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31조 통큰 투자에도…韓 자동차 관세 면제 없었다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정병묵·정다슬·김윤지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달 3일부터 미국에 수입되는 모든 외국산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영구적으로 부과하겠다고 26일(현지시간) 공식 발표했다. 현대자동차가 4년간 210억달러(약 31조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계획을 내놨지만, 면제나 유예조치는 받지 못했다. 자동차가 대미 수출 품목 1위인 한국 역시도 큰 타격을 입게 될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5년 3월 26일 워싱턴 DC의 백악관 집무실에서 서명한 자동차 관세 관련 선언문을 들고 있다. (사진=AFP)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가 할 일은 미국에서 생산되지 않은 모든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라며 “(미국에서 생산하면) 많은 외국 자동차 회사들이 좋은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에서 생산되는 자동차에는 대출 구입 시 이자 전액을 세액공제해주는 혜택을 주고 수입된 자동차에는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으로, 결국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미국에 공장을 신설하거나 증설하라고 압박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외국산 자동차 관세부과로 연간 1000억달러(약 147조원)의 세수 증가를 기대한다”며 관세 수입을 재정적자를 메우는 데 사용하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소득세·법인세 감세에 나서기 위해 눈덩이처럼 불어난 빚을 관세로 줄이겠다는 얘기다. 이는 철강·알루미늄과 마찬가지로 별도의 예외조치를 주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현대차는 대규모 대미 투자 계획을 내놨지만, 당분간 국내를 비롯해 미국 외 해외 생산 차량 및 부품에 대해선 관세를 부과받을 수밖에 없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이날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의 준공식에서 “저희는 일개 기업이기 때문에 관세에 큰 영향을 주기는 힘들 것”이라며 “협상을 개별 기업뿐만 아니라 정부에서도 주도적으로 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율 관세부과로 미국 소비자들도 차량 가격 상승 등 부정적 영향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시장조사업체 콕스오토모티브는 미국 내 신차 가격이 약 3000달러 오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