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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티팜은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 올랜도에서 열린 미국암연구학회(AACR) 2023에서 진행성 대장암에 대한 항암제 병용투여 전임상 결과를 포스터 발표했다.
몸 속에서 ‘윈트’라는 신호전달 과정이 과도하게 활성화되면 ‘베타카테닌’이라는 단백질이 축적된다. 베타카테닌은 암을 일으키는 단백질이나 유전자를 만들어낸다. 정상 상태에선 베타카테닌을 분해하는 ‘액신’이라는 물질이 암 발생을 막는다. 하지만 암 세포를 생성하는 효소 ‘탄키라제’가 과도하게 분비되면 액신이 줄어 ‘베타카테닌’을 분해하지 못한다.
◇ 세계 최초 탄키라제 부작용 극복
결국 다국적 제약사들은 탄키라제 억제가 암 치료의 해법이라고 여기고 치료제 개발에 나섰지만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나타났다.
김경진 에스티팜 대표는 “처음엔 탄키라제(Tankyrase) 억제제 개념이 나왔을 때 선풍적인 관심을 끌었다”면서 “문제는 탄키라제는 기전적으로 건드리면 무조건 독성이 나온다는 점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머크를 비롯한 다국적 제약사도 탄키라제 억제하는 치료제 개발했다가 독성 때문에 임상도 못해보고 프로젝트를 죄다 드롭(종료)했다”고 덧붙였다.
김욱일 에스티팜 합성연구소 신약연구팀장은 “탄키라제(Tankyrase) 억제제를 대장암 치료제로 개발하기 어려운 이유는 장독성 때문”이라며 “특히 기존 탄키라제 억제제가 파프(PARP)1·2 유전자를 함께 억제하면서 부작용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파프는 세포의 DNA 손상을 복구하는 효소로 암 증식에 관여한다. 이론적으론 탄키라제와 파프를 동시 억제할 때 효과가 극대화될 것 같지만, 실제는 예상치 못한 상호작용으로 부작용이 나타났던 것이다.
에스티팜은 탄키라제와 파프가 동시 억제할 때 발생하던 독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탄키라제만 억제하는 방식으로 치료제를 개발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치료제가 STP1002다. STP1002가 탄키라제만 선택적으로 억제하자 부작용은 말끔히 사라졌다.
에스티팜은 STP1002를 경구용(알약) 대장암 신약 후보물질로 개발했다. 미국에서 단독투여를 통한 미국 식품의약국(FDA) 임상 1상에서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인했다, 해당 임상은 지난 2019년 11월 개시해 최근 종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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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장암 환자 80%가 변이·내성...병용투여로 해법 제시
대장암 치료는 대부분 수술과 항암화학요법으로 이뤄진다. 항암화학요법은 독성이 강하고 내성이 발생한다. 2차 치료제로 머크의 ‘얼비툭스’ 주사제가 쓰이지만 고가다. 더욱이 대장암 환자의 40~50%가 변이(KRAS) 유전자를 가졌다. 이들에겐 얼비툭스가 무용지물이다.
결국 관건은 내성과 돌연변이 발생으로 기존 치료제 효능이 무력화된 대장암 치료 효능을 내는 것이었다.
김욱일 팀장은 “KRAS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발생해 내성이 생긴 대장암 세포주에 STP1002와 MEK 억제제(표적항암제)를 병용투여했다”면서 “그 결과 암세포 드라마틱하게 멈췄다”고 말했다.
STP1002와 MEK 억제제 병용투여는 암세포 성장을 억제하면서도 MEK 억제제 내성을 유발하는 경로를 원천 차단했다. MEK 억제제는 현재 대장암을 적응증으로 쓰이는 항암제가 아니다. 더 정확하게는 MEK 억제제는 대장암을 적응증으로 아직 품목허가를 받지 못했다. 에스티팜이 대장암 내성 환자와 얼비툭스에 반응하지 않는 변이 환자 치료를 위해 최적 조합을 발견한 것이다.
◇ 글로벌 임상 2상 박차...시장가치 7조 넘어
에스티팜은 STP1002 임상 1상에서 안전성을 확인했다. 아울러 ‘STP1002+MEK 억제제’ 병용투여 동물실험에서 대장암 내성·변이에 대한 치료 대안을 제시했다. 에스티팜은 이같은 결과를 종합해 STP1002+MEK 억제제 병용투여 임상 2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 치료제가 개발에 성공한다면 시장 가치는 수조(兆)원에 이를 전망이다. 대장암치료제 시장은 국내 6600억원, 글로벌 9조2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 계산으로도 STP1002의 최대 시장가치는 현재 기준으로도 7조3600억원에 이른다. 에스티팜은 시장 여건을 고려해 보수적으로 STP1002의 가치를 19억달러(2조5000억원)수준으로 추산했다.
특히, STP1002는 치료제는 기존 치료제와 달리 경구제로 개발돼 가격이 싸고 복용 편의성이 높아 업계에선 빠른 시장 침투를 예상하고 있다.
김경진 대표는 “오는 9월이면 STP1002 임상 1상 최종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STP1002 임상 1상과 병용투여 전임상 결과를 토대로 연내 글로벌 임상 2상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STP1002은 고형암 전체에 적용될 수 있는 치료제”라며 “비소세포폐암, 간암 등 적응증 확대를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