 350억~390억달러로 오히려 상향 조정됐다. 급성장과 대규모 자금 소진이 동시에 진행되는 구조라는 평가다.

엔비디아의 신용이 다른 기업에 그대로 옮겨붙는 사례도 있다. 엔비디아가 임대를 보증한 텍사스 데이터센터 헛에이트(Hut 8)의 회사채는 무디스로부터 투자등급을 받아, 엔비디아 자체 30년물 회사채보다 불과 1%포인트 높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했다. 원래 비트코인 채굴업체였던 헛에이트의 신용도가 아니라 엔비디아라는 이름이 신용등급을 사실상 결정한 셈이다.

젠슨 황 CEO는 엔비디아는 플랫폼을 제공할 뿐이고 투자자들은 독립적인 투자 결정을 내린다며 순환금융이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이번 딜을 ‘순환금융 2.0’으로 부르는 시각이 늘고 있다. 향후 AI 수요가 기대에 못 미칠 경우 위험이 어디까지 번질지가 다음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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