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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일기] 화내고 혼내는 사이, 아이의 키가 자랄 시간이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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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용 기자I 2026.09.12 00: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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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찬 하이키한의원 대표원장

[박승찬 하이키한의원 대표원장] “오늘도 숙제 때문에 한바탕했어요.” ADHD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에게서 자주 듣는 말이다. 지시가 잘 지켜지지 않고 감정 기복이 크다 보니 하루하루가 긴장의 연속이다. 그런데 이 만성적 갈등이 부모와 아이의 마음을 지치게 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스트레스는 실제로 아이의 키 성장을 억제하는 생리적 기전으로 작동한다.

우리 몸은 스트레스 상황에서 부신에서 코르티솔이라는 호르몬을 분비한다. 코르티솔은 위기 상황에서 몸을 순간적으로 방어하는 호르몬으로, 짧게 작용할 때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이것이 만성적으로 반복될 때다. 코르티솔이 지속적으로 높게 유지되면 성장호르몬의 분비와 작용을 함께 억제해, 성장판에서 세포가 분열하고 늘어나는 과정 자체를 더디게 만든다.

ADHD 아이들의 일상은 이런 만성 스트레스에 노출되기 쉬운 조건을 여럿 갖추고 있다. 지시를 따르기 어려워 부모와 반복적으로 부딪히고, 학습과 또래 관계에서도 좌절과 갈등이 잦다. 이런 상태가 누적되면 코르티솔이 만성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게 되고, 이는 앞서 다룬 수면 문제와도 맞물려 성장을 이중으로 억누른다.

여기에 불규칙한 식습관이 더해지면 문제는 커진다. 스트레스가 높은 아이들은 식욕 기복이 크고, 특정 시간대에 과식하거나 끼니를 거르기 쉽다. 영양이 꾸준히 공급되지 못하면 코르티솔로 억제된 성장 여력을 회복할 기회마저 줄어든다. 스트레스와 불규칙한 식사, 성장 억제가 서로를 강화하는 악순환이다.

한의학에서는 이런 상태를 ‘간기울결(肝氣鬱結)’과 ‘심비허(心脾虛)’라는 개념으로 설명해왔다. 간기울결은 감정이 제대로 풀리지 못하고 속에서 뭉쳐 몸의 기운 순환을 막는 상태로, 야단맞거나 좌절하는 일이 반복되는데 그 감정을 충분히 해소하지 못하는 아이에게서 흔히 나타나며 식욕부진이나 소화불량, 짜증으로 이어지기 쉽다.

심비허는 이런 긴장이 오래되어 심장과 비위(소화기)의 기운 자체가 허약해진 상태로, 잘 먹지 못하고 쉽게 지치는 아이들에게서 관찰된다. 흥미롭게도 이는 서양의학이 말하는 만성 스트레스-코르티솔 축의 결과와 상당 부분 겹친다. 감정이 해소되지 못해 소화 기능과 회복력이 함께 떨어진다는 점에서, 두 관점은 같은 현상을 다른 언어로 설명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아이들을 위해 부모님들을 위한 세 가지 제안을 드린다.

첫째, 훈육의 방식을 바꾼다. 어겨졌을 때 즉각 감정을 실어 나무라기보다, 짧고 명확한 규칙을 미리 정해 일관되게 적용하는 편이 아이의 긴장도를 낮춘다.

둘째, 감정을 해소할 통로를 마련한다. 하루 중 짧게라도 그날 있었던 일을 편하게 털어놓을 시간을 만들어주면 간기울결로 이어지는 감정의 정체를 줄일 수 있다.

셋째, 식사 시간을 규칙적으로 고정한다. 식욕이 오르내리더라도 하루 세끼를 비슷한 시각에 차려주는 것만으로도 몸이 안정적인 리듬을 되찾는 데 도움이 된다.

키를 키우는 일은 결국 아이의 몸과 마음을 함께 편안하게 만드는 일이다. 오늘 아이와 나눈 대화가 다정했는지 되돌아보는 것, 그것이야말로 가장 기본적인 성장 관리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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