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상장을 앞둔 오름테라퓨틱은 최근 미국에서 진행 중인 표적단백질분해제(TPD) 후보물질 ‘ORM-5029’ 임상 1상에서 중대한 이상반응이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회사 측은 “ORM-5029 임상 1상에서 1명의 참여자에게 중대한 이상반응이 보고됐으며, 당사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이를 보고했다”며 “안전성에 대한 종합평가가 완료되고, 위험 완화 계획이 수립될 때까지 신규 참가자 등록을 일시적으로 중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 치료제 후보물질인 ORM-5029는 회사가 자체 개발한 플랫폼 ‘TPD²- GSPT1’에 기반한 핵심 파이프라인으로, 개발 속도가 가장 빠르다. 지난해 11월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과 1억 달러(약 1298억원)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한 급성골수성백혈병(AML) 후보물질 ‘ORM-6151’ 역시 같은 플랫폼을 활용한 파이프라인이다. TPD²- GSPT1 플랫폼은 세포독성 GSPT1 분해제를 항체에 접합해 특정 암세포로 정밀하게 전달하는 기전을 갖고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SAE는 △사망하거나 생명에 대한 위험이 발생한 경우 △입원할 필요가 있거나 입원 기간을 연장할 필요가 있는 경우 △영구적이거나 중대한 장애 및 기능 저해를 가져온 경우 △태아에게 기형 또는 이상이 발생한 경우 중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를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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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항암제 임상서 SAE 자주 발생...“현 상황 큰 문제라 볼 수 없어”
이번 돌발 변수로 인한 오름테라퓨틱에 대한 대내외적인 영향에 대해 초점이 맞춰진다. 오름테라퓨틱은 ORM-5029 글로벌 임상 1상 후 기술이전을 목표로 하고 있고, 코스닥 상장을 위한 수요예측이 당장 21일부터 시작해 내달 3일과 4일에는 청약이 진행되는 매우 민감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복수의 전문가는 임상 1상 중 SAE 발생이 지금 단계에서 큰 문제라고 판단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안전성평가, 생물의약품평가, 바이오심사조정과를 거친 김종규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규제과학지원단장은 “임상 중 중대한 이상반응이 나오는 것은 환자 집단에 따라 다르다. 항암제 임상은 중대한 이상반응이 나오는 게 특별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특히 “임상에 참여하는 암 환자는 임상 중에도 응급실을 갈 수도 있고, 사망을 할 수 있는 상황에 있는 분들이 많다. 따라서 중대한 이상반응은 당연히 나타날 수 있다. 반면 여드름 치료제 임상에서 중대한 이상반응이 나왔다고 하면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SAE에 대한 원인분석 결과를 보고 평가하면 될 일”이라고 설명했다.
◇환자·투자자 위해 선제적 공개, 샤페론과는 달랐다
일각에서는 오름테라퓨틱 ORM-5029 임상시험 자체가 중단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임상 환자에 대한 연구는 계속 진행 중이다. 신규 환자 모집만 중단된 상황이다. 업계에서도 “임상 중단과 환자 모집 중단은 엄연히 다르다. 섣부른 판단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 임상시험정보사이트 크리니컬트라이얼즈에 따르면 오름테라퓨틱의 ORM-5029 임상 1상은 여전히 진행 중임을 뜻하는 ‘Active’가 표시돼 있다.
ADC 치료제 개발 바이오벤처 대표는 “항암제 임상에 참여하는 말기 암 환자들은 약의 영향이 아니더라도 사망할 수 있는 확률이 높다. SAE 관점에서 봤을 때 약물에 대한 영향이 크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럴 경우 임상이 중단될 수 있다”며 “오름테라퓨틱은 임상 중단이 아닌 환자 모집을 중단한 것으로 기 참여자들을 통한 임상은 계속 진행되고 있다. 항암제 임상은 환자가 사망해도 큰 문제가 아닌 이상 임상이 중단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오름테라퓨틱은 상장을 앞둔 민감한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변수에 대해 선제적으로 시장에 알린 것은 그동안 국내 바이오 업계에서 볼 수 없었던 행동이라는 평가다.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를 개발 중인 샤페론(378800)의 경우 2022년 코스닥 상장 하루 전에 수령한 국내 임상 2상 최종보고서(CSR)를 공시하지 않았다. 비상장사였기 때문에 공시 의무가 없었지만, 상장 후에도 공개하지 않았다. CSR의 경우 투자 판단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내용이었던 만큼 논란이 일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수많은 기업이 항암제 임상에서 중대한 이상반응이 나오지만, 이를 공시하거나 발표한 적은 없다”며 “해당 건의 경우 상장사였어도 공시 의무가 없고, 비상장사 역시 알릴 의무는 없다. 하지만 오름테라퓨틱은 이를 즉각 공개했다. 조그만 문제라도 공개하고 해결하고 가겠다는 입장이 강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회사 입장에서는 쉽지 않았을 정보를 공개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