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장섞어 몇 집 건너 한 집은 이산가족 아닐까 싶을 정도로 부모들은 자식 유학 보내기에 혈안이 된지 꽤 됐다. 기러기 아빠(1년에 한 두번 정도 자식 만나러 가는 철새같은 아빠)에 이어 독수리 아빠(언제든 원할 때 자식 보러 가는 여유있는 아빠), 펭귄 아빠(자식이 보고 싶어도 날아가지 못하는 아빠)란 단어는 물론, 오과부(뉴질랜드 오클랜드에 자식들 뒷바라지 위해 남편은 한국에 두고 온 엄마들을 가리키는 말)란 조어도 낯설지가 않다.
인간이 원래 더 나은 것을 꿈꾸고 바란다는 진화론적 측면에서, 또 여유있는 만큼 재량적으로 자녀 교육에 투자할 수 있다는 자본의 논리에서 조기 유학 현상을 무조건 매도할 순 없다. 하지만 최근 뉴질랜드에서 일가가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자살하고 이를 수습하러간 기러기 아빠까지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은 이 현상의 어두운 단면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영화 `우아한 세계`에선 조폭도 기러기 아빠다. 들개파 중간 보스 강인구(송강호 분)는 아내가 깡패짓 좀 그만두라고 구박하고 딸도 아빠를 부끄러워하며 냉랭하게 대하지만 좀처럼 그만두지 못한다 오히려 더 `일`에 혈안이다. 아들은 이미 유학가 있고 딸도 유학 보내달라고 조르는데 `회사(조직)`를 그만둘 수가 없는 것이다.
조폭이든 조폭이 아니든 중년 가장들의 삶이 이처럼 도식화되고 있는 것에 애처로움을 느끼기 이전에 이는 국가 경제적 손해란 생각으로 이어지는 것이 무리는 아닐 것이다. 국제수지에도 부담이고 바깥에서 키워진 인재들이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는다면 장기적으로도 타격이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도 "여행수지보다 무서운게 유학수지"라고 말했듯 유학·연수 수지 적자(누적)는 1993년 공식 집계가 시작된 이후 지난해까지 349억달러에 달했다. 경상수지 가운데 서비스 수지를 좌지우지하는 유학·연수 수지 적자는 이제 우리 경제에 부담을 주는 상수(常數)가 되고 있다.
요즘 뉴질랜드 달러가 유럽 위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위험자산 회피(risk aversion)에 나서면서 다소 하락하고는 있지만 지난해 뉴질랜드 달러는 엄청나게 올랐었다. 자식들 보내놓은 기러기 아빠들의 어깨가 더 무거워질 수 밖에 없었다.
경제학자 티부(C. Tiebout)는 시장에서 상품을 선택하는 것처럼 사람들은 정책적으로 더 나은 지역을 찾아가는 `발로 하는 투표(voting by feet)`를 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영어를 잘하기 위해 사교육비는 급증하고 공교육은 죽었다는 말이 나올만큼 교육 정책은 여전히 불만스럽다. 그러면서 사회적 성공에 대한 욕구는 매우 높은게 우리 사회다.
이 구도의 어느 하나가 변화를 시작하지 않는 한 해외로 향하는 교육 수요는 계속될 수 밖에 없다. 메워지지 않는 경제적 구멍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