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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임신한 B양은 가출해서 한 달 가까이 A씨의 집에서 동거했다. 하지만 출산 후 B양은 자신이 성폭행을 당했다며 A씨를 경찰에 신고했다.
재판에서는 범행의 유일한 증거인 A양의 진술을 신뢰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1·2심은 “중학생이 부모 또래이자 우연히 알게 된 남성과 며칠 만에 이성으로 좋아해 성관계를 맺었다고 수긍하기 어렵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1심은 징역 12년, 2심은 징역 9년을 각각 선고했다.
이후 대법원은 이 같은 1·2심 판결을 뒤집었다. 이 사건의 증거는 B양의 진술이 유일한데, 그 진술을 선뜻 믿기 어려워 A씨에게 유죄를 선고하기 부족하다는 판단이었다.
대법원은 A씨가 다른 형사사건으로 구속된 동안에 B양이 A씨에게 보낸 접견민원서신과 인터넷서신에 주목했다. 여기엔 B양의 소소한 일상생활 이야기와 함께 A씨를 ‘사랑한다, 많이 보고 싶다, 함께 살고 싶다, 고맙다, 힘내라’는 내용과 당시 임신 중이던 자신의 아이를 낳아서 잘 키우고 싶다는 내용 등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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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법은 만 13살 미만 아동과 성관계를 맺으면 무조건 성폭행으로 간주하지만 13살 이상부터는 위력에 의하거나 속아서 한 성관계임이 입증돼야 성폭행으로 본다.
파기환송심 재판부 역시 “여러 사정에 비춰볼 때 피해자의 진술을 선뜻 믿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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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루밍 수법을 쓰는 가해자들은 아이들의 취미나 관심사, 외로움, 빈곤 등의 취약점을 파악해 피해자를 선정한다. 이후 선물을 주거나 취미를 공유하면서 친분을 쌓는 과정을 통해 아이가 가해자에게 의존하도록 길들인 뒤 이 관계를 성적인 관계로 이어간다.
이에 시민단체가 국민 법감정에 어긋난 판결이라며 남성 처벌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이고, 정치권에서는 미성년자 의제강간죄 기준연령을 고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라지지 않았다.
2017년 11월 9일 대법원2부(주심 조희대 대법관)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강간 등) 등으로 기소된 A(48) 씨에 대한 재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