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권한대행직을 한꺼번에 소화해야 했던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대대행 임기 동안 세간의 우려를 불식하고 국정을 안정적으로 관리했단 평가 속에 이제 본연의 경제 대응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최상목 부총리는 대대행을 역임하는 동안 여러 대형사건사고를 맞았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까지 사실상 ‘1인 4역’을 맡아 동분서주했다. 지난해 12월 27일 대통령 권한대행 업무를 시작한 지 불과 이틀 만에 전남 무안공항 항공기 참사가 발생하자 즉시 현장을 찾고 중대본 가동과 무안군의 특별재난지역 지정, 일주일간의 국가애도기간 선포 등을 신속히 진행했다.
올해 들어선 지난 2월 안성 고속도로 공사장 붕괴사고, 여수·제주·부안 일대의 어선 전복·화재 사고, 이달 공군 전투기의 포천 민가오폭 사고 등에 대처했다. 한 대행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선고가 이뤄지기 이틀 전인 지난 22일엔 경남 산청군 산불진화 현장으로 달려갔다. 역시 범정부 차원의 유기적인 총력대응을 주문함과 동시에 특별재난지역을 신속히 선포해 피해 주민 등에 대한 지원이 빠르게 이뤄지도록 했다는 평가다.
탄핵정국에서 대외신인도를 방어한 점도 최 부총리의 업적이다. 최 부총리는 12·3 비상계엄 사태 직후부터 거시경제금융현안간담회(F4) 회의 등을 지속적으로 열어 대응하고 외국계 투자은행 대표·이코노미스트 등과 직접 소통하면서 한국의 대외신인도를 관리하는 데 주력했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최근까지도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안정적으로 본 건 이러한 노력의 성과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에 외교·통상 대응에서 한계를 보였단 평가도 나온다. 철강과 알루미늄 등에 이어 다음달 2일 반도체와 자동차 등에 관세 부과가 예고되는 등 통상전쟁이 격화하는 와중에서도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통화조차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의 한계가 있었을 뿐, 최 부총리는 대행으로서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했다고 본다”며 “탄핵을 고리로 계속돼온 야당의 압박에도 강단 있게 국정을 이끌었다”고 평했다.
한편 최 부총리는 이날 한 대행 주재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위원간감회에 참석하면서 “드디어”라고 말하며 미소를 띤 채 입장해 눈길을 끌었다. 한 대행은 최 부총리에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 직무대행을 맡아 국정의 중심을 잡아줬다”며 “말 못할 고생이 많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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