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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이 발생한 시점은 2020년 6월 1일이었다. A씨는 충남 천안 자택에서 동거남의 아들인 B군(사망 당시 9세)을 여행 가방에 3시간가량 가뒀다가 더 작은 가방에 감금했다. B군이 처음에 갇힌 가로 50㎝·세로 71.5㎝·폭 29㎝가량의 가방 안에 용변을 봤다며 더 작은 가로 44㎝·세로 60㎝·폭 24㎝ 크기의 공간으로 옮긴 것이었다.
이후 A씨는 가방 중앙부에 올랐고 자신의 친자녀들에게도 위로 올라올 것을 지시했다. 당시 23㎏밖에 나가지 않았던 B군에게는 몸무게의 약 7배에 달하는 160㎏의 무게가 가해진 것이었다. B군은 ‘숨이 쉬어지지 않는다’고 여러 차례 호소했지만 A씨는 이를 사실상 무시했다.
A씨의 범행은 여기에서 끝이 아니었다. 그는 가방의 벌어진 틈에 테이프를 붙였고 내부에 뜨거운 드라이기 바람을 30여초 불어 넣기도 했다. 게임기 고장 책임이 B군에게 있다며 아이를 훈육하려던 것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이 같은 범행은 A씨가 시간차를 두고 ‘가방 안에서 아이가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다’고 119에 신고하며 드러났다. 심정지 상태였던 B군은 같은 날 오후가 돼서야 병원에 이송됐지만 이틀 만인 6월 3일 숨지고 말았다. 사인은 저산소성 뇌 손상이었다.
조사 결과 B군은 숨지기 한 달여 전인 어린이날에도 머리를 다쳐 병원 치료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병원 의료진은 학대 정황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고 B군의 아버지는 “지난해(2019년) 10월부터 4차례에 걸쳐 아이를 때렸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다만 경찰은 A군이 친부 등과 떨어져 지내겠다는 의사를 밝히지 않아 분리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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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A씨는 반성문에서조차 ‘피해자가 거짓말을 해서 기를 꺾으려고 했다’는 변명으로 일관했고 1심에서 징역 22년을 선고받았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자신의 행동이 피해자 생명에 위협이 될 수 있음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다”며 “친부가 피해자 몸에 난 상처를 보고 ‘따로 살겠다’고 하자 흔적을 남기지 않는 방법을 찾아 학대하다 살인까지 이어졌다. 범행이 잔혹할 뿐만 아니라 아이에 대한 동정심조차 찾아볼 수 없고 그저 분노만 느껴진다”고 판시했다.
이어 “아이는 피고인을 엄마라고 부르며 마지막까지 자신을 구해달라고 외쳤다”며 “참혹한 결과를 막을 수 있는 기회도 몇 번이나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에 불복한 A씨는 항소했고 ‘살인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2심 재판부는 원심보다 더 높은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아침에 짜장 라면을 준 것 외에 음식은커녕 물조차 주지 않았다”며 “일반인은 상상조차 못 할 정도로 악랄하고 잔인한 범행에 재판부 구성원 역시 인간으로서, 부모로서, 시민으로서 괴로웠으나 형사적 대원칙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기에 최대한 객관적으로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대법원이 A씨 측의 상고를 기각하며 징역 25년이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