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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철 비엘팜텍 회장이 라면사업에 꽂힌 까닭?

김지완 기자I 2025.03.21 11:05:13
[이데일리 김지완 기자] ‘미스터민(MR.Min)’.

박영철 비엘팜텍 회장이 17일(현지시간) 프랑스 르끌레어 한 매장에서 상품을 살펴보고 있다. (제공=비엘팜텍)


최근 박영철 비엘팜텍(065170) 회장이 꽂힌 네 글자다. 미스터민은 프랑스를 비롯해 유럽 전역에서 인기리에 팔리는 한국 라면이다. 비엘사이언스, 비엘멜라니스 등 신약개발과 체외진단기기 등 다양한 의료사업을 하던 박영철 회장 이름 석자 옆에 라면이 따라붙는 것 자체가 어색하다.

더 놀라운 건 한국 사람들은 미스터민 라면 존재를 잘 모른다. 이데일리는 18일 프랑스 현지에서 르끌레르와 유통협약을 마친 박영철 회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구 반대편에선 미스터민 라면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다.

◇“아시안푸드마켓에 들어간 국내 라면과 달라”

이날 비엘팜텍은 낭보를 전해왔다. 이날 비엘팜텍은 프랑스 르끌레르(E.Leclerc)와 미스터민 유통 계약을 맺었다는내용을 골자로한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르끌레르는 지난 2022년 기준으로 점유율 13.1%로 프랑스 식품 유통기업 순위표 맨 꼭대기에 이름을 올렸다. 이어 인터마르셰 12.1%, 까르푸 9.2%, 오샹 6.6%, 슈퍼 유 5.6% 순이었다. 르끌레르는 지난해 499억유로(79조원) 매출을 기록했다.

프랑스 식품 유통업체별 시장점유율. (제공=농식품수출정보(KATI))


르끌레르 매장 수는 프랑스 726개, 폴란드 43개, 룩셈부르크 27개, 포르투갈 21개, 스페인 18개, 안도라 4개, 슬로베니아 2개 등 총 800여 곳에 달한다.

이탈리아에서도 슈퍼마켓 체인 코나달소는 르끌레르 브랜드를 사용 중이다. 코나달소는 이탈리아 슈마마켓 시점점유율 조사에서 쿱(Coop. 15.0%)에 이른 2위(11.4%)에 올랐다.

미스터민은 이 외에도 까르푸, 모리슨, 오샹, 코라, 인터마르쉐 등의 내로라하는 유럽 내 대형 마트에 모두 입점하는데 성공했다. 미스터민 라면을 영국, 프랑스, 벨기에, 스페인, 독일 등 유럽 주요국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이유다.

박 회장은 “국내 유명 라면들이 많지만, 까르푸, 모리슨 등 현지 대형유통 체인에 입점한 라면은 미스터민이 유일하다”며 “일본 등 해외 라면들과 비교해서도 현지 대형 유통체인에 가장 큰 매대를 차지하고 있는 라면은 미스터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국내 유명 라면들이 현지 거대유통 체인이 아닌 ‘아시안 푸드마켓에’ 판매되는 것과 큰 차이”라며 “미스터민처럼 까르푸, 르끌레르, 오샹, 모리슨 등엔 전혀 입점하지 못한 상태”라고 비교했다.

프랑스를 비롯 유럽에선 미스터민이 주류이고, 삼양·농심이 비주류라는 얘기다. 미스터민은 프랑스 시장 출시 첫해 연 매출 100억원을 달성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K푸드 용어도 없던 시절, 현지화로 유럽인들 매료시켜

미스터민 라면은 지난 2006년에 설립됐다. 주요 제품군은 봉지라면, 컵라면, 우동, 야키소바 등이다. 이외에도 미소국, 아몬드, 크래커, 불고기 양념, 감자칩, 코코넛·알로에 음료 등을 판매 중이다.

박 회장은 “미스터민 설립자는 ‘민장식’ 애니원 프랑스 대표”라며 “민 대표는 대학 때 프랑스로 이주해와서 30년째 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이 라면이라 생각해 프랑스 현지에 판매를 시작한 것이 지금에 이르렀다”며 “미스터민 설립 당시인 2006년엔 ‘K푸드’ 용어조차 생소했다”고 덧붙였다.

미스터민 라면은 2009년부터 프랑스 대형유통 매장에 입점을 시작했다. 올해로 프랑스 대형유통 매대를 지킨 지 17년째다.

미스터민 라면. (제공=비엘팜텍)


그는 “민장식 대표가 지난 30년간 프랑스 대형 유통업체들과 네트워크를 탄탄하게 구축했다”며 “한국 라면은 국내에서의 맛을 그대로 수출 중인 반면, 미스터민은 철저한 현지화를 통해 유럽인들의 입맛에 맞췄다”며 성공 비결을 밝혔다”며 차이점을 설명했다.

◇“없어서 못 파는 라면…생산 늘리고 유통 혁신하면 대박”

미스터민은 현재 유럽에서 없어서 못 파는 라면이다.

박 회장은 “전날에도 오샹 총괄 디렉터가 연락와서 ‘언제까지 물량(라면)을 제공할 수 있냐’고 묻기도 했다”면서 “미스터민은 현재 프랑스를 중심으로 유럽에서 상당한 인지도를 가지고 있다”며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현재 미스터민은 국내에서 전량 제조업자개발생산(ODM)·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제조해 유럽으로 보내고 있다. 문제는 수출 통로로 이용되던 수에즈 운하가 2023년 11월 이래 이용할 수 없어 수출에 7~10일가량 시간이 더 소요되는 상태다. 예맨 후티 반군이 하마스-이스라엘 전쟁 발발 후 홍해에서 이스라엘 선박들을 공격했다. 이에 수많은 선박이 수에즈 운하 대신 아프리카 희망봉을 돌아가는 우회로를 선택했다. 이 과정에서 물류 지연과 비용이 치솟았다.

유럽 현지 라면 생산으로 수급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계획이다.

박 회장은 “유럽 내 미스터민 생산거점을 확보해서 전체 물량의 70%를 공급할 계획”이라며 “이렇게 되면 비용을 1/3가량 절감해 이익률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비엘팜텍은 미스터민에 대한 대폭적인 지원을 예고했다.

그는 “미스터민은 지금까지 시장 수요만큼 라면을 시장에 공급하지 못했다”면서 “앞으로 대대적인 투자로 시장 수요를 충족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비엘팜텍은 오는 4월 애니원에프앤씨 최대주주가 될 예정이다. 애니원에프앤씨는 ‘미스터민’을 판매하는 에니원 프랑스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미스터민에 대한 장밋빛 미래를 확신했다.

박 회장은 “미스터민은 유럽 내 강력한 인지도를 비롯해 확실한 유통 네트워크를 확보했다”며 “일본 니신라면이 맛을 현지화하고 현지 생산을 통해 연매출 6조~7조원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스터민이 제2의 니신라면을 목표로 한다”며 “빠른 시일 내 연 매출 1000억~2000억원을 달성해 실력을 증명하겠다”고 덧붙였다.

(제공=농식품수출정보(KATI))


한편,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세계 식품 유통시장 규모는 지난 2022년 기준으로 미국(21.5%), 중국(17.6%), 인도(6.2%), 일본(3.8%), 독일(3.3%), 프랑스(3.2%), 영국(3,0%), 러시아(2.8%), 이탈리아(2.1%) 순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22위로 시장 비율은 1.0%로 나타났다. 단순 계산으론 독일+프랑스+영국+이탈리아 주요 4개국의 식품 시장 규모는 총 8885억달러(1288조원)로 국내 시장 규모 803억달러(116조원) 대비 11배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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