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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신원은 47세 A씨. 그는 선착장에 혼자 온 것이 아니었다. 불과 20일 전 혼인신고를 마친 남편 B(50)씨와 함께 바닷가를 찾았다가 변을 당했다.
B씨는 당초 방파제 끝부분의 경사로 부근에 주차했다. 그러나 B씨가 후진하다 뒷범퍼 부분을 추락 방지용 난간에 부딪혔고 차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혼자 내렸는데, 차량 변속기를 중립(N) 상태에 둔 채로 내리면서 경사로에 있던 차가 그대로 바다에 빠졌다.
해경구조대가 조사한 결과, 차량 주차 브레이크는 풀려있었고 기어는 중립 상태로 돼 있었다. 또 차량 뒷좌석 창문은 7cm가량 열려있었고 조수석에 앉아있던 아내는 나체 상태였다.
사고 현장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승용차가 바다에 추락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남편 B씨가 현장을 유유히 빠져나가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해경은 단순 차량 사고가 아닌 사건으로 보고 남편 B씨를 체포해 집중 추궁했다. 특히 하차하기 전 차에서 냄새가 난다며 뒷좌석 창문을 7cm 열어둔 것을 차가 빨리 가라앉게 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행동이라고 판단했다.
해경이 B씨에게 살인 혐의를 적용한 결정적 이유는 A씨와 교제를 시작한 직후 보험설계사 자격증을 갖고 있던 B씨가 스스로 A씨 명의의 보험 상품을 6건이나 가입했기 때문이다. A씨가 사망하면 최대 12억 5000만원을 받을 수 있는 계약이었고, 보험 수익자를 B씨가 자기 앞으로 돌려놓은 상태였다.
B씨는 또 혼인신고 이튿날 자신의 자동차보험에 최대 5억원의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손해보장 확대 특약까지 가입했다. 게다가 보험금 수령액을 늘리기 위해 아내의 연봉 등을 실제보다 높게 허위로 기재한 사실까지 드러났다. 결국 A씨가 B씨 승용차와 함께 물에 빠져 숨질 경우 두 보험료 모두 B씨 앞으로 최대 17억 5000만원이 떨어지는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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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에서 살인죄 무죄를 확정받은 뒤 B씨는 보험사를 상대로 부인의 사망보험금을 청구했지만 보험사가 지급을 거절하자 소송을 냈다.
보험금 소송에서도 법원의 판단은 엇갈렸다.
1심 재판부는 B씨가 아내를 고의로 해친 경우에 해당한다며 청구를 기각했으나 2심은 고의 살해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며 12억원의 보험금을 보험사들이 전액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보험사들이 불복했으나 대법원 역시 2심과 같은 판단을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