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에서는 불필요한 비용 지출 방지와 국내 금융정보업계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금융당국이 나서 베타값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고 이를 공표하는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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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타값은 특정 기업의 주가가 전체 시장 대비 얼마나 민감하게 움직이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시장 전체 수익률이 1% 오를 때, 해당 기업 주가가 평균적으로 몇 % 오르거나 내리는지를 수치로 보여준다.
기업가치평가 시 할인율 산정의 핵심 변수로 사용되며 자회사와 비상장사의 가치 평가, 회계상 공정가치 측정, 기업공개(IPO) 밸류에이션 등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국내 회계법인들이 가치평가 시 일반적으로 블룸버그 베타값을 고집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블룸버그에서 제공하는 베타값이 투자자와 분석가 사이에서 신뢰받는 표준이라는 판단하에 기준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블룸버그 수치를 활용하면 투자 리포트나 딜에서 일관된 기준을 유지할 수 있다”며 “주기와 기준지수, 주가 보정 같은 요소들을 체계적으로 반영하기 때문에 비교적 정확한 평가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감사를 받는 기업과 용역을 수행하는 자산평가사 사이에선 블룸버그 자료만 고집하는 감사 구조가 불합리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내에서도 충분히 베타값을 뽑아낼 수 있는 상황에서 수치 산출에 막대한 비용을 지출하는 것은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설명이다.
실제 국내 한 기업은 연간 5000만원이 넘는 금액을 블룸버그 단말기 구독료로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금 여력이 되는 대기업은 부담이 크지 않지만 규모가 작은 기업의 경우 출혈이 상당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 등 공적 기관이 나서 국내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기준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이 직접 나서 기준을 마련한다면 감사인 역시 블룸버그의 베타값만 고집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기준을 제시하면 현업에서는 따라올 수밖에 없다”며 “한국거래소가 기준을 만들고 국내 금융정보업체가 데이터를 사서 유통하는 구조가 자리 잡으면 효율적인 공정가치 평가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회계사도 “회계업계에서도 블룸버그 베타값에 대한 갑론을박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감사인과 비용 지출을 부담해야 하는 기업의 입장 모두 일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키는 감사에 대한 권한을 갖고 있는 금융감독원에 있다”며 “금감원이 나서 기준을 제시한다면 감사인 역시 부담을 줄일 수 있고, 기업 역시 납득하는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