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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춤춰야 하는 이유? 몸의 감옥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장병호 기자I 2025.03.12 16:37:47

세계적 거장 안무가 오하드 나하린
14일부터 서울시발레단 ''데카당스'' 공연
무용수 연습 본 뒤 1개 장면 새로 추가
"왜 모두 춤춰야 하는지 보여주는 작품"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춤은 감옥처럼 느껴지는 몸에서 우리를 자유롭게 하는 도구다.”

이스라엘 출신의 안무가 오하드 나하린이 12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서울시발레단 ‘데카당스’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세종문화회관)
이스라엘 출신의 세계적인 안무가 오하드 나하린(73)은 12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사람들은 누구나 춤을 춰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나하린은 동시대 가장 혁신적인 안무가 중 한 명이다. 네덜란드 댄스 시어터, 이스라엘 키부츠 현대 무용단 등에서 작품을 선보여 온 그는 1990년부터 이스라엘 바체바 무용단 예술감독을 맡아 세계적인 무용단으로 성장시켰다. 그의 독창적인 무용 세계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무브’, 다큐멘터리 영화 ‘미스터 가가’ 등을 통해 소개되기도 했다.

나하린은 대표작 ‘데카당스’의 서울시발레단 공연을 앞두고 내한했다. ‘데카당스’는 ‘10’을 뜻하는 그리스어 ‘데카’(Deca)와 ‘댄스’(Dance)를 결합한 말로 나하린의 대표작을 하나로 엮은 작품이다. 서울시발레단의 올해 첫 작품으로 오는 14일부터 23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한다.

이스라엘 출신의 안무가 오하드 나하린이 12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서울시발레단 ‘데카당스’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세종문화회관)
이 작품은 2002년 바체바 무용단 내한공연으로 LG아트센터에서 한국에 처음 소개됐다. 이번 공연은 제목은 같지만 내용은 다르다. ‘데카당스’는 늘 변화하며 생동하는 작품인 점이 특징. 이번 공연에서도 나하린은 서울시발레단 무용수들의 연습을 본 뒤 1개의 장면을 새로 추가해 총 8편의 작품을 한 무대에서 선보인다.

나하린은 “‘데카당스’는 계속 진화하고 변화하는 작품”이라며 “서울시발레단의 연습 영상을 보며 무용수들이 이 작품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다는 생각에 무용수 개인의 감정을 담고 움직임으로 이뤄지면서도 마치 사진 같은 장면들을 추가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안무가로 제가 하는 일은 무용수가 춤을 추게 하는 변명, 핑곗거리를 만들어주는 일”이라며 “‘데카당스’는 왜 모두가 춤을 춰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덧붙였다.

나하린은 자신의 작품을 연습할 때 무용수들이 거울을 바라보지 않기를 요구한다. 무용에서 거울을 보고 연습하는 것 자체가 “큰 실수”라는 생각에서다. 나하린은 “우리는 거울을 보지 말고 본인의 감각으로 세상을 봐야 한다”며 “거울을 보며 움직임을 수정하는 것은 나의 감각으로 느끼고 세상을 보는 게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스라엘 출신의 안무가 오하드 나하린이 서울시발레단 ‘데카당스’ 연습을 지도하고 있다. (사진=세종문화회관)
나하린의 안무는 그가 개발한 독창적인 움직임 언어인 ‘가가’(Gaga)를 기반으로 한다. ‘가가’는 신체의 가능성을 확장하고 춤추는 사람의 감각을 극대화하는 훈련 방식으로 본능적이고 유연한 움직임을 강조하는 것이 특징이다. 나하린은 “‘가가’는 각자가 지닌 삶의 엔진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삶을 고달프고 무겁다. 각자가 가진 엔진이 나약하기 때문에 삶이 무겁게 느껴지는 것이다. 엔진을 강화하면 삶의 무게가 줄어들진 않더라도 그걸 다루는 게 가벼워질 수 있다. ‘가가’는 육체적으로 몸을 단련하는 것이 아닌, 우리에게 웃을 수 있는 미덕과 우리의 삶이 때론 나약하더라도 밝은 순간이 있음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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