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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들 대신 네 딸에게”…수상한 증여의 반전[세금, 그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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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희 기자I 2026.10.31 00: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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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1983년, 형제가 함께 사업을 시작했다.

형과 동생은 한 가지 원칙을 세웠다. ‘50대 50 공동경영.’

형제는 40년 넘게 이 경영원칙을 지켜나갔고 회사는 여러 계열사를 거느릴 정도로 커졌다. 그러다 형제는 나이가 들어 자신들의 자녀에게 회사를 물려주고자 했다.

형에게는 자녀가 2남 2녀가 있었고, 동생에게는 딸 3명이 있었다. 형제는 자신의 각 자녀 1명씩에게 회사를 ‘50대 50’의 원칙에 부합해 물려줬다. 형의 아들과 동생의 딸. 이들은 2009년, 그룹 계열사 A와 B에 나란히 입사했다. 승진 시기와 직책도 같았다. 이들은 A와 B 사내이사로 함께 취임했고, 2022년에도 나란히 연임했다. 현재는 1995년 설립된 비상장회사 A의 공동부사장을 맡고 있다.

창업주였던 형제의 ‘50대 50’ 경영 원칙이 다음 세대에도 이어지길 바란 조치였다. 그러나 막상 주식을 증여하려고 하자 여러 의견에 부딪혔다. 자녀 세대에선 한 사람에게 지분을 몰아주자는 얘기까지 나왔다. 가업승계 증여세 과세 특례를 활용해 세금을 줄이려는 의도도 있었다.

창업주 형제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40년 넘게 지켜 온 공동경영 원칙이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은 2023년 6월, 각자 자기 자식에게 주식을 물려주는 것이 아니라 삼촌이 조카에게 주식을 물려주는 방식을 취한다.

그러나 이러한 결정은 국세청이 보기엔 ‘조세 회피’ 목적의 교차증여(서로의 자녀에게 재산을 바꿔서 증여)에 불과했다.

세금을 가장 아낄 수 있는 ‘가업승계 증여세 과세 특례’를 택했을 때보다 세금을 더 냈는데도 탈세라고 하니 이들은 억울했다. 조세심판원은 누구의 편을 들어줬을까.

[본 이미지는 AI 기술을 활용해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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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자식 놔두고 왜 조카에게?”…국세청의 의심

2023년 6월, 창업주 형제는 A회사의 주식을 자녀들에게 증여했다. 동생의 딸인 김 씨는 자신의 아버지에게 50주를 받고 큰 아버지에게 1925주, 큰 어머니에게 350주, 총 2325주를 물려받았다. 형의 아들인 또 다른 김 씨는 작은 아버지에게 1975주, 작은 어머니에게 350주를 받았다. 역시 2325주였다.

형제가 서로의 자녀에게 주식을 넘기는 ‘교차 증여’ 방식을 택했다.

이들이 이러한 결정을 하기까지는 많은 갈등이 있었다. 자녀 세대가 그룹에 동시에 입사해 15년 넘게 근무하면서 회사 경영에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지만, 창업주의 ‘공동 경영’ 원칙이 자녀 세대까지 얼마나 이어질 수 있을까에 의구심이 들었다.

자녀 세대는 자신의 아버지들에게 차라리 지분을 한 명에게 몰아주고, 나머지 한 명에게는 이에 상응하는 보상을 해달라는 요구까지 나왔다.

그러나 창업주였던 아버지 세대의 의견은 달랐다. 본인들이 40년 넘게 지켜 온 ‘공동경영’의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는 게 이들의 철학이었다. 이러한 논의 끝에 두 명의 삼촌이 각자의 조카에게 자신의 지분을 이전하는 쪽으로 결정하게 됐다.

이는 가업승계 증여세 특례를 포기하는 결정이었다. 가업승계 증여세 특례는 부모에게서 자식이 주식을 물려받을 때 적용되는데 공제 후 10%의 세율로 증여세를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그러나 이 세제 혜택은 단 한 사람만 받을 수 있는 구조다. 가업승계 증여세 특례를 택할 경우 한 집안은 세제 혜택을 받지만, 또 다른 집안은 그 몫을 따로 정산받아야 했다. 지분 비율을 두고도 갈등이 커질 수 있었다. 창업주 형제는 아예 이 ‘분쟁의 씨앗’을 잘라버렸다.

결과적으로 자녀 세대는 삼촌 등으로부터 어마어마한 주식을 물려받았고, 금액이 워낙 커서 증여세 최고세율 50% 구간까지 적용받았다.

2024년 5월, 서울지방국세청은 이러한 증여세에 대해 세무조사를 시작했다.

왜 굳이 자기 자식들한테 주식을 직접 몰려주지 않고, 조카에게 줬을까에 대한 의문이었다.

이때 국세청 눈에는 이들의 결정이 이렇게 보였다.

아버지 또는 어머니, 부모에게서 10년 이내 증여받은 재산은 일정 요건에 따라 합산해 증여세를 계산하는데 두 사촌은 10년 이내에 각자의 부모로부터 재산을 증여받은 적이 있었던 것이다. 과거에 물려받은 재산까지 합산되면 증여세 부담이 커질 수 있는데 이를 피하기 위한 것이구나.

큰 아버지나 작은 아버지에게서 받은 재산은 과거 부모로부터 받은 재산과 합산해서 과세하지 않으니 조세 회피를 위해 교차 증여를 한 것이란 게 국세청의 판단이었다.

이러한 판단 하에 국세청은 창업주 형제가 같은 날, 같은 회사의 주식을 서로의 자녀에게 증여했다고 산정하고 2025년 3월, 자녀 세대에게 증여세를 추가로 부과했다. 과거 각자 부모에게서 받은 재산까지 합산해 더 무거운 세금을 부과한 것이다.

[본 이미지는 AI 기술을 활용해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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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더 냈는데 탈세라니”…두 사촌의 반격

두 사촌은, 같은 해 6월 즉각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했다.

교차 증여는 세금을 피하기 위한 꼼수가 아니라 아버지 세대의 ‘40년 공동 경영’ 원칙을 지키기 위한 선택이었다는 것을 강조했다. 차라리 세금을 줄이려 했다면 더 유리한 ‘가업승계 증여세 과세특례’를 활용했을 것이란 게 이들의 주장이었다.

더 세금을 아끼고자 했다면 다른 형제자매들에게도 주식을 나눠 증여했을 텐데 이조차 하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결국 두 자녀에게만 주식이 집중 증여되는 바람에 일정 부분의 자산에 대해선 증여세 최고세율 50%까지 적용됐다.

이들이 주장하는 ‘공동 경영’ 원칙은 각자가 자신의 자녀에게 주식을 물려줘도 유지가 된다고 국세청은 주장했다. 즉, 세금을 더 줄일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선택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조세 회피 목적이 없었다고 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심판원(조심2025서2575)은 2026년 1월말, 국세청의 판단이 잘못됐다고 결정했다.

심판원은 납세자가 경제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여러 법적 거래 방식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고 봤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국세청도 납세자가 선택한 법적 형식을 존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거래는 세금을 줄이는 것 외에 창업주 형제가 오랫동안 지켜온 공동경영 방침을 자녀 세대까지 이어가기 위한 증여였다는 점을 인정했다.

※ 이 기사는 조세심판원 결정례를 바탕으로 사건의 흐름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등장인물의 실명과 일부 구체적인 금액은 심판원 결정문에서 공개되지 않아, 확인된 사실관계 범위에서만 내용을 구성했습니다. 다만 인물의 성(姓)과 배우자 간 호칭 등 일부 요소는 가독성을 위해 임의로 설정했으며, 이는 실제 결정문에서 특정되지 않은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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