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전립선 방광살리기] 술 한 잔의 유혹, 열 번의 화장실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이순용 기자I 2026.10.11 00:03:02

Google 검색에서 이데일리 기사를 더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손기정 일중한의원 원장(한의학박사)

[손기정 일중한의원 원장(한의학박사)] 만성전립염으로 한약 치료를 받던 한 환자분이 굳은 표정으로 진료실에 들어섰다. 두 달 넘게 한약을 복용했지만 차도가 더뎌 그만두고 싶다고 했다. 사정을 듣기 위해 긴 대화를 나눴고, 그 끝에 실마리 하나가 드러났다. 그는 스스로를 ‘알코올 중독 수준’이라 말할 만큼 애주가였다. 처방 당시 술을 멀리하라고 거듭 당부했지만, 약을 먹는 동안에도 술자리를 이어왔다고 털어놨다.

간질성방광염, 만성방광염, 전립선염 환자 가운데는 이렇게 묻는 이들이 종종 있다. “술을 끊기가 너무 어려운데, 마시면서 치료할 수는 없을까요?” 답은 분명하다. 술을 즐기면서 나을 수 있는 병은 없다. 간질성방광염처럼 오래 이어지는 난치성 질환이라면 더욱 그렇다.

음주가 왜 문제일까. 알코올은 이뇨 작용으로 소변량을 늘려 방광을 쉴 새 없이 채운다. 이미 예민해진 방광은 작은 자극에도 통증과 급박감을 일으키는데, 술은 이 부담을 한층 키운다. 알코올 대사 산물이 소변에 섞여 손상된 방광 점막을 자극한다는 점도 알려져 있다. 전립선염 환자라면 골반 내 혈류가 정체되면서 전립선 충혈과 염증이 심해지기 쉽다. 수면의 질이 떨어지고 면역 회복이 늦어지는 것 역시 간과할 수 없다. 카페인 음료나 탄산음료, 맵고 짜고 신 음식도 같은 이유로 증상을 키운다. 실제로 많은 환자가 이런 음식을 먹은 직후 통증과 빈뇨가 심해지는 것을 경험한다.

고질적인 난치성 질환에서 벗어나려면 세 가지가 맞물려야 한다. 검증된 처방, 의료진과 환자 사이의 신뢰와 인내, 그리고 환자 스스로의 관리다. 이 중 하나라도 빠지면 회복은 더딜 수밖에 없다.

수년 전 간질성방광염에서 벗어난 한 남성 환자가 좋은 예다. 그는 한약 복용을 시작한 날부터 술을 한 모금도 입에 대지 않았다. 녹차와 커피, 닭고기와 돼지고기처럼 복용 중 피해야 할 음식도 철저히 멀리했다. 식단은 채소와 식물성 단백질 위주로 바꿨다. 매일 일기 쓰듯 통증 정도와 소변 횟수, 소변량을 적어 진료실에 가져왔다. 치료 과정에서 느낀 속마음도 숨김없이 들려줬다. 진료하는 한의사에게 이보다 귀한 자료는 없다.

이처럼 철저한 관리는 결코 쉽지 않다. 병의 굴레에서 반드시 벗어나겠다는 의지와 치료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 가능하다. 그의 회복을 이끈 힘도 결국 이 꾸준한 실천이었다.

간질성방광염과 만성전립선염은 좋은 치료와 생활 관리가 함께할 때 충분히 호전을 기대할 수 있는 질환이다. 다만 약에만 기대거나 의지만으로 버텨서는 좋은 결과를 얻기 어렵다. 처방을 믿고 정확히 복용하는 일과 생활을 엄격히 다스리는 일이 나란히 가야 한다. 지금 회복이 더디다고 느낀다면 약을 탓하기 전에 손에 든 술잔부터 내려놓아 보기를 권한다. 그것이 회복으로 가는 가장 빠른 첫걸음이다.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