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현지시간) 방문한 진원생명과학(011000)의 플라스미드 DNA(pDNA) 위탁생산(CMO) 신규 공장은 콘로우시 데이슨 테크놀로지 파크(Deison Technoloy Park)에 널찍하게 자리잡고 있다. 약 1만3000㎡ 부지에 3000리터(ℓ) 생산 능력을 갖춰 미국에서 손꼽히는 생산규모를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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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균 안에서 증식하는 플라스미드를 분리하려면 먼저 대장균을 키우는 과정이 필요하다. 배양기가 필요한 건 이 과정에서다. 이후 대장균을 깨 꺼낸 플라스미드에 유전자를 끼워 다시 배양한다. 이후 유전자만 효소 가위로 추출하면 치료제가 만들어진다.
공장 견학에 함께 한 도로시 패터슨 최고운영책임자(COO)는 “고객들이 원하는 모든 종류의 배양기를 대부분 다 구비해놨다”며 “유연한 생산 용량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게 장점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pDNA 생산의 핵심은 고순도·고농도·고수율이다. VGXI는 이 부분에서 차별화된 특허 기술인 ‘에어믹스’(AirMix)를 보유하고 있다. 통상적으론 외부에서 물리적 충격을 가해 대장균에서 플라스미드를 꺼낸다. 이는 플라스미드 외에 다른 물질도 추출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에어믹스는 공기방울을 밑에서 분사하는 방식으로 플라스미드를 꺼내기 때문에 고순도·고농도 플라스미드만 추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런 특허와 노하우를 바탕으로 VGXI는 지난 2019년 노바티스의 척수성 근위축증(SMA) 치료제 ‘졸겐스마’의 원료를 공급하기도 했다. 졸겐스마는 주사 한 방에 25억원에 달하는 전 세계 최고가 치료제다. VGXI가 과감한 증설을 한 배경도 졸겐스마 원료 생산 경험과 무관하지 않다.
박영근 VGXI 대표는 “처음 VGXI는 pDNA 백신의 임상용 의약품 시장을 타깃으로 소규모의 pDNA만 생산하려고 시작했지만 졸겐스마 원료 생산 경험을 통해 생각이 바뀌었다”며 “세포 유전자 치료제 시장 성장성에 확신을 갖고 과감히 공장 증설에 투자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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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류수 생산 설비 자체는 고가지만, 장기적으로는 외부에서 사오는 것보다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제조 과정 편의성도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박 대표는 “3000~4000ℓ 규모로 증류수를 생산하는 설비를 갖춘 곳은 미국 pDNA CMO 기업 중에선 VGXI가 유일하다”며 “공장 자체를 사겠다며 연락오는 빅파마들도 여러 곳이 있지만 앞으로 공장 가치는 더 올라갈 것이기 때문에 모두 고사하고 있다”고 했다.
이러한 설비들은 모두 실시간 모니터링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자동화 시스템을 통해 1초에 6만 개 가량의 생산 전 과정에서 일어나는 체크포인트가 점검되고 있다. 비상 시에도 가동 가능한 백업 시설도 준비돼 있어 문제 발생 시에도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단 설명이다.
VGXI는 현재 40~50곳의 유전자 치료제 개발 기업과 포괄적 협력 계약(MSA) 또는 논의 단계에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 2월 중국의 바이오텍과 맺은 71억원 규모 첫 수주 계약에 대한 매출은 이르면 하반기부터 반영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박 대표는 “현재 유전자 치료제는 초기 단계지만 앞으로 급성장할 것으로 확신한다”며 “임상 3상 이후 상업화 생산을 맡기는 고객사 3~4곳만 확보해도 공장 가동률은 100%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BIS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세포·유전자 치료제 시장은 2020년 25억6000만달러(약 3조원)에서 2027년 250억달러(약 30조원)까지 커질 전망이다. VGXI가 경쟁사로 꼽는 pDNA CMO 기업 ‘알데브론’은 지난 2021년 6월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 다나허에 96억 달러(약 11조원)에 팔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