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한국 남자 쇼트트랙이 20년 전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펼친 ‘황금빛 질주’를 밀라노에서 재현하기 위한 마지막 관문을 넘어섰다.
임종언(고양시청), 신동민(화성시청), 이준서, 이정민(이상 성남시청)으로 구성된 한국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은 16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5000m 계주 준결승 2조에서 6분52초708의 기록으로 조 1위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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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밀한 전략과 빈틈없는 팀워크가 만들어낸 역전극이었다. 경기장 빙질을 읽어낸 지략과 이정민의 폭풍같은 추월이 빛났다.
레이스 초반 네덜란드, 벨기에, 일본이 선두 다툼을 벌이는 사이 한국은 맨 뒤에서 기회를 엿봤다. 무리하게 대열 앞으로 나서기보다는 체력을 비축하며 상대의 빈틈을 찾는 데 주력했다. 밀라노 아레나의 불안정한 빙질을 고려한 이준서 등 베테랑들의 판단이었다.
침묵을 깬 것은 이번 대회 계주 멤버로 첫 올림픽 무대를 밟은 이정민이었다. 결승선을 25바퀴 남긴 시점, 이정민은 폭발적인 스피드로 인코스를 파고들며 일본과 벨기에를 한꺼번에 제쳤다. 순식간에 2위로 올라선 한국은 선두 네덜란드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가장 빛났던 순간은 11바퀴를 남긴 상황에서 나왔다. 이정민은 다시 한번 승부수를 던졌다. 이번엔 주특기인 인코스가 아닌 아웃코스였다. 큰 원을 그리며 네덜란드의 바깥쪽을 휘몰아친 이정민은 순식간에 대열의 맨 앞으로 치고 나갔다. 관중석에선 탄성이 터져 나왔다.
이후 네덜란드의 거센 반격에 잠시 선두를 내주기도 했다. 하지만 7바퀴를 남기고 이정민이 재역전에 성공하며 승기를 잡았다. 바통을 이어받은 신동민과 이준서는 노련하게 코스를 막으며 격차를 벌렸다. 마지막 주자 임종언이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며 드라마를 완성했다.
남자 5000m 계주는 한국 쇼트트랙에 ‘가까우면서도 먼’ 종목이었다. 2006년 토리노 대회에서 안현수, 이호석 등이 합작한 금메달 이후 무려 20년 동안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2010년 밴쿠버와 2022년 베이징 대회 은메달이 최고 성적이었다. 그 사이 러시아와 중국, 헝가리 등이 왕좌를 차지하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경기 후 믹스트존에 들어선 선수들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이준서는 “경기 전 세운 전술이 90% 이상 완벽하게 구현됐다”며 “빙질이 좋지 않아 초반 선두 싸움보다는 후반 승부수를 던졌는데 팀원들이 각자 역할을 완벽히 해줬다”고 공을 돌렸다.
역전의 발판을 마련한 이정민은 “첫 올림픽이라 총성이 울리기 전까지 심장이 터질 듯 긴장했지만, 빙판 위에 올라서니 오직 내 역할만 생각하게 됐다”고 말한 뒤 환하게 웃었다.
500m 예선 탈락의 아쉬움을 삼켰던 임종언 역시 “개인전보다 더 간절한 것이 계주다”며 “형들과 호흡을 맞춰 20년 전 토리노의 영광을 다시 이탈리아에서 재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한국은 오는 21일 오전 5시 15분에 네덜란드, 캐나다, 이탈리아와 메달 색을 놓고 최종 격돌한다. 홈 이점을 가진 이탈리아의 견제와 전통의 강호 캐나다의 파워를 넘어야 한다. 밀라노의 차가운 얼음 위에서 한국 남자 쇼트트랙의 땀과 노력이 ‘금빛 결실’을 눈앞에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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