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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성장과 사춘기에 대한 연구들이 다양하게 발표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내 주목을 끈 연구 논문이 두 편 있다. 콩·두유·두부 등 식물에서 얻어지는 비(非)스테로이드성 페놀 화합물인 이소플라본(isoflavone)에 대한 연구이다. 이 성분은 인체의 에스트로겐과 유사해 “식물성 여성호르몬(phytoestrogen)” 이라 불린다.
2019년 영국의 Molecules 저널에 실린 리뷰 논문인 “Isoflavones”을 보면, 이소플라본이 인체 내에서 에스트로겐 유사작용을 보일 수 있다는 생화학적 근거와 그 대사 경로를 정리했다. 이 논문에 따르면 이소플라본의 생리적 작용에 대해 성장기, 사춘기 초입에는 호르몬 균형을 방해하거나 내분비 교란 효과를 낼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물론 효과의 강도는 천연 에스트로겐의 약 1/1000 ~ 1/10 000 수준으로 매우 약하지만, 장기간·고용량 섭취 시에는 생리적 영향이 누적되어 성조숙증을 유발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2021년 Frontiers in Endocrinology에 실린 콩 제품과 모유가 중추성 성조숙증과 관련성에 대한 임상 연구다. 이 연구에서는 콩 제품을 자주 섭취한 여아 그룹에서 중추성 성조숙증(central precocious puberty) 발생률이 약 3.8배 높았으며, 반대로 배타적 모유 수유를 6개월 이상 유지한 그룹은 성조숙증 위험이 절반 가량 낮았다고 보고했다.
물론, 모든 아이가 똑같이 반응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아이는 전혀 영향을 받지 않지만, 어떤 아이는 호르몬 수용체의 민감도나 유전적 요인, 혹은 환경호르몬, 가공식품, 플라스틱 노출 등과의 상호작용으로 더 예민하게 반응할 수도 있다. 문제는, 누가 더 민감한 아이인지 아직 아무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나는 “괜찮다”보다 “조심하자”는 쪽을 선택한다. 우리가 백신을 맞고, 마스크를 쓰는 이유도 같다. 모두가 감염되는 건 아니지만, 혹시 모를 위험을 막기 위해 조심하는 것이다. 성조숙증과 성장 관리도 마찬가지다. 위험을 과장하자는 게 아니라, 가능성을 무시하지 말자는 것이다.
아이에게 매일 먹이는 음식, 자주 마시는 음료나 간식, 그리고 생활환경 안에 숨어 있는 호르몬 교란물질까지 한 번쯤은 점검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조금만 더 주의하고, 한 걸음만 더 일찍 확인하면 아이의 성장 시간은 충분히 지켜낼 수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