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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5월에는 부산이다. 미술품을 한자리에 꺼내놓고 한바탕 북적이며 팔고사는 ‘큰장’. 국내 3대 아트페어 중 순서상 두 번째인 ‘아트부산 2022’가 다음 타자로 흥행타선에 나선다.
3월에 여는 ‘화랑미술제’가 한 해 돌아갈 미술시장을 가늠하는 ‘간을 보는’ 자리라면, 5월의 아트부산은 그 해 미술시장의 판도를 확정하는 ‘양념을 투하하는’ 자리쯤 된다. 게다가 ‘부산’이란 장소가 특별하다. 서울에만 집중되는 미술품 향유를 지역으로 분산시키는 효과가 있는데. 아트페어가 단순히 미술품을 매매하는 기능만 있는 게 아니니 말이다.
어쨌든 시장이란 데는 무엇보다 ‘진기한 구경거리’를 찾아가는 재미가 있지 않은가. 한 바퀴 둘러보면 전부는 아니라 해도 ‘핵심’은 눈에 들어오게 돼 있다. 아트페어라면 마땅히 요즘 미술계를 달구는 트렌드, 뜨고 있는 신작작가, 날개를 단 중견작가의 새로운 작업 등등이 잡힌다. 게다가 해외갤러리·화랑이 참여하는 ‘국제아트페어’라면 그 영역을 나라 밖 동향으로까지 넓힐 수가 있다. 물론 한국 미술시장에 먹힐 작가·작품을 1순위로 따지긴 할 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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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규모로 밀어붙일 건 아니지만 아트페어에서 무시할 수 없는 한방이 또 그 규모다. 이달 12일부터 15일까지 나흘간 부산 수영구 벡스코에서 예고한 ‘아트부산 2022’는 21개 나라서 오는 134개 갤러리의 참여로 판을 키운다. 국내서는 101개 갤러리가, 해외서는 33개 갤러리가 부스를 차린다. 변원경 아트부산 대표는 “올해 참가하는 갤러리 중 국내 19개, 해외 21개 갤러리는 ‘아트부산’에는 첫 상륙”이라고 귀띔했다. 12일 첫날과 13일 오전, 14일 오전에는 VVIP(1200명)와 VIP(4500명) 관람객을, 13일 오후와 14일 오후, 15일은 하루종일 일반관람객을 맞는다.
◇지난해 두 배 매출 기대…관람객 10만명, 판매액 600억원
지난해 5월 열린 ‘아트부산 2021’은 나흘간 관람객 8만여명, 작품판매액 350억원으로 ‘역대급 성적’을 냈더랬다. 10회 동안 이어왔던 아트부산의 성과 중 사상 최대 매출을 올렸던 터다. 11회째인 올해는 예상치를 두 배 높여 잡았다. “관람객 10만명, 작품판매액 600억원 등 지난해 대비 두 배 이상의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그만큼 대충 넘길 일이 아니란 데 의견을 모은 듯하다. 덕분에 ‘특별한 볼거리’가 늘었다. 지난해 10개로 준비했던 ‘특별전’을 올해는 14개로 확장해 꾸민다. 사실 아트페어 주최측의 수익은 참여 갤러리들에게, 준비한 부스를 얼마나 많이 임대하느냐에 달렸다. 때문에 특별전은 일종의 ‘서비스 영역’이 된다. 굳이 서비스 영역을 이처럼 늘린 데는 관람객 규모를 의식한, ‘하루치 장사에 연연하는 게 아닌 내일까지 내다보겠다’는 의지가 작용했다고 볼 수 있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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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134개 갤러리 ‘주력 작가·작품’ 들고나와
134개 갤러리가 ‘저마다 미는 작가의 작품’ 수천점을 꺼내놓는 자리라 관람객 입장에선 사전정보가 필수다. 주요 출품작을 미리 알고 움직이는 게 드넓은 장소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일도 줄일 뿐더러, 이번에 놓치면 언제 다시 볼지 기약할 수 없는 작품을 알뜰히 챙겨보는 데도 도움이 된다.
올해 아트부산의 국빈급 대접은 로이 리히텐슈타인이 받을 듯하다. ‘퍼플 레인지’(Purple Range·1966)가 뜬다. 미국 그레이갤러리가 품고 날아올 작품의 가격은 575만달러(약 70억원) 상당. 그레이갤러리는 리히텐슈타인 외에도 대형작가인 데이비드 호크니, 알렉스 카츠 등을 전속으로 둔 화랑이다. 아시아미술시장에는 이번이 처음이라는데, 그래선지 들고 나올 작품들이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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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의 타데우스로팍은 게오르그 바젤리츠의 회화 ‘욕실이 딸린 조용한 객실’(2021)과 앤터니 곰리의 조각 ‘SPAN’(2021)을 공수해온다. 홍콩의 탕컨템포러리아트에선 중국은 물론 국내서도 인기가 높은 중국작가 자오자오와 아이웨이웨이의 회화작품(자오자오 ‘하늘’ 2021, 아이웨이웨이 ‘조디악·원숭이’ 2018)을 내놓는다.
국내 유수 갤러리도 각기 전략작품을 들고 나선다. 국제갤러리는 최근 개인전으로 시장을 선점한 스위스의 우고 론디노네와 한국의 이희준을, 학고재갤러리는 한국의 백남준과 스웨덴의 안드레아스 에릭슨을 대표작가로 뽑았다. 또 갤러리현대는 이승택, 우손갤러리는 최병소, 리안갤러리는 이건용·남춘모, 더페이지갤러리는 영국의 필립 콜버트 등을 ‘얼굴’로 내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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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으로는 ‘젊은 풍광’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MZ세대 컬렉터를 업고 기획력·실험성으로 승부하는 영 갤러리들이 대거 참여한 덕이다. 갤럴리스탠, 갤러리기체, 실린더, 에이라운지, 디스위켄드룸, 스페이스윌링앤딜링 등이 부산에서도 MZ세대를 불러모을 예감에 들떠 있다.
◇8.7m 호크니 작품 특별전에…NFT 프로그램 신설도
역시 특별전 감상도 빼놓으면 섭섭하다. 리히텐슈타인을 들인 그레이갤러리가 또 한 명의 거장 호크니의 대형작품을 긴 부스 한 면에 채우는 것으로 분위기를 잡는다. 가로길이가 8.7m에 달하는 ‘전시풍경’(Pictures at an Exhibition·2018)이란 작품이다. 독일의 페레스프로젝트는 오스틴 리의 비디오 인스톨레이션으로, 국내의 갤러리바톤은 김보희의 5m 대작회화 ‘투워즈’(2021)로 특별전을 장식한다. 이외에도 미국의 설치미술가 제임스 터렐과 백남준을 비롯해 강이연·이상수·강재원 등이 특별전을 꾸밀 작가로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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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까지 ‘없던 장면’이라면 NFT 프로그램이 꼽힌다. “관람객이 NFT 아트를 이해하고 체험하도록 했다”는 목적에다가, 공모전을 통해 선별한 작가들이 앞장서 NFT를 홍보할 수 있는 기회를 얹어줬다. 국내 NFT 플랫폼인 그라운드엑스와 협업해 선별했다는 작가 4인의 작품을 아트부산 기간 중 ‘NFT 부스’에서 전시한다. 예술성, 심미성, 대중성, 매체적합성, 디지털완성도 등 5가지 기준으로 뽑았다는데, 작가·작품을 공개하진 않아 궁금증을 키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