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창업하게 된 건 2002년이었어요. 당시 광우병이 세계적으로 이슈였어요. 광우병 유발 단백질인 프리온을 혈액으로 검출하는 키트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죠. 항원항체반응을 이용해 프리온 진단 제품을 개발했지만 완전한 실패라는 점을 깨달았어요. 프리온이 기본적으로 우리 몸에 다 존재하는 물질이라, 병에 걸린 사람과 걸리지 않은 사람 모두 ‘양성’이 나왔거든요. 개발하는 사이 광우병이 잠잠해지기도 했고요.”
강성민 피플바이오(304840) 대표의 말이다. 사업 포기의 갈림길에 섰던 그는, 프리온 검출 기술을 살리기로 했다. 사람 혈액 속에는 질병을 유발하지 않는 단량체(모노머)와, 질병을 일으키는 수십 개의 단량체가 연결된 분자인 멀티머(올리고머)가 있다. 당초 피플바이오가 개발한 프리온 진단기술은 올리고머를 검출하는 방식이었다. 그는 “올리고머가 유발하는 질환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모노머와 올리고머와 차이를 이용해 진단하는 방법을 모색해보기로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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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개발하게 된 게 현재 피플바이오의 근간이 된 MDS(Multimer Detection System) 플랫폼이다. 항원을 겹치게 설계해 변형단백질 질환에서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올리고머를 선택적으로 구별해 검출한다. 변형단백질 질환은 단백질의 비정상적인 접힘으로 인한 응집과 올리고머화로부터 시작되는 질병군을 말한다.
강 대표는 “변형단백질 질환은 알츠하이머병과 파킨슨병, 백내장 등 고령층에서 문제가 되는 질병이 대다수였고 환자도 많았다. 플랫폼으로 확장 가능한 영역이 많았기에, 소위 ‘운이 좋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피플바이오는 MDS 플랫폼 기술을 가장 먼저 환자가 많은 알츠하이머 진단에 활용했다. 알츠하이머병의 주요 바이오마커인 아밀로이드 베타 올리고머화 정도를 측정해 알츠하이머를 진단할 수 있게 했다. 목표는 조기 진단이었다.
그는 “알츠하이머가 계속 진행되다 마지막 단계에서 나타나는 게 치매다. 치매에 걸리면 치매 환자 본인과 가족은 물론, 사회적 비용도 만만찮다. 혈액을 통해 쉽고 간편하게 알츠하이머를 발견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의미를 뒀다”고 했다.
그렇게 알츠하이머 혈액진단키트 ‘inBlood OAβ test’는 2009년부터 개발을 시작한 이후 2018년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획득했다. 2019년엔 수출용 허가를 받았다. 2020년엔 유럽 통합규격인증(CE)을, 2021년엔 신의료기술 인증을 받았다. 알츠하이머 혈액 진단키트를 상용화한 건 세계 최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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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바이오는 MDS 플랫폼을 활용해 파킨슨병 혈액진단키트도 개발 중이다. 파킨슨병은 알츠하이머병에 이어 두 번째로 흔한 신경성 퇴행성 뇌질환이다. 원인 변형단백질인 알파 시누클레인을 MDS 플랫폼으로 분석한다. 강 대표는 “지난해 성능평가를 진행했고, 현재 진단키트의 민감도를 높이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내년 상용화가 목표다.
또 다른 변형단백질 질환인 당뇨병 진단키트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혈당 수치를 통해 측정하는 기존 진단 단계에 앞서, 혈액 내 아밀린 올리고머를 검출해 당뇨병을 조기 진단하는 방법을 개발 중이다. 현재 시제품을 개발 중인 상황으로, 2024년 상용화가 예상된다.
똘똘한 원천기술은 피플바이오의 경쟁력이 됐다는 게 강 대표 말이다. 그는 “여러 질환으로 확장할 수 있는 플랫폼이 있고, 그 기술이 타깃하는 퇴행성 뇌질환 등 변형단백질질환은 고령화 사회에서 계속 문제시되는 질환”이라며 “질병 증후가 나타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치료를 하는 게 아니라, 진행되기 전 질병을 예방하는 게 앞으로의 의학 방향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의 플랫폼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