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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년 만의 메이저 대회 10타 차 역전극
이번 메이저 우승은 유해란 자신에게도 예상 밖의 결과였다. 그는 1라운드에서 1오버파를 적어내며 선두 윤이나에게 10타 뒤처진 공동 70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이후 사흘 간 10타 차를 모두 만회하며 LPGA 투어 역사상 가장 극적인 역전 우승을 완성했다. 62년 만에 나온 대기록으로, 1라운드를 마쳤을 때 유해란의 우승 확률은 0.2%에 불과했다.
유해란은 “1라운드 후에는 ‘컷만 통과하자’고 생각했다. 메이저 대회는 경험상 ‘뭘 해야겠다’고 욕심을 부리면 꼭 안 되더라. 메이저는 인내의 시간이고, 결국 끝까지 기다리는 사람이 승자라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고 돌아봤다.
우승을 예감한 순간을 묻는 질문에는 “후반 9홀 들어서 ‘이러다 우승할 수도 있겠는데’라는 느낌이 아주 살짝 오긴 했지만, 16번홀(파4)이 워낙 까다로워 방심할 수 없었다. 거리는 짧지만 해저드로 둘러싸여 있고 호수 옆이라 바람을 막아주는 장치가 아무것도 없는 좁은 홀이다. 세컨드 샷을 잘 쳐야만 하는 위기 상황에서 어려운 2.5m 파 세이브를 해내며 잘 넘어간 뒤, 그제야 편하게 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대회 도중 과감하게 퍼터를 바꾼 승부수도 적중했다. 1라운드 직후 퍼터를 교체했던 유해란은 2라운드에서 64타를 몰아치며 단숨에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시즌 중반 한 달간 한국에 머물렀던 유해란의 공백기가 사실은 복통으로 인한 수술 때문이었다는 사실은 뒤늦게 알려졌다. 이 때문에 시즌 두 번째 메이저 대회 US 여자오픈도 출전하지 못했다.
유해란은 “3주 정도는 골프채를 잡지 않고 완전히 쉬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미국 투어는 비시즌이 한 달밖에 안 돼서 늘 골프채를 붙잡고 살았는데, 이렇게 3주씩 쉰 건 골프 인생에서 처음”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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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이후 올해 첫 승이 나오기까지 1년 1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리는 동안 조급함도 없었다고 했다. 유해란은 “여태까지 못 해왔던 게 아니기 때문에 기회는 올 거라 믿었다. 무엇보다 건강해야 골프를 계속 칠 수 있지 않나. 억지로 끌고 가는 것보다 잠깐 쉬어가는 게 맞다고 생각해 휴식을 결정할 때도 큰 고민은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 달 만에 복귀하자마자 우승할 줄은 나도 꿈에도 몰랐다”며 “3등 안에만 들어도 대성공이라 생각했다”며 웃어 보였다.
상금 30억과 꿈의 단어 ‘메이저 챔피언’
이번 우승으로 유해란은 한 시즌 성적을 포인트로 환산한 레이스 투 CME 글로브 3위로 뛰어 올랐고, 올해의 선수 2위, 평균 타수 2위, 상금 랭킹 2위 등 각종 개인 타이틀 부문에서 선두 넬리 코다(미국)를 쫓으며 커리어 하이 시즌을 예고했다.
정작 유해란은 타이틀 경쟁에 크게 연연하지 않았다. 유해란은 “상을 받으면 좋지만 받고 싶다고 받는 게 아니다. 올해도 타이틀 욕심은 전혀 없다”며 초연한 태도를 보였다.
여자 골프 역대 최고 상금인 195만 달러에 대해서는 “아직 통장에 찍히지 않아서 실감이 잘 안 난다”고 솔직하게 밝혔다.
이어 “사실 미국 오기 전에 한국에서 이미 거금을 쓰고 왔다. 차량 후원을 받는 캐딜락에서 에스컬레이드 전기차를 샀다. 출국할 때 엄마한테 ‘돈 많이 쓰고 가니까 미국 가서 벌어올게’ 하고 왔는데 진짜 벌게 됐다”며 웃었다.
하지만 상금보다 유해란이 이번 우승으로 가장 크게 얻은 소득은 ‘메이저 챔피언’이라는 타이틀이다. 그는 “‘메이저 챔피언’이라는 그 한 단어가 너무나 갖고 싶었다. LPGA 투어는 대회 때 선수 소개를 해주는데, 장내 아나운서가 내 이름 앞에 ‘메이저 챔피언’이라는 타이틀을 붙여서 소개해 주는 상상을 항상 해왔다. 이제 그 단어를 가졌으니 정말 여한이 없다”고 기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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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골프는 2022년 4승, 2023년 5승, 2024년 3승에 그치며 ‘암흑기’ 평가를 받았다. 유해란은 한국 여자골프가 주춤하던 시기 LPGA 투어에 데뷔해 2023년부터 매년 1승씩 꾸준히 보태왔다. 한국 선수들은 지난해 6승을 합작하며 반등의 발판을 마련했고, 올해는 17개 대회에서 벌써 4승(김효주 2승·유해란·이미향 1승)을 올리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유해란은 최근 한국의 선전에 대해서도 선수들 간의 분위기를 꼽았다. 유해란은 “요즘은 언니들과 이야기하는 것도 재미있고 친구들도 많아져 대회장 가는 길이 즐겁다”며 “선수들끼리 서로 축하해주는 훈훈한 분위기가 긍정적 영향을 주는 것 같다”고 부연했다.
유해란은 오는 9일 프랑스 에비앙 레뱅의 에비앙 리조트 골프클럽에서 열리는 시즌 네 번째 메이저 아문디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연속 메이저 우승에 도전한다.
그는 “남은 시즌 목표도 달라진 건 없다. 스트레스 받지 않고 ‘행복 골프’를 하는 것”이라며 “에비앙 챔피언십에서도 지금까지 한 것처럼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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