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6월 07일자 22면에 게재됐습니다. |
[이데일리 김기훈 기자] `중동의 미친개`로 불리며 42년간 리비아의 절대 권력자로 군림한 무아마르 카다피의 말로는 그야말로 비참했다. 마지막 순간 "쏘지마 쏘지마"라며 목숨을 구걸하던 카다피의 모습에 리비아인 대다수는 만감이 교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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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7년에는 사회주의와 범이슬람주의, 범아랍주의를 융합한 자마히리야(인민권력) 체제를 선포했다. 최악의 독재자로서 카다피의 야욕이 드러난 것은 1980년대부터다. 그는 의회 제도와 헌법을 폐기하는 한편 자신에게 반기를 드는 자는 사형으로 다스리는 등 폭군의 면모를 보였다.
이와 함께 독재 체제를 비난하는 서방과의 갈등도 본격화됐다. 각종 테러에 개입하는 한편 반(反) 미국 무장단체를 물밑에서 지원했다. 이에 서방의 제재가 가해지자 카다피는 `밀고당기기` 전략을 사용했다. 대량살상무기 자진 폐기 선언 등으로 화해 무드를 조성하는가 하면 뒤에선 또 다른 테러를 조종했다.
영원할 것 같았던 카다피 시대에도 끝은 존재했다. 아랍의 봄바람은 리비아에도 어김없이 찾아왔고, 작년 2월 리비아에서 혁명이 시작된 지 딱 248일 만에 그는 고향 시르테에서 시민군에 잡혀 초라한 죽음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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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 독재자 중 가장 먼저 권좌에서 쫓겨난 지네 알 아비디네 벤 알리 튀니지 대통령은 목숨은 부지하고 있지만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다.
카다피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벤 알리 역시 23년간 대통령 자리를 독식하며 호의호식을 누려왔었다. 그러던 그는 2011년 초 아랍 민주화 혁명의 기폭제 역할을 한 청년 모하메드 부아지지의 분신으로 자국 여론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사우디아라비아로 도피, 현재까지 모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오랜 망명 생활로 건강이 악화된 그는 최근 사우디의 한 병원에 입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튀니지 검찰은 2010년 12월 튀니지 남부지역에서 일어난 반정부 시위 당시 군인들에게 시위대를 향한 발포 명령을 내린 혐의로 벤 알리에 사형을 선고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