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기술은 기존 의약품이나 신규 타깃을 적용해 다수의 신약 후보물질을 도출할 수 있는 기반 기술이다. 임상 진행, 상업화를 통해 신약 가치를 입증하면 적용 가능한 질환이 늘어나 파이프라인 확장이 용이하고 추가 기술이전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강점이 있다. 실제 기술수출에 여러 번 성공한 국내 바이오 기업은 대부분 차별화된 플랫폼 기술을 갖고 있다. 사업 확장성이 있는 만큼 플랫폼 기술에 대한 시장 관심도 많다. 세계적 컨설팅 기업 맥킨지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 간 글로벌 벤처캐피탈(VC)이 바이오텍에 투자한 520억 달러 중 346억 달러는 플랫폼 기술 보유 업체에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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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양행(000100)도 에이프릴바이오의 사업 확장성에 주목, 직접 투자에 나섰다. 유한양행은 에이프릴바이오의 전략적투자자(SI)로 현재 현재 지분 10.21%를 보유한 2대주주다. 에이프릴바이오의 플랫폼 기술과 유한양행의 항암 표적 기술을 활용해 이중작용 지속형 융합단백질 신약후보물질 공동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SAFA 플랫폼을 적용한 주요 후보물질인 ‘APB-A1’은 활성화된 T세포에 발현되는 ‘CD40L’을 표적하는 항체 융합 단백질이다. 이 단백질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한 새로운 표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APB-A1은 2021년 10월 덴마크 제약사 룬드벡에 총 계약규모 5400억원, 계약금 234억원에 기술이전됐다. 당시 룬드벡에서는 CD40L을 중성화할 화합물을 찾고 있었는데, 에이프릴바이오의 긍정적인 전임상 데이터를 보고 기술도입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진다. APB-A1은 혈전색전증을 유발할 수 있는 Fc 없이도 체내에서 알부민과 결합하는 기전을 갖는다. 부작용 우려 없이 CD40L 저해제를 개발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해외 경쟁 약물로는 최근 암젠이 인수한 호라이즌의 쇼그렌증후군 등 자가면역 염증질환 치료제 후보물질 ‘VIB4920’가 있다. VIB4920는 CD40·CD40L 리간드에 결합하는 융합 단백질로, 최근 임상 2상을 마쳤다. 임상 단계는 에이프릴바이오 보다 앞서 있지만, 동물시험 데이터 상 반감기가 에이프릴바이오가 최대 10일로 호라이즌(6일)보다 더 긴 것으로 나타났다.
APB-A1은 현재 룬드벡의 주도로 미국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다. 오는 6월 종료 예정이다. 임상 1상에서 면역원성과 안전성 데이터가 확보된다면 APB-A1 파이프라인의 가치와 SAFA 플랫폼 경쟁력 또한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밖에도 회사는 염증성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APB-R3(IL-18 타깃)’, 남성불임 치료제 ‘APB-R2(FSH 타깃)’ 등 SAFA 기술을 적용한 후보물질을 지속적으로 도출, 개발하고 있다. ABP-R3는 올해 호주 임상 1상 진입을 목표하고 있다.
에이프릴바이오 관계자는 “그 동안은 파이프라인이 모두 전임상에 머물러 있었지만 올해는 임상 1상 완료 1개, 임상 1상 진입 1개로 임상 단계에 진전을 보일 것”이라며 “그만큼 기술수출 가능성도 높아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만성적인 자금 부족에 시달리는 일반적인 바이오텍과 달리 에이프릴바이오는 현금 잔고도 풍부하다. 지난해 9월 기준 약 700억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연간 지출 비용은 150억~200억원이다. 후보물질 개발 속도와 추가 임상 진입에 따른 비용 증가를 감안해도 앞으로 2년 간은 추가 자금 조달 없이 경영을 이어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