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가장 각광받는 주사형 비만 신약 후보물질로 암젠의 ‘마리데바트 카프라글루타이드’(마리타이드·프로젝트명 AMG133)가 떠오르고 있다. 마리타이드는 항체 단백질 접합체이며,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GLP)-1’과 ‘위 억제 폴리펩타이드 수용체(GIPR)’에 동시에 작용한다.
암젠은 이미 지난 2월 마리타이드의 체중감량 효과가 최대 14.5%이며, 최장 150일까지 평균 11%대로 체중이 감량되는 탐색적인 효능을 확인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월1회 투약 용법의 비만 주사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이유다.
미국 클리니컬트라이얼에 따르면 이미 2023년 1월부터 당뇨병의 유무와 관계없이 과체중이거나 비만인 환자 592명을 대상으로 월1회 투약하는 용법을 적용한 마리타이드의 글로벌 임상 2상을 진행되고 있다. 해당 임상의 1차 종결 시점은 오는 10월로 예정됐으며, 연내 그 결과가 도출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비만약 개발 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시장에 나온 비만약의 효능은 20% 중반이 최대치로 보고 있다. 약 먹었다고 체중이 30~40% 빠진다면 건강상의 문제를 일으킬 우려가 있다”며 “20% 수준의 체중감량 효능을 기본 조건으로 가져갈 때 투약편의성을 높이거나 근손실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후보물질이 주목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노보 노디스크가 임상 3상 중인 경구용 비만약이나 마리타이드와 같은 물질이 게임체인저 후보군이다”며 “경구용 약이 투약이 편하긴 하지만, 성인이라면 매일 챙겨먹는 것보다 1달 이상 간격으로 맞는 주사제를 선호할 수도 있다. 경구 및 주사제 시장은 결국 동반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구용 비만약 시장과는 별개로 마리타이드의 등장은 해당 분야 주사제 시장의 지각변동을 일으킬 전망이다. 지난해 기준 비만약 시장은 약 11조~12조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덴마크 노보노디스크의 GLP-1 계열 약물인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와 ‘삭센다’(성분명 리라글루타이드)가 2023년 각각 매출 6조원과 3조원을 올리며 해당 시장을 주도했다. 위고비는 주1회, 삭센다는 매일 1회 투약하는 비만 주사제다.
28일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마리타이드의 임상개발이 순항할 경우 빠르면 2029년 미국 등 주요국 시장 진출에 성공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마리타이드는 한국을 포함안 아시아 지역까지 동시 다발적으로 진출할 가능성도 있다.
이미 지난해 2월부터 마리타이드의 비만 환자 대상 국내 임상 2상이 개시됐다. 결국 현시점에서 국내사가 임상 중인 비만약 후보물질의 국내외 매출 확장성에 마리타이드가 주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 셈이다.
|
국내사 중 임상3상 단계의 비만약 후보물질을 확보한 곳은 한미약품과 HK이노엔 등 2곳이다. 먼저 한미약품은 자체 발굴한 GLP-1 작용제 ‘에페글레나타이드’에 대해 지난 1월 국내 임상 3상 환자 등록을 개시했다. 회사 측은 해당 임상을 2026년 상반기까지 종료하고, 이르면 3년 내 국내에서 상용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지난 5월 HK이노엔이 중국 사이윈드 바이오사이언스(사이윈드)로부터 ‘에크노글루타이드’의 국내 개발 및 상업화 권리를 기술이전받았다. 에크노글루타이드는 중국에서 당뇨 및 비만 관련 주1회 투약 용법으로 임상 3상에 진입한 상태다. HK이노엔 측은 에크노글루타이드에 대해 같은 적응증으로 국내 임상 3상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HK이노엔 관계자는 “에크노글루타이드의 당뇨 적응증은 중국에서 진행된 내용을 가교 임상으로 활용해 국내 시장 진입을 시도하면 된다. 하지만 비만 적응증은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중국 의약당국의 가이드라인이 달라 따로 진행해야 한다”며 “연내 비만 관련 우리 물질의 국내 3상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이어 “에크노글루타이드의 상용화가 가시화 될 시점에서 암젠의 물질을 포함해 다양한 경쟁 약물이 존재할 것이다”며 “에크노글루타이드의 과거 임상에서 충분히 경쟁력있는 효능이 확인됐다. 여기에 가격 경쟁력을 더해 시장성을 높여가야 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유한양행(000100)과 인벤티지랩(389470)의 ‘IVI-3021’ △프로젠의 ‘PG-102’ 등은 월1회 투약하는 비만 주사제로 개발되고 있지만, 전임상 단계이기 때문에 개발 성공을 논하기는 이른 시점이다.
김종윤 프로젠 대표는 “시장 선도 약물인 위고비나 일라이릴리의 ‘젭바운드’(성분명 티르제파타이드) 등이 연간 투약하려면 1만3000달러~1만5000달러의 비용이 든다”며 “투약편의성, 부작용 최소화 등도 주요한 경쟁 이슈이지만, 후발주자로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