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관 법무법인 세종 전문위원은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국내 미디어 산업의 위기를 경고하며 이렇게 말했다. 유료방송 시장의 붕괴가 단순한 유료방송 산업의 쇠퇴를 넘어서 미디어 생태계 전체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그는 “미디어 산업은 사업자들이 다층적으로 연결된 특성이 있어 유료방송 플랫폼이 어려워지면 이와 연계된 고용, 인력, 재원 구조도 동시에 무너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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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관련 산업은 수십만 명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어, 그 붕괴는 국가적 혼란을 초래할 수 있는 문제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산업 분야별 인력 현황에 따르면, 방송 및 관련 산업은 △콘텐츠 제작 16만 명, △방송·영상 기기 5만 4000명, △유료방송 설치 기사 및 상담사 약 2만 5000명 등 총 35만 명 이상의 고용을 유지하고 있다.
유료방송 플랫폼의 역할을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OTT가 대체할 수 있다는 기대는 현실적이지 않다. 글로벌 OTT 사업자는 한국 시장에 진출하면서 발생한 매몰 비용이 거의 없기 때문에 언제든지 철수할 수 있다. 이 전문위원은 “콘텐츠 제작비용이 우리나라보다 저렴한 태국이나 일본 등 다른 시장으로 쉽게 옮겨갈 수 있으며, 실제로 그런 움직임이 발생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유럽은 자국 유료방송 등 레거시 미디어 산업이 취약해지면서 글로벌 OTT가 자국 콘텐츠의 최소 30% 이상을 유럽 제작 콘텐츠로 채우도록 하는 쿼터제를 운영하고 있다.
이 전문위원은 유료방송 위기 문제의 시급성을 강조하며, 특히 유료방송 이용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에서 물리적인 코드 커팅(유료방송 해지)은 적지만, ‘이용의 코드 커팅’은 이미 일어나고 있다. 유료방송 요금이 매우 저렴하기 때문에 해지하지 않는 것뿐이다. 이러한 현상은 미디어 산업 위기의 심각한 신호”라고 언급했다.
특히 마치 승인제처럼 운영되는 ‘약관 신고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약관은 본래 소비자 보호를 위한 것이지만, 정부는 이를 경쟁 통제를 목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유료방송이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약관은 완전 신고제로 운영하여 다양한 서비스를 출시할 수 있도록 하고, 우려사항은 사후 규제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종관 전문위원은 “대한민국 미디어 산업이 임계점에 가까워지고 있다”며,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해결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