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버린 금융당국 인사 시계…금융정책 공회전 ‘우려’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 결정 이후 금융당국과 공공기관의 인사 시계가 사실상 멈췄다. 차기 대선이 6월 초로 예정된 가운데,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산업은행 등 주요 기관 수장의 임기가 줄줄이 종료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후임 인사에 대한 검증 절차가 중단되며 대행 체제가 불가피해 주요 금융정책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내달 16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6월 6일 임기를 각각 마친다. 강석훈 한국산업은행 회장도 같은 날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공공기관 중에서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와 서민금융진흥원 원장이 이미 1월에 임기를 마쳤지만 후임 인사는 지연되고 있다. 현행 법령상 후임자가 임명될 때까지 현직자가 직무를 계속 수행할 수 있으나 사실상 ‘인사 공백’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금융위와 금감원은 차관급 정무직 인사로, 대통령 권한대행이 임명권을 행사하기엔 정치적 부담이 따른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권한대행 한덕수 총리의 인사권 행사를 ‘알박기’로 규정하며 강하게 제동을 걸었다. 이 때문에 1급 이하 승진 인사도 연쇄적으로 지연되며 조직 운영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이복현 원장의 거취도 초미의 관심사였다. 지난 2일 라디오 방송에서 상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에 반발해 사의를 표명했지만 이후 금융상황 점검회의와 F4 회의에 연이어 참석하며 당분간 임기를 채울 가능성이 커졌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F4 회의의 안정적 유지가 시장에 주는 신호가 크다”고 했다.

이처럼 수장 공백 상태가 현실화하면서 주요 정책도 차질이 예상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제4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절차다. 금융위는 지난달 말 접수를 마감하고 오는 6월 중 인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었지만, 조기 대선과 정권 교체 가능성으로 정책 추진 동력이 약화하고 있다. MG손해보험 매각 무산 이후 진행 중인 계약이전 논의 역시 보험사의 난색과 당국 리더십 부재로 진척이 어려운 상황이다.

또 하나의 중대한 과제로 꼽히는 건 가계부채 관리다. 최근 집값 반등 흐름과 맞물려 전세대출, 주택담보대출이 다시 증가세를 보이면서 금융당국은 부동산발 금융 불안정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특히 금리 인하 기대감과 규제 완화 흐름이 맞물리면 대출 수요가 급증하며 부채 총량 관리에 실패할 수 있다.

금융당국은 연초부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강화, 가계부채 총량관리,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 등을 통해 과열 재진입을 막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러나 정책 연속성을 확보하려면 강한 리더십과 명확한 메시지가 필수라는 점에서 수장 공백이 변수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당국의 시그널이 흐려지면 시장에 잘못된 기대감이 퍼지고 다시 부채 주도 성장이 반복되는 구조로 이어질 수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행 체제에서는 규제 강화 같은 민감한 정책을 단행하기 쉽지 않다”며 “당분간 부동산 시장이 정책 공백 상태를 틈타 탄력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