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를 사형시켜 주세요"…엄마 잃은 딸이 쏟아낸 절규[그해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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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나연 기자I 2026.01.25 00:00:01

2018년 등촌동 전처 살인 사건
가정폭력범, 이혼 후 폭력·미행
1심·2심 법원, 징역 30년 선고

[이데일리 채나연 기자] 2019년 1월 25일 ‘아빠를 사형시켜달라’는 청와대 청원으로 국민적 공분을 샀던 ‘등촌동 전처 살인사건’의 범인 김모(50)씨에게 법원이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서울 등촌동 전처 살인사건’의 범인 김모(50)씨. (사진=연합뉴스)
사건은 2018년 10월 22일 발생했다. 이날 오전 7시 16분께 경찰에 “등촌동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여성이 흉기에 찔려 피를 흘리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과 소방대원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A(47·여)씨는 이미 숨진 상태였다. A씨는 사고 당일 오전 4시 45분께 운동을 하러 나갔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이 아파트 폐쇄회로(CC)TV를 분석한 결과 범행 추정 시각 전 남편 김씨가 현장에 있었던 사실이 확인됐다. 영상에는 김씨가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모습이 담겼다.

경찰은 김씨를 추적해 사건 당일 오후 9시 40분께 서울 소재 한 병원에서 긴급체포했다.

경찰 조사에서 김씨는 “이혼과정에서 쌓인 감정 문제 등으로 A씨를 살해했다”고 자백했다.

사건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강서구 아파트 살인사건 피해자의 딸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이 청원인은 “강서구 등촌동 47세 여성 살인사건의 주범인 저희 아빠는 절대 심신미약이 아니고 사회와 영원히 격리해야 하는 극악무도한 범죄자”라며 사형을 선고해달라고 청원했다.

A씨 딸들은 김씨가 사건이 발생하기 전 오랜 시간 동안 가정폭력을 행사해 왔다고 밝혔다.

A씨의 첫째 딸은 “어렸을 때부터 폭력이 일상화돼 있었는데 20년도 더 됐다”며 “옷걸이나 벨트로 수없이 맞고 자랐다”고 말했다.

A씨의 둘째 딸은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은 행동을 하거나 말을 듣지 않으면 곧바로 폭력을 행사했다”며 “죽여버리겠다는 협박이 심해 어머니는 아버지 몰래 6번을 이사했고 휴대전화 번호도 수시로 바꿨다”고 말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피해자 딸의 청원. (사진=연합뉴스)
실제로 A씨는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못해 2015년 김씨와 이혼했다. 그러나 김씨는 이혼 이후에도 미행 등의 수법으로 가족들의 거처를 알아낸 뒤 공갈·협박·폭행을 이어나갔다. A씨와 가족들은 4년간 6번이나 이사하면서 도망 다녀야 했다.

김씨는 2015년 2월 A씨에게 상해를 가한 혐의로 접근금지 조치를 받고도 A씨 어머니의 집을 찾아가 술병을 깨뜨린 뒤, 깨진 병 조각으로 자신의 허벅지를 자해하며 A씨를 협박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2016년 1월에는 흥신소에 의뢰해 A씨의 거처를 추적하던 중 서울의 한 중국집에서 A씨를 발견하고 흉기로 A씨에게 위해를 가한 사실도 확인됐다.

조사 결과 김씨는 범행 전 치밀한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김씨가 범행 당시 A씨가 자신을 알아볼까 봐 가발을 쓰고 접근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또한 김씨는 미리 A씨의 동선을 파악하기 위해 차량 뒤쪽 범퍼에 위성위치추적시스템(GPS)을 부착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검찰은 김씨에 대해 무기징역 및 10년간 위치추적장치 부착 명령, 보호관찰 5년을 구형했다.

김씨는 최후진술에서 “아이 엄마에게 미안하다. 아이들도 평생 가슴에 상처를 안고 살아가게 될 것”이라며 “엄한 처벌이 전처 가족의 치유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면 그 길을 택하겠다”고 말했다.

A씨 딸들은 재판 전날 인터넷 커뮤니티에 ‘살인자 아빠의 신상 공개한다’는 제목의 게시물을 올려 김씨의 실명과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들은 “잔인한 살인자가 다시는 사회에 나오지 못하도록 우리 가족에게 해를 끼치지 못하도록 멀리 퍼뜨려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딸들의 법정 호소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당시 1심 재판부와 항소심 재판부는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이혼의 원인을 피해자의 탓으로만 돌리고 피해자를 찾지 못하게 되자 집요하게 추적했으며 미행하고 위치추적을 해 피해자를 살해하기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죄질이 극히 나쁘고 엄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반성문을 통해 유족에게 사죄 의사를 표시한 점 등을 감안해 양형을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이 사건 이후 가정폭력과 관련해 접근금지 규정의 실효성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고 정부는 가정폭력 현행범을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즉시 체포할 수 있도록 가정폭력처벌법을 개정해 시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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