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라겐 재생, 신개념 필러 등 자체 파이프라인 외에도 국산 필러 회사들의 위탁개발 및 생산(CDMO)까지 맡겠다는 사업모델을 세웠다. K-뷰티의 글로벌화를 이끈 화장품 ODM 회사 한국콜마(161890), 코스맥스(192820)처럼 미용 의료기기 방면에서 국산 제품의 글로벌시장 진출에 조력하겠다는 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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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셀락바이오는 당초 500억원을 목표로 진행한 시리즈 A 펀딩이 오버부킹되어 541억원에 라운드를 클로징했다.
이는 2021년 605억원을 조달한 알토스바이오로직스에 이어 두번째로 큰 규모의 시리즈 A 조달이다. 기존 2위는 2019년 345억원을 모은 오름테라퓨틱이었는데, 새롭게 등장한 셀락바이오에 의해 3위로 내려갔다.
라운드와 무관하게 최근 5개월로 살펴보면, 진에딧(Genedit)의 3500만 달러(약 473억원) 규모 시리즈 B가 가장 큰 펀딩이었지만 이 또한 능가했다.
이번 셀락바이오 시리즈 A 라운드에는 바이오 전문 투자기관인 BNH인베스트먼트가 100억원을 투자해 리드했고 우리벤처파트너스 70억원, 하이라이트캐피탈 60억원, DKG인베스트먼트 50억원, LSK인베스트먼트 50억원 등 총 15곳의 재무적투자자(FI)가 참여했다. 투자전 기업가치(pre-value)는 400억원, 납입일은 이달 21일이다.
투자금은 모두 생산시설 확보에 투입할 계획이다. 강원도 원주시 공장 건설에 500억원, 경기도 의왕시 파일럿 공장에 41억원을 배정했다. 콜라겐재생 등 자체제품 외에도 타사 제품의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을 통해 매출을 발생시킬 생각이다.
빠른 시일 내 자체 자금창출을 이뤄, 추가 자금조달 없이 이번 투자라운드를 유일한 외부조달로 남길 것이란 설명이다.
셀락바이오 관계자는 “초기 기업으로서는 투자유치 규모가 큰 편이나, 처음부터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공장을 지어 인허가 기간을 단축하고 향후 지분 희석이 없다는 점을 고려할 시 합리적인 수준이라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휴젤 출신 경영진, 새로운 사업 아이템
셀락바이오는 휴젤 출신 경영인들이 뭉쳐 창업한 회사로 투자자들 사이에 유명세를 탔다. 휴젤 공동창업자 3인(문경엽·신용호·홍성범) 중 한 명인 문경엽 박사가 최대주주다. 현재는 공식직함이 없으나 3월말 열릴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될 예정이다. 문 의장(예정)의 경우 휴젤의 기업공개(IPO) 및 주요 제품의 인허가, 경영권 매각 등 전주기를 함께한 경영인이다. 휴젤 경영권을 매각하던 순간까지 대표직을 맡았다. 경업금지기간이 끝난 후 새로운 창업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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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락바이오의 아이템이 휴젤과 겹치지는 않는다. 휴젤의 네 가지 사업영역인 보툴리눔톡신, BDD 크로스링크 HA필러, 봉합사, 화장품 중 겹치는 내용이 없다. 셀락바이오가 필러를 하더라도 BDD 크로스링크 방식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전혀 새로운 파이프라인으로 사업을 펼치는 셀락바이오에 투자자들이 집중한 이유는 경영진이 휴젤을 성공궤도에 올려놓은 실무진이라는 이유에서다. 휴젤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보툴리눔톡신 제품의 한국, 유럽, 중국, 미국 인허가 경험을 모두 보유했다. 셀락바이오 경영인은 바로 이 같은 글로벌 상업화 경험을 활용해 자사제품 뿐 아니라 다양한 국산 제품들의 해외진출을 도울 생각이다.
셀락바이오 관계자는 “보툴리눔톡신 방면에서는 대웅제약(069620)과 휴젤(145020)이 미국과 유럽시장에 진입했고 휴젤(145020)이 국내유일하게 중국시장에 진출했다. 다만 필러 방면에서는 글로벌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국내회사가 아직 없는 상황이다. K-뷰티가 전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것처럼 K-필러도 세계시장을 주도할 수 있게 고품질 생산을 조력하겠다”며 포부를 드러냈다.
한편, 2001년 설립한 휴젤은 2017년 글로벌 PE 베인캐피탈이 9274억원에 경영권을 인수했다. 베인캐피탈은 이후 5년 만인 2022년, 국내 대기업 GS를 필두로 한 컨소시엄에 휴젤을 1조5587억원에 매각했다. 현재 휴젤 최대주주는 GS그룹·IMM인베스트먼트·CBC그룹·무바달라가 조성한 아프로디테LLC(42.49%)다. 셀락바이오는 2029년 IPO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M&A에도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글로벌 자본 유입
이번 셀락바이오 투자자 중에는 글로벌 헬스케어 VC인 하이라이트캐피탈이 주목된다. 2014년 설립한 하우스로, 주요 LP는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 두바이투자청, 골드만삭스, 맥키지앤드컴퍼니, 네슬레 등이다. 한화로 5조원 이상인 38억 달러의 운용자산(AUM)을 갖추고 있고, 이번에 셀락바이오 라운드에 60억원 투자를 결정했다. 콜라겐재생 등 스킨부스터 프로그램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윤섭(Lee LiRunxie) 하이라이트캐피탈 이사는 지난달 27일 BNH인베스트먼트가 한국성장금융에서 연 ‘중국 뷰티 산업의 새로운 도약: 메디칼 에스테틱과 화장품 시장의 기회와 전망’ 세미나에 발표자로 나서 “중국에서는 배달앱으로 오젬픽, 위고비를 주문한다. 비만약 부작용으로 피부꺼짐이 발생해 콜라겐재생 시술에 대한 수요도 높아져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이사는 글로벌 미용의료기기 시장이 2023년 915억 달러(132조원)에서 2034년 2330억 달러(336조원)로 연평균 9.8% 성장을 보일 것으로 예측했다. 이어 미국·유럽 대비 신흥시장인 동시에 인구총생산(GDP)은 가파르게 성장중인 인도, 중국, 한국이 아시아태평양지역의 미용의료기기 시장 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측했다.
하이라이트캐피탈의 투자가 셀락바이오의 글로벌 진출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피투자사의 사후관리 차원에서 여러 사업적 조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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