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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계선 집 찾았다"…학원가 들쑤시는 尹지지자들

정윤지 기자I 2025.03.27 15:04:34

尹 지지자들, 정계선 재판관 자택 찾아 시위
어린 아이·학생 지나다니는데…“껍질 벗겨야” 과격 발언
문형배 대행서 정 재판관으로 표적 옮겨

[이데일리 정윤지 기자] 헌법재판관을 향한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의 도를 넘은 행태가 계속되고 있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에 이어 이번에는 정계선 헌법재판관이 표적이 됐다. 지지자들은 재판관들의 자택 주소를 온라인상에서 공유하고 직접 찾아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 때문에 애꿎은 시민들만 피해를 보는 실정이다.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한 주거지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정계선 헌법재판관의 사퇴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정윤지 기자)
지난 26일 오후 7시쯤 서울 서초구 반포동 학원가 곳곳에 경찰의 소음 측정기가 설치됐다. 평소 학생들이나 인근 주민들만 오가는 길에서 경찰이 소음을 관리하고 나선 이유는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정 재판관들의 집이라고 알려진 곳으로 찾아와 집회를 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이끄는 부정선거방지대(부방대)를 주축으로 한 이 시위대는 ‘탄핵반대 대통령 지지’ 등 손팻말을 든 채 거리를 맴돌고 있었다. 이들은 “좌파판사 정계선은 북으로 가라”고 소리를 지르며 거리를 활보했다. 한 중년 남성 참가자는 “껍질을 벗겨놔야 한다”며 “서초 수준이 떨어진다. 판사들 다 추방해야 한다”고 했다.

앞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모인 온라인 사이트에는 ‘정계선 집 찾았다’는 제목이 글이 올라왔고 해당 글에 적힌 곳으로 시위대가 모인 것이다. 이들은 지난 24일 헌재가 한덕수 국무총리의 탄핵소추를 기각할 당시 정 재판관이 유일하게 인용 의견을 냈는데, 이에 대해 자택을 찾아가 항의해야 한다고 했다.

갑작스러운 시위에 조용하던 학원가 골목은 어수선해졌다. 차 한 대가 겨우 지나다닐 수 있는 골목인 빌라 주위는 학원가라 이날도 대부분 어린 아이와 부모, 학생들이 지나다니고 있었다. 학부모들은 집회 참가자들을 보자마자 놀라며 아이 어깨를 꽉 감싼 채 이동했다. 반려견과 함께 멀찍이 서서 시위 모습을 보던 전모(51)씨는 “동네 주민인데 아이가 지나가면서 이런 게 있다고 얘기를 하기에 걱정돼 나와봤다”며 “학원가라 아이들도 많고 골목도 좁은데 막말하고 소리를 지르는 건 좀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학원에서 공부하다 식사를 위해 나왔다는 중3 김모(15)군도 “원래 조용하던 동넨데 당분간 안 끝날 거 같아 노이즈 캔슬링(외부 소음 차단) 이어폰을 끼고 공부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경찰은 시위대가 확성기를 들고 소란을 피울 것 등을 우려해 신고된 집회 장소로 이동하라고 설득했다. 일부는 무대가 설치된 인근 도로로 이동했지만, 5명 가량은 “1인 시위는 괜찮은데 왜 막느냐”며 골목을 떠나지 않았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의 재판관 자택 앞 시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들은 지난달 16일부터 4주가량 문 대행이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진 집 앞에서도 사퇴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당시 경찰은 집회 주최 측인 부방대에 야간 집회를 자제하고 질서 유지선을 지켜달라는 등의 내용이 담긴 집회 제한사항을 통고하기도 했다.

이처럼 특정인을 향한 신변 위협은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을 수사하던 박영수 특별검사 자택 앞에 찾아가 위협성 발언을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장기정 자유청년연합 대표, 신혜식 신의한수 대표, 주옥순 엄마부대 대표는 모두 법원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정계선 재판관의 사퇴를 요구하는 집회를 벌이고 있다. (사진=정윤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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