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로장생이 뜬다-재생의료]① 韓 세포재생·오가노이드 기술, 어디까지 왔나

김승권 기자I 2024.11.27 08:30:14
전세계가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안티에이징(항노화) 산업이 특수를 맞고 있다. 노화를 지연시키거나 멈추게 하는 개념으로, 생활의 질을 향상시켜 수명을 연장하는 것이 목표다. 과거 단순히 화장품 등 일부 분야에만 국한됐던 개념이 의약품, 의료기기까지 확장되면서 하나의 거대 산업을 이루고 있다.

의약품, 의료기기, 기능성 화장품 분야를 포함한 글로벌 안티에이징 시장은 2022년 1조9674억 달러(약 2723조원)에서 2029년 2조8062억 달러(약 3885조원)로 반도체 시장(5330억 달러)보다 훨씬 크고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된다. 그만큼 블루오션 시장으로 국내 기업에도 글로벌 도약의 기회가 있고, 한국이 확고한 경제 강국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라도 안티에이징 시장을 집중 공략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팜이데일리는 안티에이징 분야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기반으로 글로벌 플레이어 도약이 유력한 기업들을 소개하고 성공 전략을 집중 분석해봤다.[편집자주]

[이데일리 김승권 기자] 인류가 오래 꿈꿔온 ‘불로장생’이 재생의료 기술 발달로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항노화 연구의 방향은 크게 △노화 세포 제거 △노화를 늦추는 물질 개발 △세포 역노화(세포 재생) 등 세가지 분야로 발전되는 추세다. 특히 항노화의 핵심인 세포 재생과 오가노이드 기술의 진보는 난치성 질환 치료와 수명 연장에 혁신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며 빠르게 성장 중이다.

15일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재생의료 시장은 연평균 27.2% 성장해 2022년 기준 121억 달러(약 16조 9073억원)를 넘어섰다. 향후 연평균 성장률도 20%대를 유지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제프 베이조스와 샘 올트먼과 같은 기술 분야의 거물들이 이 분야에 막대한 투자를 단행하며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실제 제프 베이조스가 투자한 알토스 랩스(Altos Labs)는 2022년 1월 공식 출범하며, 세포 재프로그래밍을 통한 노화 역행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이 회사는 제프 베이조스와 러시아 출신의 억만장자 유리 밀너 등으로부터 총 30억 달러의 투자금을 확보했다. 오픈AI의 CEO인 샘 올트먼은 레트로 바이오사이언스(Retro Biosciences)에 1억 8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레트로 바이오사이언스는 인간의 평균 수명을 10년 연장하는 것을 목표로, 노화를 늦추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이 회사 또한 세포 재생이 핵심 기술이다.

◇ 세포 재생 (피부재생) 시장 현황은

세포 재생(피부 재생) 기술은 재생의료의 주요 영역 중 하나다. 전통적으로 세포 재생은 줄기세포를 이용한 피부 재생이 주목을 받아왔다. 줄기세포는 분화능력을 가진 세포로, 손상된 세포와 조직을 복구하는 데 사용된다. 한국은 줄기세포 치료제를 상업화한 최초의 국가로, 테고사이언스의 ‘홀로덤’, 메디포스트(078160)의 ‘카티스템’ 같은 치료제들이 주름 개선, 상처 치유, 연골 재생 등에서 높은 효과를 보이고 있다.

강스템바이오텍(217730)도 서울대학교와 공동연구를 통해 사람의 피부와 같은 형태의 유도만능줄기세포 기반 피부 오가노이드를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이 오가노이드는 기존의 인공피부에서는 어려웠던 모낭 조직까지 포함해, 피부 조직을 보다 정교하게 재현해냈다. 에피바이오텍은 모유두세포를 3D 구조로 배양해 탈모 치료에 활용하고 있으며, 이러한 기술들은 화상 치료, 상처 치유 등 다양한 의료 분야로 확장될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파악된다.

바이오의약품 대비 재생의료 시장 규모 (데이터=아이큐비아)
강스템바이오텍 관계자는 “3D 세포 생존률 저하, 인체 적용 시 부작용 등 기존 동결보존기술의 한계를 극복해 오가노이드의 안정적인 생산·유통·보존·원거리 수송이 가능한 원스톱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며 “특히 개발 후 오가노이드 등 3D 세포 기반 재생 치료제 연구개발 현장에 즉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돼 자사의 피부 및 췌도 오가노이드 치료제의 임상 진입 및 상용화에도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줄기세포 없이 세포 재생을 시도하는 기업도 나오고 있다. 20여 년간 줄기세포를 연구한 오일환 대표가 지난 2019년 설립한 리젠이노팜이 그 주인공이다. 리젠이노팜은 성체줄기세포를 깨어나게 하는 원리의 ‘웨이크업 스템셀’(Wake-up Stem-Cell) 플랫폼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생체 내 줄기세포를 활성화하는 펩타이드나 리보핵산(RNA) 치료제 물질을 주입하는 방식이다. 리젠이노팜이 개발 중인 방식의 치료제는 줄기세포를 직접 주입하지 않으므로 △세포 기증 △세포 분리·농축 △세포 배양 △세포 분화 △품질관리 △세포치료제 개발에 이르는 과정을 생략할 수 있다. 수천만 원에 이르는 기존 줄기세포 치료제 대비 1/10가량 저렴한 가격으로 치료 효과를 제공하겠다는 것이 리젠이노팜의 목표다.

오일환 대표는 “줄기세포 없이 재생치료를 한다고 하면 다들 그게 말이 되는 거냐고 물어본다”며 “도마뱀을 보면 꼬리가 잘렸을 때 이를 재생하는 메커니즘이 진행되는데 이와 유사하게 인체 내 줄기세포의 기능을 깨우는 것이 웨이크 업 스템셀이라는 기술이다. 이미 미국에서는 알토스 랩, 톤바이오, 레트로바이오사이언스 등이 대규모 투자를 받아 항노화를 위한 재생치료를 연구 중”이라고 설명했다.

◇ 오가노이드 (3D 프린트 기술) 어디까지 왔나

오가노이드는 줄기세포를 3차원 구조로 배양하여 실제 장기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미니 장기를 만드는 기술이다. 오가노이드 기술은 3D 프린팅과 결합해 더욱 정교한 인체 조직 모델을 만들어내며, 약물 개발과 질병 연구에 효과적으로 활용된다. 현재 오가노이드 시장은 2023년 약 14억 달러에서 연평균 25.2% 성장해 2028년 43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해당 분야에서는 로킷헬스케어가 기술적으로 상위권에 올라있다. 로킷헬스케어는 3D 프린팅으로 당뇨발(당뇨병성 족부궤양)을 치료하는 연구개발을 지속하고 있다. 환자의 자가지방 조직을 미세 조직으로 만들고 이를 3D 프린팅해 상처 부위와 크기와 모양이 같은 패치를 만들어 다친 곳을 보호하고 세포 증식을 통해 치료하는 방식이다. 티앤알바이오팹(246710)은 UCSD 의과대학 연구팀과 함께 뇌 오가노이드 연구를 진행 중이다. 또 다른 국내 기업 바이오솔빅스는 삼성서울병원과 협력하여 암 오가노이드 플랫폼을 개발, 대장암과 폐암의 항암제 스크리닝에 활용하고 있고 오가노이드사이언스 역시 장 오가노이드 기반 치료제 ‘아톰(ATORM)-C’의 임상 1상을 앞두고 있어 오가노이드 기술이 치료제로서의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세포 재생 프로세스 (사진=한국바이오협회)
이처럼 3D 프린팅 기술과 오가노이드 기술의 결합은 더욱 정교하고 기능적인 인체 조직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어, 향후 재생의료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한국에서는 올해 8월부터 시행된 첨단재생바이오법으로 인해 희귀병, 난치병 환자들에게 더 많은 치료 기회가 주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 발전과 함께 윤리적, 법적 문제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인간 배아나 생식 세포, 뇌를 이용하는 연구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윤리적 문제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재생의료 바이오텍 한 관계자는 “재생의료 시장은 북미와 유럽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한국도 첨단재생바이오법 시행을 통해 희귀병과 난치병 환자들에게 더 많은 치료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재생의료는 단순한 치료를 넘어 인류의 수명 연장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중요한 도구로 자리잡을 것으로 관측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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