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위원인 이인형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업의 정보공개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관련 정보공시’에 높은 중요성을 두고 있다. 강성진 고려대학교 교수는 ‘시장의 자율성’을 강조하고 정부가 불필요한 개입을 하면 안 된다고 주장한다. 연태훈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민연금 ‘기금운용 지배구조’의 문제점과 개선과제에 대한 의견을 갖고 있다.
◇ 이인형 “기업, 정보공개로 시장과 소통…ESG 공시 중요”
이인형 위원(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일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기업이 투자자를 위한 지속가능성 공시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특히 기업이 재무적으로 중요하다고 판단한 정보를 많이 공시할수록 (해당 정보가) 주가에 반영돼서 정보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
또한 국제회계기준재단(IFRS)은 지속가능성 정보 공시에 대한 글로벌 기준점을 마련할 예정이다. 우리나라도 이에 발맞춰 작년 12월 15일 한국회계기준원 내 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KSSB)를 설립하고 기업들과 논의를 진행 중이다.
이 위원은 “지속가능성 정보 공시 기준의 기본 지향점은 이해관계자보다 투자자를 위한 지속가능성 공시를 하라는 것”이라며 “기업 주가에 직접적 영향을 줄 수 있고 재무적 중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정보를 공시하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연구위원은 ‘기업의 정보공개’와 ‘ESG 관련 정보공시’가 중요하다는 의견을 보고서, 오피니언 등에서 강조했다.
그는 지난 1월 자본시장연구원 ‘중요성 기준 지속가능성 정보공개와 주가 정보성’ 보고서에서 “기업이 스스로 미래지향적이고 전략적인 관점에서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위험과 기회 요인을 파악해, 시장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면 이를 바탕으로 공정한 가치평가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업이 정보공개로 자본시장에서 정당한 평가를 받을 수 있다면, 정보공개에 대한 유인체계가 형성돼 효율적 자원배분이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 연구위원은 ESG 금융상품 관련 정보공시가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겉으로는 ESG 펀드를 표방하는 금융상품이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소위 ‘그린워싱’이 발생했을 때 행정제재 방안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그가 작년 12월 자본시장연구원 오피니언 ‘펀드의 지속가능성 공시 필요성’에 기고한 글에는 “국내 ESG 펀드들은 일반 펀드와 비교해 ESG 수준이 유의미하게 차이나지 않는다”며 “문제는 투자자가 사전에 이런 정보를 현재의 투자설명서를 통해 식별해서 선택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라고 적혀있다.
이어 “정보공개는 비례 원칙에 따라 지속가능성 요소를 결정적인 방법으로 투자 의사결정에 반영할수록 자세한 설명이 뒤따라야 한다”며 “해당 펀드가 지속가능성 요소를 구체적으로 얼마나, 그리고 어떤 방법으로 투자전략에 고려하는지를 상세히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 강성진 “민간 국제경쟁력 높아…정부 개입·규제 줄여야”
강성진 위원(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제경제 및 기후위기 등 지속가능발전 관련 연구 실적이 있는 전문가다. 현재 한국국제경제학회 회장을 역임 중이다. 강 교수는 시장의 자율성을 강조하고 정부가 불필요한 개입을 하면 안 된다고 주장한다.
|
또한 “우리 민간의 국제경쟁력은 세계적 수준으로 올라가 있으며, 정부 간섭과 지시 없이도 자신들의 창의력과 추진력으로 충분히 성장할 수 있다”며 “정부는 민간부문에 지원해 상호 윈윈하는 결과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여러 자본주의 체제 중 시장과 정부 역할이 적절하게 조합되는 한국형 자본주의 체제가 무엇인지를 찾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 교수는 작년 12월 서울신문에도 ‘시장경제 체제에 역행하는 초과이윤세’라는 제목으로 기고했다. 그는 기고문에서 “현실 경제에서 기업 이익이 부정부패, 정경유착 등 반시장적 요인이 아닌 공정한 경쟁에서 비롯되는 것이라면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선 안 된다”며 “이는 자본주의 체제의 근본적 목적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단기적 이유로 기업에 비정상적인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시장을 왜곡하는 ‘정부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며 “정부는 기업 경영의 성과 분배를 시장경제에서 알아서 해결할 수 있도록 ‘공정한 시장’을 조성하는 데만 관심을 두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 연태훈 “국민연금 기금운용, 독립성·책임성·전문성 필요”
연태훈 위원(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민연금기금 투자정책전문위원으로 활동한 경력이 있다. 현재 사학연금 리스크관리위원 및 연기금투자풀 운영위원이다. 기금운용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 있는 금융경제전문가로 평가받는다.
|
그는 국민연금 기금운용 지배구조의 문제점 3가지로 △독립성 미확보 △책임성 부재 △전문성 부족을 지목했다. 우선 기금운용에 독립성이 확보되지 않아 정부, 정치권이 개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연 의원은 기금운용의 중추는 보건복지부,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인데 어느 누구에게도 기금운용 관련 명시적인 책임이 부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원론적 수준의 신의성실 의무 정도가 부여돼 있다는 설명이다.
이밖에도 연금기금 운용은 풍부한 지식과 실무경험이 요구되는데, 현재 기금운용위원회 등 관련 기구가 기금운용에 대한 전문성을 보유한 인사들로 구성돼 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연 위원은 판단했다.
이에 그는 국민연금 기금운용 지배구조의 독립성, 책임성, 전문성을 확보해야 한다면서 다음 3가지 개선과제를 정리했다.
우선 기금운용 조직을 별도 기구로 독립시키고, 기금운용 관련 최고 의사결정은 해당 기구 이사회에 일임해 제3자의 다양한 이해관계가 기금운용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기금운용 기구의 이사회에는 가입자, 수급자에 대한 ‘신인의무’를 부과해 결정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인의무는 일반적으로 ‘타인재산에 대한 관리운용을 위탁받은 수임인이 위탁자 또는 수익자의 최대이익을 위해 합리적이고 사려 깊게 행동해야 할 의무’를 말한다.
이밖에도 전문성을 가진 인력으로 이사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해관계자 단체의 대표성을 굳이 유지해야 한다면 최소한 이들 단체가 전문성을 보유한 이사를 추천하도록 해야 하며, 이들 이사가 추천단체의 이해를 대변하도록 함으로써 전문성과 대표성을 아우르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