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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관광 분야 유관기관에 내려진 ‘특명’이다. 최우선 삭감 대상은 올해 관광 분야 40개 사업 중 관광진흥개발기금이 돈줄인 23개 사업, 그중에서 직속 기관인 한국관광공사와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운영을 뺀 21개 사업이다. 줄여야 할 금액만 어림잡아 2000억 원 가까이다.
우선순위나 중요도는 고사하고 단위 사업별로 무조건 95억 원씩 일괄 삭감해야만 맞출 수 있는 규모다. 겉보기에 명칭이 비슷한 유사 사업들은 하나로 합쳐 사업 축소를 기술적으로 가리는 ‘꼼수’라도 부려야 할 판이다. 여기에 ‘사업 고도화’ ‘효율성 제고’라는 그럴듯한 수사로 포장도 해야 한다.
예산 삭감은 관광진흥개발기금의 주 수입원인 출국자 납부금(출국세) 30% 감면을 결정할 때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정부는 지난 4월 납부 사실조차 모르는 ‘그림자 조세’를 줄인다며 항공료에 포함해 징수하던 1인당 1만 원의 출국세를 7000원으로 낮췄다. 면제 대상도 만 2세에서 12세 미만으로 확대했다.
다음 달 1일부로 시행되는 출국세 감면으로 줄어드는 수입은 올해 전체 관광 예산(1조 3100억 원)의 10%인 1300억 원 수준. 여기에 재정 당국의 긴축 재정 기조가 더해져 삭감 규모가 20%로 불어났다. 긴축 재정 기조야 어쩔 수 없다지만, 출국세 감면으로 줄어든 재원을 충당할 대책이 예산 삭감뿐이라는 건 어떤 설명을 갖다 붙여도 군색하고 옹졸하기 그지없다. 내일은 없고 오늘만 있는 보여주기식 행정의 전형이라는 비난에서도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자칫 국민 부담을 줄이기 위한 출국세 감면의 취지마저 퇴색될 수 있다.
이 시점에서 검토해 볼 만한 게 ‘관광세’다. 도시나 국가를 찾는 방문객에게 부과하는 관광세 도입은 세계적인 추세다. 미주, 유럽의 인기 관광도시부터 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까지 이미 관광세를 부과하고 있거나 앞다퉈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다음 달 올림픽이 열리는 프랑스 파리는 호텔 등급에 따라 1~5유로씩 차등 부과하던 관광세를 2배 가까이 인상했다. 이탈리아 베니스는 4월부터 호텔세 외에 당일치기 방문객을 대상으로 5유로 관광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내년 세계 엑스포가 열리는 일본 오사카도 기존 호텔세에 추가로 관광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관광세 도입의 표면적 이유는 환경보호, 문화유산 관리 등이지만, 실제로는 한결같이 정책 실행에 필요한 재원 확보가 목표다.
관광세의 징수와 집행 권한의 일부를 지자체에 두는 방안도 고민해 볼 문제다. 지금처럼 중앙 정부의 예산 따내기가 지역 관광 행정의 최우선 목표인 상황에선 지역 주도의 관광 활성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권한을 주되 그에 따르는 책임을 지우면 될 문제다.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할수록 재정 곳간이 채워지는 걸 체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역 관광 활성화의 동기를 부여하는 당근책이 될 수도 있다.
출국세 감면의 후폭풍은 비단 이번 한 번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겉으로 국내여행 활성화를 외치면서 속으로는 더 많은 국민이 해외로 나가길 바라는 겉과 속 다른 요행스러운 정책으로는 지역 관광은 물론 방한 관광도 살릴 수 없다. 주사위는 던져졌지만 아직 골든타임은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