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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젠의 기술공유 사업은 애플과 구글의 플랫폼 사업과 유사하다. 앱스토어와 구글플레이가 전 세계 앱을 한 데 모아주는 플랫폼을 제공하고 기업들로부터 일정 수수료를 징수해 수익을 창출하는 것처럼, 신드로믹 PCR 기술과 노하우를 전 세계 과학자들에게 제공해 현지 맞춤형 제품을 직접 개발하도록 하는 게 기술공유 사업 핵심이다. 여기서 개발된 제품들은 씨젠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판매가 되고, 유통을 통한 마진은 씨젠의 수익이 된다.
백 실장은 “우리는 원천 기술을 공유해주는 대신 여기서 개발된 모든 제품은 씨젠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판매가 되게끔 사업 설계가 돼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하나의 제품을 판매해 얻는 마진보다 유통을 통한 마진이 훨씬 늘어나는 구조가 형성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드로믹 PCR 검사는 씨젠의 20년 유전자증폭(PCR) 연구개발 역사가 집약된 기술로, 유사한 증상을 일으키는 병원체를 하나의 튜브로 검사할 수 있다. 하나의 튜브에서 최대 14개 병원체를 잡아내는 기업은 전 세계에서 씨젠이 유일하다.
◇“전 세계 과학자 참여 의지 높아”
기술공유 사업은 올해 3월 시작된만큼 아직 초기 단계지만 벌써 글로벌 기업과 연구자들 관심이 뜨겁다. 회사는 3월 이스라엘 진단기업 하이랩, 6월엔 스페인 진단기업 웨펜과 기술공유사업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두 회사 모두 현지 1위 기업이다. 회사는 내년 기업 10여곳과 추가로 포괄적 기술공유 협약을 맺을 계획이다. 참여 국가 기업 수에 따라 연간 수백, 수천 개 신드로믹 제품 개발이 가능해진다. 보통 PCR 분자진단 기업 한 곳당 독자 개발할 수 있는 신드로믹 제품 개수는 연간 몇 개 정도에 불과하다. 회사는 2028년까지 100여 개국 대표기업과 계약을 성사시키겠다는 목표다.
올해 6월에는 과학 학술지 네이처를 발행하는 영국의 ‘스프링거 네이처’와 협약을 맺고 시약개발 글로벌 공모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진단시약을 개발하고자 하는 연구진에게 연구비와 소모품, 장비 등을 무료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전 세계 연구진들이 다양한 질환에 대한 시약을 대신 개발해주기 때문에 씨젠 입장에서는 연구개발(R&D) 인력을 효율화할 수 있다. 또 개발된 제품은 씨젠의 유통망에서만 판매되기 때문에 여기서 오는 유통 마진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스프링거 네이처와의 첫 번째 공모 프로젝트에 대한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15개 과제를 공모했는데 47개국에서 281건이 접수됐다. 백 실장은 “스프링거 네이처도 깜짝 놀랐다. 첫 공모였는데 이 정도 성과를 낸 건 성공적이고, 많은 국가 과학자들의 개발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내년 비코로나 매출 30% 이상 성장 기대”
씨젠은 기술공유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려면 2~3년 정도의 기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이미 비코로나 제품 매출은 오르고 있다. 코로나와 무관한 사업에서 작지만 긍정적인 신호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올해 3분기 기준 비코로나 제품 매출은 스페인에서 약 52%, 이스라엘에서는 약 20%씩 각각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2분기 씨젠의 비코로나 제품 매출은 1년 전과 비교해 31%, 3분기에는 36% 각각 늘었다. 특히 3분기 시약 매출은 759억원으로, 이 가운데 약 76%(579억원)가 코로나와 무관한 제품에서 나왔다. 회사는 내년 비코로나 제품 매출이 30% 이상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전망에 따르면 올해 씨젠의 예상 매출은 3680억원, 영업손실은 320억원이며, 내년 예상 성장률을 적용한 매출 규모는 약 4040억원이다.
증권사가 내놓은 내년 매출 성장률은 전년 대비 10%지만, 기술공유 사업이 예상보다 빠르게 안착할 경우 매출 성장 속도는 앞당겨질 수 있다.
백 실장은 “기술공유 사업은 기업 입장에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측면도 있지만, ‘질병 없는 세상’ ‘감염병에서 벗어나는 세상’을 위해 누군가는 가야할 길을 씨젠이 앞서서 가고 있는 것이다”며 “세상에 없는 시약들을 만들어 인류에 기여하는 기업이 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