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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충격에…부글부글 美 기업들 "집단소송 검토"

이소현 기자I 2025.04.09 17:30:29

국가 비상사태시 ''관세'' 부과 적법성 의구심
"정치적 위험 무릅 쓰고 법적 대응 검토 중"
트럼프 지지 로비스트들 "역효과 난다" 경고
두려워 말 못하다가…침묵 깨는 일부 CEO들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전방위적 관세 정책에 직면한 미국 기업들이 집단 소송이라는 강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의 국립 건축 박물관에서 열린 전미 공화당 의회위원회(NRCC) 만찬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산업계 최대 로비 단체인 미 상공회의소를 포함한 주요 산업 단체들이 국제 긴급경제권한법(IEEPA)의 남용 여부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법적 대응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관세의 법적 근거 자체가 미약하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며, 미 상공회의소와 소비자기술협회(CTA) 등 여러 업계 단체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을 놓고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논란의 핵심은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에 사용한 법적 근거인 1970년 제정된 ‘국제 긴급경제권한법(IEEPA)’에 있다. 해당 법은 국가 비상사태 시 대통령에게 광범위한 경제 제재 권한을 부여하지만, 관세 부과가 포함되는지는 불명확하다는 게 업계 의견이다.

플로리다의 한 중소기업은 이미 자유주의 성향 법률단체인 ‘신시민자유연맹’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을 법원에 제소했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펜타닐 통제를 압박한다는 명분으로 관세를 부과했지만, 이는 법률상 ‘이례적이고 중대한 위협’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더 나아가 ‘중대한 쟁점 원칙’을 근거로 한 헌법 소송도 거론되고 있다. 이는 최근 연방대법원이 바이든 전 대통령의 학자금 탕감 및 백신 명령을 무효화할 때 적용한 판례다. 의회의 명확한 위임 없이 경제적 영향이 큰 행정조치는 위헌이라는 판단 기준을 활용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소송을 추진 중인 단체들은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제기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시간이 지체되면 미 정부 측이 관세 중단은 오히려 더 큰 피해를 일으킨다고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워싱턴 내 수천 개 기업을 대표하는 무역단체들 사이에서도 소송 여부에 대한 이견이 존재하며, 두 번째 임기에 돌입한 트럼프 대통령이 예전보다 여론이나 증시 반응에 덜 민감하다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리 샤피로 CTA 최고경영자(CEO)는 “변호사들은 이것이 불법이라는 데 동의하는 것 같다”면서 “소송이 있을 것이며, 의회가 행동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CTA가 소송에 참여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언급을 거부했다.

미 상공회의소도 소송과 관련해 언급을 거부했다. 다만 닐 브래들리 미 상공회의소 정책책임자는 “지금 이 관세 체제가 새 기준이 될 것이라 믿기는 어렵다. 경제적 피해가 너무 클 것이기 때문”이라며 명확한 출구 전략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백악관 측은 “트럼프 대통령은 비즈니스 리더 및 업계 단체와 정기적으로 소통하고 있다”면서도 “대통령의 의사결정에서 유일한 고려 대상은 미국 국민의 이익”이라고 특별 이익 단체가 아닌 국민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유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모든 주요 교역국에 대해 전방위 관세 부과를 단행하면서 대부분의 산업군이 예외 없이 타격을 입게 됐다. 미 산업계에서는 관세 부과에 앞서 백악관에 면제를 요청했지만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공화당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제임스 랭크포드 상원의원(오클라호마)은 “기업들은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시기, 협상 진척, 계획 등을 알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 지지 성향의 로비스트들은 “공개적인 반발은 트럼프 대통령의 반발심을 자극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며 경고하고 있다. 실제로 소송은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정책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상징적 행보가 되며, 향후 대응도 한층 강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편, 그간 침묵을 지켜왔던 미국 기업 CEO들 가운데 일부에서 공개적인 반발에 나서기 시작했다. 공화당 주요 후원자이자 억만장자인 켄 그리핀 시타델 CEO는 플로리다대 강연에서 “이번 관세는 엄청난 정책적 실수”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피트니스 체인 라이프타임의 바흐람 아크라디 CEO 역시 “관세는 결코 아름다운 단어가 아니다. 세계 무역에 이런 마찰을 일으키는 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지중해 음식 체인 카바의 브렛 슐만 CEO는 “관세 때문에 메뉴가 주문 전에 계속 바뀌는 식당에 온 기분”이라며, 캐나다산 종이용기와 그리스산 올리브유 등 주요 재료 가격 상승을 우려했다.

트럼프 지지자인 라이언 코언 게임스톱 CEO는 소셜미디어(SNS) 엑스에 “이 관세 때문에 민주당 지지자가 될 판”이라며 풍자했으며,“1만 달러짜리 미국산 아이폰이 기대된다”고 조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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