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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은 2018년 3월 20일 대전시 중구에서 발생했다. A씨는 전날 오후 6시부터 직장 동료이던 피해자 B씨를 만나 식당에서 술을 마셨고 두 사람은 A씨의 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러던 중 B씨의 언급으로 또 다른 직장동료인 C씨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됐다.
A씨는 평소 업무에 간섭하거나 면박을 준 C씨에게 악감정을 품고 있었다. 그는 C씨가 자신 때문에 차장 승진이 누락돼 일부러 무시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A씨는 B씨의 부서로 이동한 뒤에도 스트레스를 받자 같은 달 15일 사직서를 낸 상태였다.
B씨는 A씨에게 “어차피 그만두는데 당신은 요리사 모임에서 C씨를 만날 것 아니냐. 나중에 다시 만나면 창피할 수 있다. 그만 화해하라”고 권유했다. 이에 A씨는 “후회할지언정 화해는 못 한다. C씨가 내게 찾아와 사과하면 손가락을 자르든지 할복하든지 해야 한다”고 답했다. 두 사람은 이 같은 대화를 반복했고 A씨는 B씨가 ‘화해하라’는 식으로 말한 것에 화가 나 몸싸움을 시작했다.
◇경찰수사 시작되자 시신 매장 결심
이튿날인 20일 새벽 B씨는 A씨와의 다툼으로 얼굴이 부었고 “이거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었다. 이에 A씨는 격분하며 3㎏에 달하는 둔기를 들고 B씨의 얼굴과 머리를 수차례 내리쳤다. 이 과정에서 B씨의 신체 일부를 밟기도 했다. A씨의 범행으로 B씨는 머리와 목 부위가 골절됐고 현장에서 숨졌다.
경찰은 같은 날 “B씨가 출근하지 않는다”는 실종신고를 접수하고 그의 직장동료 등을 상대로 탐문 수사를 벌였다. A씨는 직장에 경찰관들이 찾아와 B씨의 행방에 대해 묻자 시신을 매장하기로 작정했다. 그는 이날 구매한 삽과 톱을 비롯해 B씨의 시신 등을 챙겨 차량에 올라탔다. 사람이 다니지 않을 때를 확인하는 등 치밀한 움직임이었다. 21일 새벽 A씨는 차량을 몰고 대전 서구의 한 야산에 도착해 구덩이를 판 뒤 B씨의 시신을 몰래 묻었다.
경찰은 A씨가 탐문수사 이틀 뒤 잠적한 것을 수상히 여겨 행적을 뒤쫓았고 이날 오후 5시 30분께 그를 긴급체포했다. 또 암매장된 B씨의 시신도 찾아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B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암매장한 것은 인정하면서도 범행 동기는 “술에 취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그는 곧 구속됐고 B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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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 측은 법정에서 “살인이 아닌 상해·폭행의 고의만 있었을 뿐”이라며 “범행 당시 피해자를 C씨로 착각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A씨가 손상 시 치명적인 목과 머리를 둔기로 내리쳤다며 B씨가 사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충분히 인식했다고 판단했다. 또 A씨가 범행 전후 상황과 경위 등을 대체로 기억하고 진술했다며 심신미약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후 A씨와 검찰 측은 항소했고 2심 재판부는 이를 모두 기각했다. A씨 측은 B씨를 살해할 고의가 없었고 사건 당시 급성알코올독성으로 단기기억상실이 발생해 심신상실 및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변론했다. 이에 대해 2심 재판부는 원심과 비슷한 판단을 내렸다. A씨 측이 주장하는 ‘블랙아웃’ 상태는 사후적인 기억장애이기에 범행 당시 사물 변별 능력을 상실했는지에 대해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취지다.
2심은 “피고인이 유가족의 심경보다는 자신이 키우던 반려동물의 안위를 우선시하는 태도를 보였고 허위 사실을 말해 수사에 혼선을 초래했다”며 “도피용 자금까지 마련한 것으로 보이므로 양형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자수 의사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후 대법원이 A씨의 상고를 기각하며 징역 18년이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