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규제에 묶인 유료방송]
삼성TV FAST에 현대홈쇼핑 2개 채널 입점
가입자 감소 유료방송 위기감 고조
실시간 채널과 FAST 채널 혼합 허용 요구
"과기부 약관 신고 수리로 가능, 정책 결단 필요"
[이데일리 임유경 윤정훈 기자]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확산에 이어 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FAST)가 급부상하고 있다. 삼성전자(005930)의 FAST 서비스인 ‘삼성TV플러스’에 유료방송 전용으로 여겨졌던 TV홈쇼핑까지 입점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가입자 수가 감소하기 시작한 유료방송 업계는 위기감을 더욱 고조시키고 있다. TV 사용자 입장에서 보면 유료방송(케이블TV, IPTV), OTT, FAST는 시청 방식, 화면 구성, 콘텐츠 등에서 사실상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유료방송에만 적용된 낡은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11일 방송 업계에 따르면 삼성TV플러스에는 현대홈쇼핑의 TV홈쇼핑, 데이터홈쇼핑(T커머스) 두 개의 채널이 입점해 방송 중이다. TV 홈 메뉴 하단에서 ‘삼성 TV 플러스’ 아이콘을 선택해 진입하면 실시간 뉴스, 예능·드라마·교양 VOD 등과 함께 홈쇼핑이 ‘쇼핑’ 채널로 입점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FAST은 방송 관련 규제를 적용받지 않기 때문에 별도의 이용 약관 신고 없이도 홈쇼핑 송출이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홈쇼핑사도 기존 규제를 FAST에선 적용받지 않는다. 실제 현대홈쇼핑은 FAST에서 화면의 100%를 영상으로 채워 T커머스 채널을 송출 중이다. T커머스 채널은 전체 화면의 50% 이상을 데이터 영역으로 구성해야 한다는 과기정통부 가이드라인을 FAST에선 따르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TV홈쇼핑의 FAST 입점 사례는 늘어날 전망이다. 한국TV홈쇼핑협회 황기섭 실장은 “TV홈쇼핑사들은 전통적인 TV 매출액이 크게 감소하면서 판매 채널 확장을 고심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현대홈쇼핑 사례를 보고 FAST 입점을 검토하는 업체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유료방송 업계는 FAST에 TV홈쇼핑까지 진입한 것이 영상 서비스 간 무한 경쟁이 본격화된 시그널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IPTV 업계 한 관계자는 “IPTV는 실시간 방송이 중심이고, FAST와 OTT는 아직까진 VOD가 중심이라는 차이만 있을 뿐 TV를 통해 영상 콘텐츠를 시청한다는 점은 동일하고 심지어 3개 서비스의 메뉴 구성도 유사하다”며 “사실상 스마트TV의 영상 앱 중 하나로 3개 영상 서비스가 경쟁하고 있는 셈”이라고 짚었다.
 | IPTV와 FAST는 메뉴 구성부터 실시간 채널, 홈쇼핑을 운영한다는 점까지 사용자 입장에서 동일한 콘텐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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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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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OTT와 FAST가 별다른 규제 없이 자유롭게 서비스를 변경하고 콘텐츠를 구성할 수 있는 것과 달리, 유료방송은 전기통신사업법, 방송법, IPTV법에 따라 진입부터, 편성, 내용, 광고까지 전방위적인 규제를 받고 있다는 점이다. 유료방송 중 그나마 사정이 나았던 IPTV 역시 가입자 정체로 위기에 놓여 있는데, 불평등한 규제에 발목이 잡혀 서비스 혁신을 통한 경쟁력 강화도 어려운 처지다. 이에 유료방송도 채널 구성 등에 자유도를 높일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IPTV사업자들은 정부에 유료방송 채널과 무료 FAST 채널을 혼합한 하이브리드 방송 운영을 가능하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주무부처인 과기정통부는 유료방송과 FAST가 혼합되면 일관성 있는 규제 적용이 어렵고, 프로그램제공업체(PP) 등의 이해관계자들의 반발이 있을 수 있다는 이유로 난색이다.
하지만, 과기정통부의 의지만 있으면 현행법 안에서도 충분히 허용 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 의견이다. 이종관 법무법인 세종 전문위원은 “하이브리드 방송은 과기정통부가 약관 신고를 수리해주는 것만으로 가능하다”며 “과기정통부가 유료방송 시장의 경쟁력 강화를 구호로만 외칠 게 아니라 유료방송이 양질의 채널과 다양한 콘텐츠를 구성할 수 있도록 과감한 정책 판단을 내려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