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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피곤할 때 발생하는 병, 대상포진 [김수영 교수 피부칼럼]

노희준 기자I 2021.12.19 05:00:00

김수영 교수의 마카롱보다 달콤한 피부 이야기

진료실에서 흔히 만나는 피부 질환에 대해 매주 다룰 예정입니다. 피부 질환에 대한 정보가 많지만 환자분들이 궁금해하시는 점을 위주로, 과학적인 근거를 곁들여 유익하고 재미있는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피부과 전문의가 해설해주는 피부 질환 칼럼을 읽고 독자 여러분 모두 건강한 피부를 가지시기를 희망합니다.

[김수영 순천향대서울병원 피부과 교수] 62세 A씨는 며칠 전부터 왼쪽 옆구리가 뻐근했다. 최근에 몸이 많이 피곤하긴 했는데, 계속 불편하면서 한번씩 쿡쿡 쑤시는 듯한 통증이 있어 동네 의원에서 진료를 보고 물리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그런데 5일차부터 왼쪽 옆구리에 띠모양으로 붉은 발진이 올라왔고 6일째에는 홍반 위에 작은 물집이 여러 개 잡혀있었다. 대상포진이었다.

대상포진은 과거 수두에 걸렸거나 수두 예방접종을 받았던 사람에서 수두 대상포진 바이러스가 감각신경절에 잠복해 있다가 나이가 들면서 이 바이러스에 대한 세포 매개 면역이 약해져 발생한다. 대상포진은 일반적으로 몸의 척추 중앙선을 넘지 않고, 한쪽의 피부분절에 통증을 동반한 띠 모양의 홍반과 군집성 수포로 나타난다. 전구증상으로 피부병변이 나타나기 4일~2주 전부터 환자는 한쪽 피부분절에 욱씬거리는 통증이나 불편감, 이상감각을 느낄 수 있다. 대상포진은 일차적으로 바이러스가 잠복해 있던 감각 신경에서 염증과 손상을 유발하기 때문에 통증의 양상이 쿡쿡 쑤시거나 칼로 찌르는 듯한 신경통의 양상을 보이고, 감각이상이나 가려움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고령, 면역저하, 스트레스, 외상 등이 위험인자이다.

대상포진은 노년기의 병이다. 국내 다기관 연구에 따르면 대상포진의 절반 이상이 50세 이후에서 발생하였다. 하지만 20, 30, 40 대도 각각 15% 를 차지하여 젊은층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질환이기도 하다. 50세 이상 대상포진 환자의 약 21%는 이전에 대상포진을 앓은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몸이 쇠약해지면 다시 걸리기도 하는 질환이기도 하다.

대상포진의 발진과 수포가 있는 시기에 동반되는 급성 통증이 3개월 이상 만성적으로 지속된다면 이를 포진후신경통이라 한다. 포진후신경통은 대상포진의 가장 흔하면서도 심각한 후유증으로 대상포진이 무서운 이유다. 대상포진의 발생률, 대상포진의 중증도뿐만 아니라 포진후신경통이 발생할 확률도 나이가 들수록 높아진다. 포진후신경통의 발생은 전체 환자의 약 20%이지만, 6 0세 이상에서는 절반이상에서 경험하게 된다. 포진후신경통은 만성 통증뿐 아니라 만성피로, 식욕저하, 체중감소, 불면증 등을 동반하여 삶의 질을 크게 저하시키며 드물게는 수년 동안 지속되기도 한다.

포진후신경통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빨리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피부 발진 후 72시간 이내에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하는 것이 가장 효과가 좋다. 하지만 항바이러스제를 먹는 중에도 새로운 발진과 수포가 1주간은 더 발생할 수 있고, 딱지로 변해 완전히 낫기까지는 약 2-3주의 시간이 걸린다. 또한 대상포진은 몸이 약해졌다는 신호이므로 환자분들께 집에서 푹 휴식을 취하시도록 권고 드리고는 한다. 통증의 정도에 따라 진통제, 신경통증제를 복용하게 되며, 심할 경우 마취통증의학과에서 신경차단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특히 면역력이 떨어져 있는 고령자, 면역억제제 복용자, 암환자, 만성질환자는 드물게 범발성 대상포진이 발생하거나 심각한 후유증이 나타날 수 있고, 얼굴에 발생하였을 경우 안구침범, 청력이상, 얼굴 마비 등을 남길 수 있어 주의를 요한다.

자, 그럼 대상포진을 앓고 나서는 어떡해야 할까? 많은 어르신들이 한번 고생하시고 난 후에 대상포진 백신 접종에 대해 물어보신다. 대상포진 백신은 치료목적이 아니고, 대상포진을 앓은 직후에는 수두 대상포진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이 활성화되어 있기 때문에, 앓고 나서 6개월~1년 후에 대상포진 백신을 맞으시도록 말씀 드린다. 대상포진 백신은 대상포진의 발생을 51% 낮추고, 중증도를 61% 낮춘다. 또한 무서운 후유증인 포진후신경통의 발생도 66% 낮춘다. 따라서 대상포진 백신을 맞는다고 해도 대상포진이 100% 예방되는 것은 아니지만 발생위험을 절반으로 낮추어 주고, 앓게 되더라도 비교적 가볍게 지나가며 포진후신경통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는 2011년에 50세 이상의 정상인에서 백신접종을 승인하였고, 우리나라에서는 60세 이후 정상인에서 대상포진 백신 접종을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한 연구에서 50세 이상의 대상포진 환자들 중 대상포진 백신을 맞았던 사람은 9%에 불과했다. 50세 이상이라면 꼭 시간을 내어 대상포진 백신 예방접종을 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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