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만 해도 동네마다 1~2곳은 있었던 비디오·DVD 가게가 이젠 거의 흔적조차 사라지고 있다. 몇몇 비디오·DVD점이 다른 사업과 연계하면서 근근이 연명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인터넷 등 기술의 변화나 소비자들의 소비 행태 변화에 따라 업종 자체가 위협을 받고 있는 탓이다.
17일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음반 및 비디오물 임대업체 수는 2000년 1만5466곳에서 2011년 974곳로 93.7%나 줄었다. 같은 기간 종사자 수도 2만3551명에서 1579명으로 93.3% 감소했다. 1999년 기준 9000억원에 육박하던 국내 홈비디오시장도 2012년 말 기준 230억 원대 규모로 급속히 축소된 것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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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에서 디지털 전환은 인류 역사상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특히 테이프 중심에서 데이터 중심으로 옮겨간 비디오산업은 인터넷시대를 맞아 급격한 전환점을 맞게 된다. 무한 복제가 가능한 디지털 특성상 순식간에 퍼져 나가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기존 비디오 가게에서 인기 비디오를 보려면 몇 주일씩 기다렸던 때와는 차원이 달라졌다.
특히 인터넷발달과 함께 불법복제 확대는 비디오산업을 순식간에 무너트렸다. 집집에 인터넷만 깔려있으면 무료로 다운로드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비디오업체가 유료로 디지털 영화를 제공했지만, 무료 불법사이트에 막혀 빛을 보지도 못한 채 사라졌다. 오히려 불법콘텐츠를 제공한 웹하드업체들이 돈을 벌어가는 구조가 굳어졌다.
여기에 디지털케이블방송과 IPTV 등 뉴미디어의 발달은 비디오물 몰락을 가속화했다. 실시간 방송 서비스를 넘어 주문형 비디오(VOD) 양 방향 서비스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굳이 비디오가게를 찾아갈 필요도, 어렵게 인터넷에서 찾아보지 않아도 리모콘 2~3번만 누르면 쇼파에 누워서 쉽게 영화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2009년에 200억 원대에 머물던 IPTV 영화 시장은 지난해 1300억 원대까지 성장했다.
스마트폰 등장은 또 다른 복병이다. 집안의 쇼파가 아닌 언제 어디서나 스마트폰, 스마트패드로 마음껏 영상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미국 최대 DVD대여 체인점으로 호황을 누렸던 ‘블록버스터’가 점포를 전면 폐쇄한다는 기사에 ‘인터넷이 비디오 가게를 죽였다(Internet Kills the Video Store)’란 제목을 붙였다. 1980년대 영국 가수 버글스(buggles)가 부른 ‘비디오가 라디오 스타를 죽였다(Video Killed the radio star)’ 노래는 이렇게 변했다.
유료방송 업계 한 관계자는 “모든 영상물이 이젠 인터넷 프로토콜(IP)로 전송되는 그야말로 올(All-IP)시대에 살고 있다”면서 “기존에 유통되고 제작되던 영상방식은 차츰 사라질 수밖에 없는 건 시대적 진실”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