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남한에 살던 탈북자들이 북한으로 다시 돌아간 사례가 또다시 발생했다.
조선중앙TV와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는 북한을 탈출해 남한으로 왔다가 재입북한 리혁철(26), 김경옥(41), 강경숙(60)의 좌담회가 17일 고려동포회관에서 열렸다고 보도했다.
이 가운데 리씨는 지난달 3일 연평도에서 어선을 훔쳐 타고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북한으로 간 사실이 국내 언론에 보도된 바 있다.
올해 들어 재입북 탈북자를 북한 매체가 소개한 것은 지난 1월 기자회견을 한 김광호 부부와 그들의 딸, 또다른 탈북 여성 등 4명에 이어 두번째다.
작년에는 6월에 박정숙, 11월에 김광혁-고정남 부부가 재입북해 기자회견을 했다.
리씨는 함경북도 청진시에 살다가 두리하나선교회의 천기원 목사와 자신의 친형인 리상철의 ‘꾀임’에 빠져 2007년 2월 탈북했으며 지난달 연평도에서 고깃배를 탈취해 월북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이씨는 당시 연평도는 북한의 도발에 대응해 철통같은 방위체계를 갖췄다고 했으나 실제 가보니 “썩은 수수울바자를 세워놓은 것보다도 못하게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며 NLL을 넘어 월북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느끼게 됐다고 회상했다.
이씨는 재입북을 위해 지난달 3일 오후 10시께 속옷과 소지품만 착용하고 선원 숙소에서 몰래 빠져나와 식칼로 밧줄을 끊고 어선에 올라 해상으로 나왔다고 설명했다.
또 10시40분께 갑자기 해군 기지에서 탐조등이 켜지자 자신이 경비정과 구축함 사이로 빠져나간다는 사실을 알고 전속력으로 어선을 몰았다면서 “경비가 얼마나 허술한지 괴뢰해병들이 잡을 생각조차 하는 것 같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재입북 이유와 관련, 남한에 먼저 정착한 형으로부터 “큰 회사를 운영하고 있으며 자가용 승용차를 여러대 가지고 있다”는 말을 듣고 탈북했으나 실제 가보니 “자가용 차는커녕 교회 기숙사에서 겨우 살아가고 있었다”며 형이 정착금의 50%를 달라고 요구한 데 대해서는 혐오감까지 느꼈다고 털어놨다.
김경옥은 황해북도 사리원시 신흥1동에 살다가 돈을 벌기 위해 중국 옌지(延吉)시로 가 식당에서 일하던 중 2011년 6월 남한으로 갔으며 작년 12월 북한으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김씨는 “돈이 모든 것을 좌우하는 썩어빠진 남조선 사회에 침을 뱉고 공화국으로 다시 돌아왔다”며 중국에 있는 지인을 통해 ‘남편과 아들이 예전에 살던 집에서 그대로 살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나라에서 우리 가정을 보살펴주고 있다”는 데 감동받아 재입북했다“고 밝혔다.
현재 함경북도 온성군 남로노동자구 14인민반에 살고 있다는 강경숙은 ‘떳떳하지 못한 일신상의 문제’로 고민하다가 중국으로 넘어가 일자리를 찾던 중 남한 정보원을 통해 2010년 4월 남한으로 갔으며 박정숙 등 앞서 재입북한 탈북자들이 잘살고 있다는 말을 듣고 지난 3월 재입북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한결같이 탈북자심문 합동센터에서 조사받는 기간 고문을 당하거나 감금당하고 위협 받았으며 인간 이하의 갖은 모욕과 천대, 멸시를 받으면서 짐승만도 못한 비참한 운명을 강요당하는 과정에 자살을 기도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