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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세이던 A씨가 숨진 달은 지난해 4월이었다. 같은 달 7일 남편 B씨는 울산 울주군의 자택으로 귀가한 뒤 A씨가 자신을 타박하자 분노를 표출하며 아내를 살해하기로 마음먹었다.
이내 바닥에 앉아 있던 A씨의 뒤쪽으로 다가가 목을 조르기 시작했고 자신을 말리는 중학생 아들 앞에서 범행을 이어갔다.
A씨는 앞쪽을 향해 도망치려 했지만 B씨는 이를 억압한 채 몇 분간 범행했다. 그는 아들에게 눈을 찔리는 등 강한 제지를 받았음에도 범행을 멈추지 않았고 A씨는 심정지로 인한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결국 A씨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원들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연명치료를 받던 중인 같은 달 26일 숨졌다. B씨가 범행한 지 19일 만이었다.
조사 결과 B씨는 아내와 20살 넘는 나이 차와 성격 차이 등으로 평소 사소한 시비를 붙다가 다툰 것으로 파악됐다.
또 1~2년 전부터 A씨가 이혼을 요구하자 외도를 의심하기도 했으며 사건 당일에는 ‘설탕 10㎏를 사와야 하는데 왜 3㎏을 사왔느냐’는 아내의 말에 화가 난다며 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法 “외도 의심된다는 잘못된 생각으로 무참히 살해”
1심 재판부는 A씨에 대해 “27살의 어린 나이에 타국으로 이주해 B씨와 결혼하고 아들까지 출산해 양육해왔다”고 언급하며 “피고인은 그런 피해자가 자신을 존중해주지 않고 외도가 의심된다는 잘못된 생각으로 무참히 살해하는 반인륜적 범행을 저질렀다”고 판시했다.
다만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깊이 반성하고 있고 이 사건 범행 전까지는 형사 처벌 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 △강박증 또는 우울증을 앓았던 것으로 보이는 점 △아직 부양해야 할 중학생 아들이 있는 점 △피해자 유족들에게 2000만원을 지급하고 합의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에 불복한 B씨 측과 검찰은 항소했고 2심 재판부는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12년으로 감형했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분노에 휩싸여 어린 아들의 절박한 만류도 외면하고 자신의 부인인 피해자를 목 졸라 살해했다”면서도 “순간적인 분노를 제어하지 못해 우발적으로 이 사건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피고인이 앓고 있던 강박증, 우울증 등도 일부 영향을 미쳤다”고 판시했다.
이후 B씨 측이 상고하지 않으며 징역 12년이 확정됐다.
한편 같은 해 남편의 손에 살해당한 이주민 여성은 A씨뿐만이 아니었다. 10월에는 경남 진주에서 남편의 폭행으로 뇌사에 빠져 입원한 30대 베트남 이주 여성이 뇌 손상으로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에 경남이주여성인권센터는 “국제결혼의 증가와 함께 이주여성에 대한 극단적인 폭력은 끊이지 않고 있다”며 “이주여성들은 안전하리라고 믿었던 가정에서 피해자가 되고 불안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존엄한 존재로 이주 여성이 사회에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거시적으로 제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