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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국약품의 첫 전문경영인인 원덕권 대표는 대웅제약, 한국얀센, 동화약품 등에서 제품 개발 및 라이센싱을 담당했다. 이후 삼아제약에서 연구·개발·생산 부문 총괄사장직을 역임한 뒤 2018년 안국약품으로 영입됐다. 이곳에서 R&D 및 생산총괄을 맡으면서 안국약품의 강점과 약점을 잘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원 대표는 안국약품 몸집을 경량화해 빠르게 변하는 흐름에 맞춰 간다는 방침이다. 또 연구개발 및 생산을 담당했던 원 대표의 역량을 발판으로 기존 제품 및 제네릭을 통해 매출을 확보한 뒤 새로운 성장동력에 힘을 싣는다는 전략이다.
안국약품은 2018년 매출 1857억원에 영업이익 154억원을 기록하던 중 2019년 대규모 리베이트 혐의 및 불법 임상시험 혐의가 드러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그해 매출 1559억원, 영업이익 24억원을 기록하며 급락세를 면치 못했다. 이후에도 리베이트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한 안국약품은 2020년 매출 1434억원과 영업손실 1억원의 실적을 거뒀다. 이어 2021년에는 매출 1635억원 영업손실 11억원의 성적표를 받을 정도로 리베이트 여진은 계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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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대표는 2021년까지 매출 감소 또는 정체가 이어지던 안국약품의 체질을 대폭 개선했다는 평가다. 특히 기존 자체 영업 비중을 줄이는 대신 영업대행사(CSO)를 적극 활용, 리베이트의 여지를 차단한게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제약사가 CSO를 이용할 때는 수수료 형태로 비용을 제공하기 때문에, CSO 이용 비중은 지급수수료에서 잘 나타난다. 안국약품의 경우 지급수수료가 2021년 498억원에서 725억원으로 45%나 늘었다.
원 대표는 한발 더 나아가 올해 초 영업조직 중 의원총괄사업부를 아예 없앤 뒤 CSO로 전환했다. 의원총괄사업부는 안국약품의 대표품목인 진해거담제(기침가래약) ‘시네츄라’와 혈압약 ‘레보텐션’ 등 매출의 대부분인 1600억원 가량을 담당하던 조직인 만큼 내부적으로도 변화에 대한 적응 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영업 인력에 대한 인건비와 수수료 사이 적정한 균형을 맞춰 수익이 줄어들지 않도록 조절하는 것이 중요할 전망이다.
◇코로나19 등 변수 존재…행정처분도 곧 진행 전망
당분간 안국약품에 영향을 미칠 또 다른 변수는 코로나19다. 코로나19 ‘특수’가 끝난 뒤 실적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
안국약품의 주요 매출원 중 하나인 ‘시네츄라’의 경우 코로나 초기 마스크 착용 등 높은 수준의 방역과 환자들의 병원 방문 횟수 감소 등으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처방액을 살펴보면 2019년 339억원에서 2020년 223억원, 2021년 178억원으로 급감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방역지침이 위드 코로나로 전환되며 349억원 어치가 처방되면서 원상회복됐다.
정부는 지난해 코로나19와 독감이 동시에 유행하는 트윈데믹 등 감기약 수요 급증에 대한 우려로, 아세트아미노펜 및 이부프로펜 성분 의약품에 대해 업무 정지 등 행정처분을 유예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안국약품이 보유 중인 아세트아미노펜 및 이부프로펜 성분 의약품 6품목은 2019년 리베이트로 인해 받게 된 ‘3개월 판매정지’ 처분을 피해 정상적인 판매를 이어왔다.하지만 코로나19 유행이 안정화되면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유예했던 판매정지 처분을 곧 재개할 계획인 만큼 매출에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제네릭으로 매출 안정화 뒤 연구개발도…신사업으로 돌파구
안국약품은 우선 제네릭 제품을 통해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한 뒤 이를 성장동력이나 신사업에 적극 투입한다는 구상이다. 아직까지는 과도기 단계인 만큼 연구개발 비용이 많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 최근 3년간 연구개발비용은 169억원, 173억원, 129억원으로 연구개발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최근 3년 승인받은 임상시험 12건 중 7건이 생동성 시험으로, 아직까지는 제네릭 제품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한동안은 제네릭 제품 위주의 사업이 이어질 전망이다.
하지만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안국약품은 개발 중인 3제 복합 고혈압 치료제 AGSAVI(AG-1705)의 두 번째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칼슘채널차단제(CCB) 성분 ‘에스암로디핀’과 안지오텐신Ⅱ 수용체 차단제(ARB) 성분인 ‘발사르탄’에 이뇨제 성분으로 ‘인다파미드’를 조합했다. 현재 CCB+ARB+이뇨제 시장에는 다이이찌산쿄의 세비카가 지난해 591억원의 처방액으로 선두 자리에 있다. 이어 한미약품 아모잘탄플러스가 284억원, 유한양행 트루셋이 163억원의 처방액을 기록하는 등 총 1000억원 규모의 처방액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안국약품이 AGSAVI(AG-1705) 품목허가에 성공한다면 이뇨제로 인다파미드 성분을 사용한 첫 3제 고혈압 제품인 만큼 경쟁력도 확보했다. 안국약품은 AGSAVI(AG-1705)임상 3상을 2025년 1분기에 임상 종료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상용화는 2026년 쯤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약업계에서 늘 주목받는 항암제 사업도 적극 추진 중이다. 원 대표는 지난해 8월과 9월 항암제를 개발하는 벤처 브이원바이오, 티씨노바이오사이언스와 기술 제휴를 체결했다. 안국약품 부사장이자 연구소장을 지낸 김맹섭 대표가 창업주인 이중항체 기반 면역항암제 개발 업체 머스트바이오를 통해서도 항암 사업에 나서고 있다.
안국약품은 지난 2020년 ‘2030 뉴비전’을 발표하면서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맞는 토탈 헬스케어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발표한 이후 치료제를 넘어 의료기기 등 헬스케어 분야에도 적극 진출하고 있다.
이밖에 지난해 3월 대표이사 및 사내이사직을 사임했다 약 10개월만인 이달 1월 사내이사로 경영 복귀한 오너 어진 안국약품 부회장의 역할도 주목된다. 현재 전문경영인 체제가 연착륙 하고 있는 만큼 어진 부회장은 경영 자문 등의 제한적인 역할을 담당할 예정이다.
안국약품 관계자는 “만성질환 뿐 아니라 항암, 디지털헬스케어 등 다양한 성장동력을 찾는 중”이라며 “앞으로 실적은 더욱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