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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세계 3대 안과질환 중 하나인 노인성 AMD는 여러 원인에 의해 시세포가 모여 있는 황반이 변성되면서 발병하게 된다. 66~74세 사이 인구의 10%, 75~84세 사이 인구의 약 30%가 해당 질환을 겪는다. 세계 AMD 환자 수는 2020년 기준 1억9600만명에서 2040년 2억8800만명에 이를 전망이다.
AMD는 건성과 습성 등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된다. 건성 AMD은 황반에 노폐물이 쌓여 서서히 시력을 감소시킨다. 반면 습성 AMD는 황반에 신생 혈관이 자라 물이 차거나 피가 새어 나와 급격한 시력 저하를 유발한다. AMD로 인한 전체 시력상실 환자의 20%가 건성 AMD, 나머지가 습성 AMD로 인해 발생한다. 학계에서는 건성 AMD 환자의 20~30%가 10년 이내 습성 AMD로 진행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습성 AMD 치료제는 미국 리제네론 파마슈티컬스 ‘아일리아’(성분명 애플리버셉트)와 스위스 로슈의 ‘바비스모’(성분명 파리시맙) 등이 있다. 지난해 기준 세계 약 15조원 안팎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이 치료제들은 모두 ‘혈관내피성장인자’(VEGF)를 억제하는 주사제다. 근본적인 치료가 아닌 병의 진행을 늦추는 약들로 알려졌다.
하지만 건성 AMD 치료제는 아직 어떤 결실도 맺지 못한 상태다. 지난 10~12일 사이 온라인을 통해 개최된 바스컴팔머안과연구소 20차 연례회의에서 바루치 쿠퍼만 미국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루미네이트가 노폐물 축적의 원인이 되는 산화 스트레스를 막는 미토콘드리아 안정화 효과 등이 확실하다”며 “그 결과 초기 단계의 건성 AMD 환자의 시력을 기능적으로 회복시킨다는 것을 확인했다. 해당 질환의 조기 치료제로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미국 알레그로가 발굴한 루미네이트(성분명 리수테가닙, 프로젝트명 ALG-1001)는 세포 부착 단백질인 ‘인테그린’을 억제하는 기전을 가진 물질이다. 아일리아와 마찬가지로 안구의 유리체강 내로 주사하도록 설계됐다.
이 회사는 황반부종(DME) 및 건성 AMD 및 등 2종의 적응증에 대해 미국에서 각각 2018년과 2020년에 루미네이트의 임상 2상을 완료한 바 있다. 현재 알레그로는 건성 AMD 환자 대상 루미네이트의 미국 내 임상 2b/3상을 진행하기 위한 절차를 밟는 중이다.
한미약품은 2015년 루미네이트의 한국 및 중국 내 개발 및 상업화 권리를 기술이전 받았다. 이후 지난 2021년 한미약품은 중국 에퍼머드 테라퓨틱스에 루미네이트에 대한 중국 내 권리를 1억4500만 달러 규모로 넘긴 바 있다. 한미약품 측은 현재 해당 물질의 국내 임상을 진행하지 않고 있으며, 미국 내 개발 상황에 맞춰 국내 도입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한편 루미네이트의 경쟁 약물로 미국 아펠리스 파마슈티컬스(아펠리스)가 개발한 ‘보체인자3’(C3) 저해제 ‘페그세타코플란’이 지난해 11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신약 허가신청(NDA)를 완료했다. 오는 2월 26일 해당 제품에 대한 허가 결론이 나올 예정이다.
아펠리스 측은 건성 AMD로 인해 안구가 지도 모양으로 위축된 환자에서 자사 페그세타코플란이 효과를 발휘한다고 분석 중이다. 지난 4월 페그세타코플란 피아주사제제가 미국에서 발작성 야간혈색소뇨증(PNH)치료제로 승인돼 ‘엠파벨리’란 이름으로 승인된 바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지난해 1월 내놓은 ‘황반변성 치료제 시장 및 기술개발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2026년경 습성 AMD 치료제 매출 1위는 바비스모, 건성 AMD에서는 페그세타코플란이 차지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황반변성 치료제 개발 업계 관계자는 “환자 규모면에서 습성 보다 건성 AMD 시장이 더 방대하다. 허가 심사를 받고 있는 페그세타코플란과 아직 개발 단계가 최소 수년이상 남은 루미네이트 등이 핵심 물질로 꼽히는 게 사실”이라며 “페그세타코플란은 비교적 중후기, 루미네이트는 초기 이상 등 약물별 타깃하는 건성 AMD 환자 범위 등에서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페그세타코플란도 과거 임상 결과 일부 지표 미충족 등 효능논란이 있었던 만큼 두 후보물질이 허가 문턱을 못 넘을 수도 있다. 어떤 물질이 시장을 선도할지 예측하긴 이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