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31일 미국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 저널 와치(NEJM Journal Watch)가 AGA의 가이드라인을 인용해 다케캡 약가 효용성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있고, 처방 환자 축소 가능성을 인지했다는 내용의 논평을 냈다. AGA는 P-CAB 사용에 대한 새로운 지침을 통해 △높은 비용과 장기안정성 데이터 확보 등 비임상적요인에 따라 초기치료요법으로 P-CAB(칼륨경쟁적 위산 분비억제제)을 1차치료제로 권고하지 않음 △PPI(양성자 펌프 억제제) 치료에 실패한 환자에게만 P-CAB 사용 가능 등을 제시했다.
현재 미국 소화기 시장에 진출한 P-CAB 치료제는 다케캡이 유일하다. 여기에 HK이노엔 케이캡이 내년 임상 3상을 완료하고 후발주자로 합류할 가능성이 높아 미국 시장 안착에 대한 불확실성이 제기된 것이다. 이같은 내용을 국내 증권사 리포트가 언급하면서 주가 하락을 가속화 했다. 실제로 HK이노엔은 지난 한 달 동안 주가가 하락세를 이어갔다. 10월 31일 4만9600원이던 주가는 12월 3일 3만8500원으로 약 22.4% 감소했다.
하지만 기회는 충분하다는 평가다. 글로벌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시장 규모는 21조원에 달한다. 이중 미국 시장은 3조5000억원(환자수 6500만명) 규모로 추정된다. PPI 처방 비율이 약 85%에 달하고, 이 외 P-CAB과 일반의약품 처방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PPI 치료제에 대한 불만족이 50% 이상으로, 빠르게 P-CAB으로 시장이 대체할 것으로 점쳐진다. 증권가에서는 시장 20~30% 점유율만 달성해도 1000만명 환자를 확보할 수 있어 케이캡 매출이 2026년 출시돼 5년 내 6000억원에 육박하는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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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日서도 마주쳤던 상황...시장 확대와 경쟁력 확실
HK이노엔 측은 “AGA 가이드라인은 높은 비용과 장기안전성 데이터 미확보에 따른 1차치료제로 권고하지 않겠다는 것이 핵심”이라며 “한국과 일본 시장에서도 초기에 유사한 상황이 있었다. 비용에 있어 보험처리, 쿠폰 활용 등 실질 환자부담 비용이 낮아지는 다양한 조건을 고려하지 않은 원론적인 내용을 언급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다케캡은 일본 시장 출시 초기 1차치료제로 권고되지 않았고, 케이캡도 국내 시장 출시 당시 1차치료제로 권고되지 않았다. 회사 관계자는 “일본과 한국에서 P-CAB 치료제는 상대적으로 높은 약가와 안정성데이터 확보에 대한 우려가 있었고, 1차치료제로 권고되지 않았다. 이후 장기 처방 데이터가 확보되고, 1차치료제로 권고돼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라고 설명했다.
다케캡과 케이캡은 일본과 한국에서 각각 출시 10년 차와 6년 차를 맞고 있다, 그동안 PPI 일색이던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시장에서 P-CAB 점유율은 일본 40%, 한국 21%까지 확대된 상태다. 글로벌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시장은 2022년 기준 PPI 계열 약물이 78%를 점유하고 있다. PPI 계열 약물은 위산분비 마지막 단계에서 위벽세포의 프로톤펌프를 차단하는 기전이다. P-CAB은 PPI 대비 신속한 약효와 우수한 약효 지속력으로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신약 출시 초기에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인데, 증권사 리포트 등에서 너무 상황을 부풀려 언급한 측면이 있다”며 “세계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시장 트렌트 변화와 케이캡의 경쟁력을 고려할때 의약품 가치가 손상될 정도의 사안은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美 진출 성공 핵심 요소는 “PBM·의사·환우회”
지난해 미국 시장에 진출한 다케캡은 올해 2분기 730만 달러 매출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84% 증가한 수치다. 보험 커버리지도 77%로 확대했다. 하현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다케캡은 출시 초기 높은 가격으로 판매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매출액과 보험 커버리지를 넓히면서 처방 확대가 예상된다”며 “다케캡의 향후 매출 성장을 통해 케이캡의 미국 시장 점유율 확대도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다케캡이 미국 소화기학회 우려에도 불구하고 의료 현장에서 급성장하고 있는 것은 케이캡에게도 시장 안착 가능성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미국 시장 유일 P-CAB 치료제인 다케캡 대비 케이캡의 경쟁력은 확실하다. 약효 발현까지의 시간이 짧고, 다케캡은 불가능한 야간 위산분비도 케이캡은 가능하다. 적응증 측면에서도 케이캡이 유리하다는 게 중론이다.
미국 의약품 시장 사정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 의약품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경쟁력을 기반으로 무엇보다 처방약급여관리업체(PBM) 계약을 통한 보험 커버리지를 넓혀야 한다. 대형 PBM과의 계약 및 공급경험이 있는 업체가 유리하다”고 말했다.
미국 의약품 시장에 유통되기 위해서는 미국 의료보험시장 중간 관리자 같은 역할을 하는 PBM과의 계약이 필수적이다. PBM이 보험 처리 대상 의약품 급여 목록을 선정하기 때문이다. PBM 처방집에 등재되지 않으면 사실상 약국 등 주요 유통채널에서 판매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대형 PBM과의 계약이 중요하고, 최대한 많은 PBM에 등재되는 것이 시장 안착에 유리하다. 케이캡 미국 파트너사 세벨라(Sebela) 자회사 브레인트리(Braintree)는 이미 미국 처방시장 80%를 차지하고 있는 대형 PBM 3개사(CVS 케어마크, 익스프레스 스크립츠, 옵텀Rx)와 계약 및 공급 경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