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뇌’로 불리는 마이크로바이옴은 미생물(Microbe)과 생태계(Biome)의 합성어로 사람 몸 안의 미생물 생태계를 뜻한다. 마이크로바이옴은 뇌 질환, 간 질환, 자가면역질환 등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인 빌 게이츠는 세계를 바꾸게 될 세 가지 기술 중 하나로 마이크로바이옴을 꼽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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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고바이오랩에 따르면 회사 측은 최근 건선 치료제 KBLP-001을 위한 환자 모집을 완료하고 투약을 진행하고 있다. 올 하반기나 늦어도 내년 1분기에는 임상 2a상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결과가 좋다면 고바이오랩은 중국 등 해외 제약사와 기술이전 논의에 돌입할 예정이다. 건선은 지나친 면역세포 활성화로 야기되는 피부 질환이다. 고바이오랩 관계자는 “건선 치료제 임상을 위한 환자 모집은 거의 마무리된 단계”라며 “임상 관련 최종 보고서를 올해 끝내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 질병 연구 패러다임 바꾼 마이크로바이옴...치료제 개발 원리는?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결합해 각종 질병이 생긴다는 것은 그동안 우리에게 상식과도 같았다. 하지만 마이크로바이옴 연구가 그 통념을 깼다. 미국 하버드대 의대와 이스라엘 와이즈만 연구팀이 ‘13가지 만성 질환 원인’에 대해 연구한 결과, 유전적 요인이 강한 제1형 당뇨를 제외한 12개 질병에서 마이크로바이옴 영향이 유전적인 원인보다 더 크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실제 인간 유전자 수는 고작 1만5000개인 초파리 유전자 수보다 조금 더 많은 2만개 수준이지만 마이크로바이옴의 유전자는 200만개에 달한다. 유전자 차이만 100배 정도다. 세포수도 마이크로바이옴이 더 많다. 체내 미생물이 인체보다 복잡한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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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세균 관련 의약품은 해로운 균을 죽이는 항생제로 개발됐지만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는 미생물을 넣는 방식으로 개발된다. 고바이오랩 또한 장내 면역세포를 통해 KBLP-001을 흡수시켜 장과 피부, 간의 과다 면역 시스템으로 의해 피부에서 일어나는 염증 반응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치료제를 만들고 있다. 항암제의 경우 T세포를 강화해야 하지만, 건선 치료제는 그와 반대로 조절 T세포를 활성화해야 하는 기전인 것이다.
◇염증성 장 질환 치료제 1호 이미 승인...2호 주인공은?
기술 개발 속도는 미국에게 다소 뒤져있다. 경구용(먹는)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1호는 이미 나온 상황이다. 미국 바이오의약품 기업 세레스테라퓨틱스의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치료제 ‘보우스트’는 지난 4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다. 캡슐형으로 개발돼 투약 장점까지 갖춘 세레스로 인해 사실상 염증성 장 질환 관련 마이크로바이옴 시장 선점은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고바이오랩이 개발하는 치료제는 적응증(대상 질환)이 다르다. 고바이오랩에서 가장 빠른 임상 파이프라인의 적응증은 건선이다. 마이크로바이옴 면역항암제를 노리는 지놈앤컴퍼니·CJ바이오사이언스와도 다른 노선이다. 속도 면에서도 마이크로바이옴 대표 주자인 지놈앤컴퍼니에 크게 뒤지지 않는다. 두 회사 모두 2상 환자 모집 후 투약 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CJ의 경우 전임상 단계로 다소 연구 단계가 늦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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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식을 적응증으로 하는 치료제도 준비 중이다. 고바이오랩은 미국에서 알레르기 질환 치료제 KBLP-002의 특허를 받았고 현재 글로벌 임상 2상을 준비 중이다. 특히 전임상 및 임상 1상 시험 결과를 바탕으로 지난 2021년 중국 상해의약그룹의 자회사인 신이(SPH)에 중국, 홍콩, 마카오, 대만 지역에 대한 권리를 라이선스아웃(L/O)하며, 반환 의무가 없는 250만달러(약 29억원) 규모의 계약금을 받은 바 있다. 고바이오랩 관계자는 “미국 특허 등록을 통해 가장 큰 치료제 시장에서의 독점적인 권리 주장이 가능해졌다”며 “후속 임상시험을 적극적으로 준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셀트리온과는 작년부터 과민성대장증후군 및 아토피피부염 치료제 후보물질 연구를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해당 연구 결과 또한 내년에 나올 예정이다. 고바이오랩은 내년 초 비임상 효능 연구로 일부 신약후보물질을 셀트리온에 이전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조품질관리(CMC) 관리가 쉽지않은 마이크로바이옴 분야에서 셀트리온의 개발 역량이 고바이오랩과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캐시카우(현금창출) 확보를 위한 다양한 방안도 마련했다. 고바이오랩은 지난해 이마트와 총 400억원을 투자해 건강기능식품 합작사 ‘위바이옴’을 설립했다.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개발 노하우를 건강기능식품에 녹여 제품군을 꾸준히 확대해간다는 방침이다.
신한투자증권 정재원 연구원은 “고바이오랩이 자체적으로 구축한 스마티옴이라는 플랫폼을 통해 경쟁 업체 대비 빠르게 후보물질을 발굴해 신약 개발 기간을 단축시킨다는 강점을 보유했다”며 “관련 기술을 라이선스 아웃하는 전략으로 이미 총 3건의 기술 수출을 진행하며 순항 중”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고바이오랩은 국내 최초로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개발에 나선 업체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인 고광표 대표가 지난 2014년 설립했고 지난 2020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